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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자들에게 7
1 유미코. 여기부터 반환점 11 2 카에데. 오늘부로 마지막 35 3 유미코. 새롭게 사랑할 힘 46 4 카에데. 과자로는 배를 채우지 못한다 61 5 유미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73 6 카에데. 언제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믿었다 85 7 유미코. 소중한 것은 손에서 놓으면 안 된다 97 8 유미코. 하얀 털이 있어 106 9 카에데. 그저 과자가 필요하다 112 10 유미코. 밑도 끝도 없이 다정하게 119 11 유미코. 초인종 소리 131 12 유미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때는 그랬다 145 13 카에데. 절망적인 라인업 157 14 유미코. 가벼운 벌 164 15 카에데. 집으로 돌아갈까 170 16 유미코. 다행이 아니에요 178 17 유미코.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고 싶어 187 18 카에데. 겨울 바다는 잿빛 196 19 유미코. 도움을 바란다면 소리쳐야 한다 204 20 유미코. 보통의 행복한 인생 220 21 카에데. 나의 장례식 233 22 유미코. 아름답지 않은 삶 245 23 유미코. 조금만 더 걷고 싶어 257 옮긴이의 말 260 |
Haruna Terachi,てらち はるな,寺地 はる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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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곳에 안 가도 되니까 그냥 좀 걷자. (중략) 나는 목적 없이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 p.78
아니다, 그러는 대신에 카에데 씨를 데리러 가서 여행을 가자고 말하자. 이렇게 됐으니 ‘히로키를 혼쭐내러 가는 여행(가제)’이든 뭐든 좋다. 벌써 인생의 절반을 살아왔고, 돈도 얼마 없는 우리. 그래도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과 기분 전환이다.--- p.84 언제든 갈 수 있다고 믿었다. 언제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믿었다. 동시에 어디로도 갈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자만하면서 그 무엇도 될 수 없다고 두려워했다.--- p.96 “이봐요. 우리가 어디에서 살고 있죠? 세상이죠. 세상. 그러니 세상 평판도 중요하잖아요?” 시즈 씨의 눈이 싸늘하게 번뜩였다. 대꾸하지 않자, 시즈 씨는 조용히 그러나 들으라는 듯이 한숨을 쉬고 내 옆을 지나갔다. 쇼타, 쇼타. 등진 채로 아들을 부르는 달콤한 목소리를 들었다.--- p.141 ‘여자애’라고 불리는 것이 싫었다. 내가 십대라면 그렇게 불려도 어쩔 수 없지만, 이제는 껄끄러웠다. 여자애라는 단어 에서 어엿한 인간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뉘앙스를 느꼈는지 도 모른다. 여자는 귀여워하고 예뻐해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라면 지친다.--- p.153쪽 우리는 지금 같이 여행하고 있지만 붙어 다니려고 온 것은 아니다. 관광지에서 흔히 파는 이름을 각인한 커플 열쇠고리를 사지도 않고, 유미코가 만든 요리를 일일이 찍어 ‘친구야, 고마워☆’ 같은 말과 함께 SNS에 올리지도 않는다. 나와 유미코는 그런 관계와 다르다.--- p.158 종종 “카에데 씨, 아이를 싫어하죠?”라는 단정적인 질문을 받는다. 나는 오히려 ‘아이’를 한 묶음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싫다. 나는 남자가 좋지만 남자라면 누구나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아이도 그렇다. 별로인 아이도 있고 귀여운 아이도 있다. 아이라도 어엿한 사람이다. 나는 아이를 한 묶음으로 여기지 말라고 생각할 정도로는 개인을 존중한다. --- p.174 내 보통과 당신의 보통은 아마 전혀 다를 거야.--- p.175 걷고 또 걸어 20분쯤 지났을까, 외로이 설치된 자동판매기를 발견해서 따뜻한 차를 뽑았다. 오늘은 길에 자동차가 다니지 않았다. 세상의 끝에 있는 것 같았다. 차를 바로 마시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 손을 데우며 다시 걸었다. 이런 세상의 끝에도 자동판매기의 상품을 채우러 오는 사람이 있다니 왠지 기적 같았다.--- p.190 빗소리가 자장가 같다고 말하자, 나카자와가 웃으며 잠이 올 것 같으니까 그런 소리는 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는 한동 안 말없이 빗방울이 앞 유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동차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카자와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끌어안지도 않고 앞으로 그럴 예정도 없이 그저 함께 무언가를 보고 듣는 시간을 남자와 보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p.201 얘, 유미코. 어른이 되어도 세상은 네 마음대로 되지 않아. 자유로워지지도 않아. 어른이 되어도 사람들은 온갖 참견을 할 거야. 그래도 최소한 자기가 먹을 것을 직접 준비할 순 있어. 왕자님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자기 발로 걸어갈 수 있어. 괜찮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런 무책임한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살아. 부디 살아주렴. 진심으로 바랐다.--- p.232 “여자가 화장하고 옷을 예쁘게 입는 건 남자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지. 적어도 나는 그래요. 물론 남자에게 보여주려고 그럴 때도 있어. 그래도.” 