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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나는 다르다. 그래서 나는 특별하다. 2. No Speaking English 3. 까만 애와는 놀지마 4. 너는 특별한 아이야 5. 피부색이 달라도 할 수 있다 6. 야구선수의 꿈, 그리고 방황 7. 모델이 되고 싶어요 8. 한 걸음 앞으로 9. 사기, 사기, 그리고 몇 장의 사진 10. 기적은 SNS를 타고 11. 2016년 3월 24일 12. 한국 최초의 흑인 혼혈 모델 13. 라이징 스타 a rising star 14. 나의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 15. 정해진 미래 에필로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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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혼혈 모델 1호 한현민.
불과 열흘 전까지 평범한 중학생이던 그는 지금 디자이너 한상혁의 2016 F/W 시즌 HEICH ES HEICH 패션쇼 오프닝 무대에 서 있다. 서정적이면서도 난폭하고 기괴한 록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짙게 깔린다. 오늘의 테마는 소년, 학교, 폭동 (BOYS, SCHOOL, RIOT). “네가 첫 번째로 나가서 빛을 발해라.” 검은 피부색의 한현민이 당당한 워킹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블랙은 밝음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법.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패션쇼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꽂힌다. 그가 움직이면 수백 개의 눈도 함께 따라 움직인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했던 그였지만 이제는 그 시선이 좋다. 즐겁다. 한현민의 워킹이 조금씩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1. 나는 다르다. 그래서 나는 특별하다.」중에서 ‘피부색이 달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강연자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이 말을 들었던 순간만큼은 선명하게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학교 다문화 프로그램 중 하나였고 수십 명의 학생들이 강연을 듣고 있었다. 팔레트처럼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아이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며 강연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피부색이 달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그때 들었던 그 말이 그의 마음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어쩌면 검은 피부와 고불거리는 머리 스타일에 얽매여 있었던 건 바로 자신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꾸기 전에 미리 체념하고 노력하기 전에 미리 좌절하고.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 안에 갇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닌, 자신의 잘못이었다. ---「5. 피부색이 달라도 할 수 있다」중에서 선배에 대한 그의 감정은 부러움보단 동경에 가까웠다. 그 선배처럼 옷을 잘 입고 싶었고 그 선배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너 그냥 커서 모델해라.” 그의 머릿속에 불현듯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또래보다 키가 크고 몸이 마른 편인 그를 보고 엄마는 어릴 때부터 종종 ‘모델하면 되겠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다른 친구 엄마들은 의사나 변호사가 되길 원한다는데 그의 엄마는 달랐다. 달라도 아주 많이 달랐다. “굳이 공부 안 해도 돼. 다 먹고 살 수 있어.” 옷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엄마의 그 말이 가벼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공부가 싫었지만 기술을 배워 취직하는 것은 더 싫었다. 평범한 삶을 산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했다. 평범함이라는 건 꿈 많은 십대 소년에게 참을 수 없을 만큼 모욕적인 단어로 여겨졌다. ---「7. 모델이 되고 싶어요」중에서 “일단 한번 걸어보자.” 윤범 대표는 그를 데리고 이태원 호텔 옆 골목으로 갔다. “여기서 한번 걸어 볼래?” 금요일 저녁의 이태원은 축제 현장이었다. 여기저기에서 흥겨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태원의 좁은 골목이 패션쇼 런웨이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사기 사건으로 위축되었던 마음과 몸이 한순간에 생기를 되찾았다.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 그는 걷고 또 걸었다. 모델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모델 워킹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었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본 모델들처럼 그는 당당하고 자신 있게 걸었다. 자신 앞에 놓인 길을 성큼성큼 걸어 나아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한동안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윤범 대표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계약하자.” ---「10. 기적은 SNS를 타고」중에서 예전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는 앞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모델이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먹고 사는 직업이었다. 런웨이에서 워킹을 하거나 카메라 앞에서 촬영을 할 때 그 누구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모델 일을 시작하면서 그는 오히려 그런 시선들을 즐기게 되었다. 어릴 적에는 놀림도 많이 당하고 차별도 심했지만 그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장점이 남과 다른 ‘검은 피부’라고 생각했다. My name is Black. It’s my swag. 누구보다 환하게 빛나는 미래를 그는 스스로 개척하고 있었다. ---「13. 라이징 스타 a rising star」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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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남들과 다르게 생겼나
