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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Hyeong-soo,金炯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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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생전에 하던 말, 고원에서 부는 열두 가지의 바람소리를 식별할 수 있어야 어엿한 어른이 되는 거다, 때문에 공기의 흐름을 섬세하게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말라비틀어진 염소 가죽에 붙은 엉덩이를 슬쩍 떼었다가 다시 붙여놓는다. 간밤에도 며칠간 잠잠하던 날씨가 한없이 고요해지더니 어느 순간 바람의 숨결이 바뀌던 것, 또 간헐적으로 대기의 순환이 멎을 때마다 우웅-, 머리가 울리던 것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 다시 이명 소리가 끊겼다 이어졌다 하는 것이 틀림없는 전조였다. 날이 밝고 서너 참이 지나면 흰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 바람이 불 것이다. 그 바람이 부는 날은 하늘 아래, 초원 위에, 목숨을 가진 것들은 모두 무서워서 떤다. 덕분에 공기를 더럽히는 것들이 없어서 대평원의 기운이 티 없이 맑은 허공에 떠 있다. 그런 날 말을 타고 달리면 원기가 회복되고 하늘의 정기를 얻는다는 말을 족제비 할머니에게 들었다.
소년은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긴 값을 하느라 성정이 더없이 차분하였다. 부모는 아이에게 등자에 오를 수 있게만 해주면 된다. 아버지가 타던 황금색 늑대귀 말에 오르면 부자가 바뀐 사실을 푸른 하늘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알겠는가? 또 알아본들 달라질 것도 없다. 황금처럼 번쩍거리는 털빛에 두 귀가 늑대의 그것처럼 꼿꼿이 서 있는 황금색 늑대귀 말이 나타나면 유목민이라면 죄다 그 모습이 사라져 안 보일 때까지 넋을 잃고 바라보기가 일쑤였다. 오늘은 아버지가 지켜본다고 생각하자, 하고는 훌쩍 뛰어서 말에 올랐다. 그때 말 등뼈 산 너머에서 늑대 우는 소리가 들렸다. 1권, ---pp.47~48 “이번 겨울에 많이 죽어나갈 거예요. 초원이 어지러울 때 잘해야 합니다.” “전쟁인가, 조드인가?” “아주 무서운 추위가 올 거예요. 가을가뭄이 시작되면 준비를 단단히 하세요. 백성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는 사람을 따릅니다.” 사실이었다. 텝텡그리는 며칠 전 기러기 떼가 남김없이 떠나가는 것을 보고 곧장 개미집을 확인했다. 개미 둥지가 꿩이 사는 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높이 솟아 겨울나기가 예삿일이 아닐 것을 일러주고 있었다. 굿을 하면서 불을 피울 때도 풀포기가 온통 하얀 재로 변해 바람에 날린다. 까마귀들도 가까이 와서 시끄럽게 굴고, 참새 떼는 날마다 난리가 몰아치기라도 하는 듯이 떠든다. 이렇게 엄청난 추위가 닥쳐오리라는 것을 하늘과 땅 그리고 모든 동물들이 예고하고 있었다. 2권 ---p.47 |
중국사와 로마사로만 이루어진 중세의 역사를 전복시키는 절정의 서사!
광야에 버려진 한 소년, 테무진. 그리고 유럽문명이 감춘 광야의 중세 보라, 여기 선과 악 따위를 박차버리고 질주하는 대지의 피안이 펼쳐진다. 들어라, 오직 저 야생의 무대만이 연주하는 운명의 서사가 폭풍으로 혹은 미풍으로 날 새는 줄 모른다. 김형수는 몽골 일대의 고금을 체화한 나머지 이 경탄의 기록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나는 그가 무섭다. - 고은(시인) 10개월간의 몽골 현지 체류! 광활한 초원을 체험하며 완성한 폭풍 같은 서사! 작가 김형수는 『조드』 집필을 위해 몽골 현지에서 10개월 동안 체류하면서 인터넷에 연재를 했다. 공간적으로 몽골 고원 전체를 무대로 하여 주요 사건이 있었던 현장을 모두 답사하면서, 시간적으로는 12세기에서 13세기에 이르는 시기의 유목민 세계를 알 수 있는 신화, 민담, 역사 관련 서적들을 최대한으로 수집, 정독하며 소설을 완성해냈다. 또한 이 소설은 광활한 초원을 무대로 펼쳐진 ‘아시아의 중세’를 그려내고 있다. ‘유럽의 근대’를 벗어나면서 지구의 역사를 보다 넓고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서는 유럽 근대의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중세사를 다시 살펴야 한다는 작가의 소신이 이 소설을 만들어냈다. 유럽중심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펼쳐진 세상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밝혀진 것이 없어 알 수 없기 때문에 ‘인류사 상(像)’을 바로세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작가는 가톨릭과 비가톨릭의 갈등이 중심축이 되는 역사가 아니라 유목민과 농경민의 차이가 중심축이 되는 역사의 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외면한 중세, 아시아의 중세가 서구 문명의 골짜기를 박차고 나온다 『조드 - 가난한 성자들』은 테무진(칭기스칸)이 광활한 몽골 초원을 누비며 칸이 되기까지 겪었던 유목민의 생활과 삶에 대한 이야기다. 테무진의 어린 시절, 늑대와의 싸움에 대한 묘사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테무진과 자무카, 그리고 다수의 등장인물이 등장하며 13세기 유목민의 생활모습과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피할 수 없었던 전쟁, 사냥 등의 생생한 모습이 3인칭으로 전개된다.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펼쳐지는 테무진과 자무카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챕터별로 전개되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서사다. 그 속에서 그 시기 몽골 유목민들의 삶과 생활모습, 풍습 등을 매우 구체적이면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 ‘조드’는 유라시아 대륙과 같은 건조지대에서 일어나는 재앙이다. 쓰나미가 ‘물벼락’의 성격을 갖는다면 조드는 정반대의 현상으로서, 물이 부족한 곳에서 가뭄과 추위가 겹쳐서 일어나는 ‘겨울 재앙’ 때문에 극단적인 추위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양과 소, 말 등 가축이 한꺼번에 수천 마리씩 죽어나가는 사태를 지칭한다. 지구의 사막화, 황사 같은 일들이 여기에 연결되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 유엔에서도 쓰나미 다음의 지구적 재앙으로 등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제목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칭기즈칸이라는 인물의 영웅서사가 아니라, 칭기즈칸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 시기의 유목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아시아의 중세사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전의 칭기즈칸을 소재로 한 소설들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지금까지 칭기즈칸을 주인공으로 한 전쟁영웅소설은 많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거의 같은 서사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똑같은 서사를 벗어나 칭기즈칸을 중심으로 유목민의 삶과 역사를 통해 13세기 아시아의 중세를 새롭게 창조해낸 소설은 이제껏 없었다. 때문에 충분히 희소가치가 있고, 국내뿐 아니라 몽골, 유럽에서도 이슈로 떠오를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조드 - 가난한 성자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작가의 글 “12세기의 초원에 버려진 한 소년이 파란만장한 생존투쟁을 통해 당대 정착민들이 꿈꾸던 ‘가공된 유토피아’를 뒤집어버린 사실을 인류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 테무진의 가치관이 ‘칭기스칸제국의 체제정신’과 다르다는 확신이 들어 이 소설을 썼다.” (김형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