나는 다시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래도 적어도 그 남자가 댁은 아니야.” --- p.240 아마 어디를 가든 우리는 서로에게 친근하게 달라붙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외톨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부부든 친구든 같이 있다고 ‘둘’이라는 새로운 무언가가 되지 않는다. 그저 외톨이와 외톨이일 뿐이다. --- p.250 우리는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원하는 것을 원할 권리가 있다. 얻으려고 할 권리가 있다. --- p.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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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보통’이라 여겨지는 것들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용기 『같이 걸어도 나 혼자』에는 직업도, 가족도, 애인도 없는 꼭 닮은 처지의 두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지난주부터 무직인 서른아홉 살 유미코와 내일부터 무직인 마흔한 살 카에데는 사회에 통용되는 ‘보통의 행복한 삶’에서 조금 궤도를 벗어난 삶을 살고 있다. 유미코는 남편과 별거 중이며 이혼을 하고 싶지만 남편이 실종되는 바람에 남편 찾기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카에데는 ‘이 사람이다’ 싶은 짝을 만나고 싶어 하지만 정작 그의 곁에 있는 건 성추행과 스토킹을 일삼는 직장 상사뿐이다. 두 주인공은 구직 활동을 할 때마다 나이 많은 여자라는 이유로 번번이 채용 거부를 당한다. 카에데는 직장에서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하면서도 다른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쉬운 상대라는 분위기를 풍”긴 게 아니냐는 비난을 듣는다. 피해자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혹시 상대가 착각할 만한 행동을 한 건 아닌지 스스로를 끊임없이 뒤돌아봐야 하는 카에데의 모습은 피해자에게, 사회적 약자에게 침묵하길 바라는 우리의 현실과 닮아 있다. 약자를 둘러싼 가시 돋친 말들은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거대한 장벽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외치고,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도 된다. 그럴 권리가 있다. 손에 넣지 못해 좌절하더라도 저 먼 하늘에 뜬 별을 올려다보면서 또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_옮긴이의 말 유미코와 카에데는 작고 먼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두 주인공은 그저 옆에서 길을 함께 걸어주며 묵묵히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상대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때 적당한 만큼의 도움을 준다. 정세랑의 추천사처럼 “사회가 강요하는 틀에서 살짝 벗어나 걷는 두 여성의 연대에, 서로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필수 조건이 아니다”. 서로의 삶에 깊게 개입하지 않고도 가능한 연대. 유미코와 카에데는 그것이 가능한 일임을, 그것이 어떠한 프레임도 씌우지 않고 개인을 개인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일임을 깨닫게 한다. 그로 인해 그들은 오랫동안 묵혀왔던 말들을 꺼낼 용기를 비로소 갖게 된다. 나를 평가하고 재단하는 당신의 말과 시선은 차별이고 혐오라고, 이대로 괜찮다고, 우리는 우리로서 충분하다고.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당신이 나를 감정해줄 필요 없어요.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는 내가 정하니까.” _71쪽 “도대체 왜 형편없는 남자의 성적 대상이 되는가 안 되는가에 따라 여자로서의 가치가 정해질까. 나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쫓아가서 쏘아붙이고 싶었다. 네가 더러운 눈으로 보든 말든 카에데 씨는 존재할 가치가 있는 인간이라고.” _84쪽 “여자가 화장하고 옷을 예쁘게 입는 건 남자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지. 적어도 나는 그래요. 물론 남자에게 보여주려고 그럴 때도 있어. 그래도. 그래도 적어도 그 남자가 댁은 아니야.” _240쪽 조금씩, 자신만의 보폭을 찾아가는 우리들 『같이 걸어도 나 혼자』는 페미니즘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던져진 이 시대에 나이 들어가는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평등과 불편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넘기며 자신의 안전하지 못한 오늘과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해본 적 있는 여성들은 이제 광장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을 보듬어주는 것은 가족도, 애인도, 국가도 아닌 그저 같은 처지의 여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다. 소설의 두 주인공은 개인을 개인으로 존중하고 각자의 자립을 묵묵히 응원한다. 자신이 세상에 통용되는 ‘보통’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될 때, 단지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고 자신에게 의심이 들 때, 이 소설의 목소리는 당신이 단단히 땅을 딛고 일어설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여자라서가 아니야. 내가 이제 흔들리지 않는 거야.” _22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