“너는 특별한 존재야.” 나이지리아 출신 아빠와 한국인 엄마. 다문화 가정 출신으로 어린 한현민이 경험한 문화 차이 장벽은 집안이 아닌 밖에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그에게는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다. ‘나는 왜 남들과 다르게 생겼나’ 하는 생각이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어린 그가 들어올리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삶의 무게였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만큼 날카롭고 차가웠다. 세상은 그가 평범하게 사는 걸 허락하지 않을 모양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그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집에 돌아와 참았던 눈물을 터트릴 때면 엄마는 그를 옆에 앉히고는 그가 눈물을 멈출 때까지 말없이 기다렸다. 엄마는 어느 편도 들지 않았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동정하지도 않았고 분노하지도 않았다. 축 쳐져 있는 그의 작은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며 엄마는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특별한 존재야. 언젠가는 이 피부색이 너한테 좋은 일을 해줄 거야.” 엄마가 그를 믿어준 만큼 그는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그 믿음으로 그는 계속 밝고 건강하게 자신의 삶과 직접 대면할 수 있었다. 희망은 보이지 않았지만 희망이 있는 나날들이었다. 모델의 꿈을 꾸다 “꿈은 가지고만 있어도 좋은 거 아닌가요?” “생각 없이, 되는 대로 사는 평균 이하의 학생이었어요. 모델이라는 꿈이 생기니 목표가 따라오고, 목표가 생기니 해야 할 일이 생기더라고요. 눈앞에 보이는,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니 목표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나를 발견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큰 만족감을 느꼈어요. 모두가 꿈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어요. 꿈은 가지고만 있어도 좋은 거 아닌가요?”(본문 중에서) ‘진짜 이러다가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 건 아닌가.’ 그는 겁이 덜컥 났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아무 의미도 없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걸 찾아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멋진 옷을 입으면 뭔가 세련돼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그저 좋았다. 불현듯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또래보다 키가 크고 몸이 마른 편인 그를 보고 엄마는 종종 ‘모델하면 되겠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는 옷에 관심이 많았다. 친구들과 놀면서도 중심가에서 아이쇼핑을 하곤 했다. 그는 몸을 움직이는 것에는 자신 있었다. 몸을 움직일 때 그는 즐거웠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유튜브보다 좋은 모델 아카데미는 세상에 없었다. 한국 모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델들까지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외국 유명한 브랜드 쇼를 공짜로 볼 수 있었다. 그는 유튜브를 보고 독학했다. 그의 마음속엔 원대한 꿈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중이었다. 꿈이 있는 한 그는 결코 가난하지 않았다. 언젠간 동영상 속 저 무대에 서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는 열심히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한현민만의 스웨그가 있는, 단 하나의 모델 “밤하늘의 별처럼 나의 미래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어떤 옷이든 그 옷에 맞게 소화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모델. 그는 한현민만의 스웨그(swag)가 있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모델이 되고 싶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모델로서 그의 장점이자 장벽이었다. 남과 다르기 때문에 남보다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를 수 있는 무대가 한정적이었다. 흑인 특유의 곱슬머리와 검은 피부색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그를 흑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외국인들에게 그는 동양적인 눈을 가진 아시안 얼굴이었다. 동양과 서양의 오묘한 조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 하나의 얼굴에 두 세계를 품고 있는 여유로움. 그것이 자신만의 매력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독특하고 특별한 모델.’ 앞으로 서게 될 무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는 충만하다. 시즌당 1000여 명의 모델들이 오디션에 참가하고 소수만이 무대에 올라갈 수 있다. 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는 이전 시즌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 더 많은 무대에서 더 많은 옷을 입고 당당하게 걷고 싶다. ‘한현민’이란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이 ‘검은 피부색’이 아니라 ‘열정적이고 성실한 모델’로 기억해주길 바란다. 지금은 ‘흑인 혼혈’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지만 앞으로는 ‘모델 한현민’으로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다. 그는 그렇게 믿는다. 그의 꿈은 모델로서 열심히 활동해 다문화 사회의 좋은 롤모델이 되는 것이다. 혼혈인 친구들의 꿈을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지원해주고 싶다. 인물 논픽션 ‘이 사람’ 시리즈 인물 스토리텔링 논픽션 ‘이 사람’ 시리즈를 론칭한다. 김민정 작가가 만난 모델 ‘한현민’, 장강명 작가가 만난 북한이탈주민 ‘지성호’, 정지아 작가가 만난 한국 근대 최초의 여성 소설가 ‘김명순’, 이승우 작가가 만난 ‘프로방스 사람들’, 박민규 작가가 만난 ‘보통 사람’, 김응교 작가가 만난 일본의 국민작가 ‘미야자와 겐지’, 그리고 김현 시인까지 시리즈는 계속될 예정이다. 평범/특별, 생존/작고, 내국인/외국인, 실재/가상 상관없이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인물을 자유롭게 집필하여 깊숙이 들여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