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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시조
2.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3. 시인과 도둑 4.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 |
Lee Mun-yol,李文烈,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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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길을 간다. 사람의 자취 끊어진 그윽한 산길을 시인이 훠얼훨 간다. 바람이 볼 때는 바람에 밀리듯이, 구름이 흐를 때는 구름 따라 흐르듯이. 들꽃을 만나면 들꽃 찾아나선 듯이, 산새가 울면 산새에 불려온 듯이.
그는 긴 세월을 허비해 두 개의 상반된 세계와 인식을 거쳐왔다. 쓸쓸하고 슬퍼 오히려 아름답게 보이는 유년과 불 같은 젊은 날의 태반을 바쳐 먼저 그가 건너야 했던 것은 긍정과 시인과 보수의 세계였고 그 인식이었다. 그 세계에서의 삶은 이겨 살아남고 이룩하고 누리는 것이 본모습으로 상정되어 있었으며, 인식의 주류는 <지금> 이루어지는 것은 모두 끊으며 <여기> 있는 것은 존중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일생을 인도한 일탈의 별은 그를 그 같은 세계와 인식 속에 안주할 수있도록 놓아두지는 않았다. 그의 젊음도 스산하게 저물어갈 무렵 새로운 세계와 인식이 뒤틀린 운명에 피흘리던 그의 영혼을사로잡았다. 억눌리고 빼앗기고 괴로움 속에 던져진 시간을 때워야 하는 목숨들의 세계와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일은 모두가 틀렸으며 그르고, <여기> 있는 것은 모두가 부서져 거듭나야 한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어두워 더 치열한 열정으로 그 새로운 세계와 인식에 자신을 내던졌다. 하지만 그 또한 그 안에서 늙어갈 만한 세계도 그 믿음 속에서 죽어갈 수 있는 인식도 아니었다. 그늘 없는 양지가 어디 있고 속 없는 겉, 뒤 없는 앞이 어디 있는가. 세계도 인식도 겹이었고, 그 시비는 <지금>과 <여기>에서의 하염없는 노래에 지나지 않았다. --- p.1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