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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무조사구(無助詞句)’라 하는 것은 아무런 조사도 가지지 않은 명사구가 문장에 쓰인 것을 말한다. 이를 단순히 ‘명사구’라 칭하지 않은 것은, ‘명사구’라면 조사구를 이루는 성분일 수도 있고, 보조사구를 이루는 성분일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구성의 성분으로 쓰인 명사구와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무조사구를 정식으로 일컫는 말은 ‘무조사 명사구’일 것이다. 여기서 ‘무조사구’는 ‘무조사 명사구’를 줄인 말로 쓰기로 한다.
그동안은 무조사구를 격조사구에서 격조사가 생략되거나 탈락한 것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무조사구를 격조사의 생략이나 탈락으로만 본다면, 무조사구의 고유한 가치는 올바로 분석될 수 없다는 것이 졸저 (2007a)의 기본적인 생각이었다.(60쪽) 반활성적 구성 가운데 전형적인 예로 여겨지는 ‘~에 대하-’를 구별해 내고 그 특이성을 추출하는 데 힘을 쏟았다. ‘~에 대하-’ 구성과 행위 동사 구성의 차이로 주목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에 대하-’ 구성의 ‘대하-’는 어말 어미의 결합에서도 제약을 보이고, 선어말 어미의 결합에서도 제약을 보여, 어미 결합에서 상당한 제약을 가진다. 둘째, ‘대하-’의 선행 성분에 대한 조사의 쓰임에서도 관계어 구성의 ‘대하-’는 ‘에’ 조사만을 취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행위 동사 ‘대하-’가 다양한 구성을 이루면서 다양한 조사를 취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에’ 뒤에 쓰일 수 있는 보조사에도 많은 제약이 있다. 셋째, 관계어 구성 ‘~에 대하-’는 형태적 구성과 같이, 고정적인 구성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관계어 구성 속에 때로 ‘직접’과 같은 부사가 쓰일 수도 있고, 보조사도 쓰일 수 있다. 관계어 구성이 형태적 구성과 유사한 특성을 가지게 되는 것은 재구조화에 의한 것이다.(218쪽) 접속 구성에서도 재구조화가 포착된다. 특히 대등 접속 구성에서 재구조화가 일어나는 것은, 구성의 핵이 이루는 구조와, 어휘 요소가 이루는 관계와의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이 재구조화를 촉발하는 것으로 보았다. 원리적으로 접속 조사가, 접속되는 명사구 사이에 놓일 수는 없다. 접속 조사는 선행 명사구를 보충어로 선택하는 핵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구성에서 성립하는 관계에 대한 인식은, 접속되는 두 명사구를 대등한 자격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접속 조사를 접속 부사처럼 인식하게 한다. 대등 접속의 어미구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접속 조사와 마찬가지로, 접속 어미도 접속되는 용언 성분의 중간에 놓일 수 없다. 그러나 그 구조에 대한 인식은 선후행 용언을 대등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가상 구조에서 행해지는 재구조화라고 할 수 있다. 재구조화에 의하여, 접속 어미는 접속 부사와 같은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러한 검토를 통하여, 동일 주어에 대한 긍부정의 이접 구성에 나타나는 ‘말-’이 독립적인 용언의 지위를 가진 요소라기보다는, 문법화를 통하여 어미의 일부로 재구조화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445쪽) 어떤 구성에서는 서술성 명사에 수식 성분을 덧붙일 수 없고, 서술성 명사를 관계 명사로 하는 관계 구성을 이루기 어려운 예가 목격된다. 이에 대해서는, 연어 구성에 다시 재구조화가 적용되어, 강-어휘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았다. 재구조화가 적용되어 강-어휘화를 유발한다고 하여, 그것이 곧 단일 어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재구조화는 여전히 모어 화자의 구조에 대한 직관을 반영하는 것으로, 원래의 구조로 회귀하는 일이 가능하다. 단일 어휘화는 무조사 명사구와 서술어가 재구조화하여 하나의 서술어처럼 행동하는 경우에 이루어진다. 이 경우는 원래의 구조로 회귀하지 않는다.(614쪽) 보조 용언은 대부분 양태적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싶-’은 ‘생각되-’와 같은 의미를 가지는 보조 용언으로, 인식의 내용이 되는 내포절 명제들은 그 형식은 매우 다양한 것을 특징으로 한다. 내포절이 현재의 일을 가리킬 경우 확실성을 나타내고, 미래의 일을 가리킬 경우 가능성의 양태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내포절이 가령 ‘갔다, 갔지, 갔었지, 갔구나’와 같은 경우는 확실성을 나타내고, ‘갔겠다, 갔는가, 갔나, 갔을까’와 같은 경우는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고 싶-’의 ‘-고’절은 희망의 내용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희망은 확실한 일이라기보다는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나, -는가’ 내포절은 추측의 내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현재의 일에 대한 추측일 경우, 가령 ‘가나, 가는가’는 가능성의 양태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고, 미래의 일에 대한 추측일 경우에도, 가령 ‘가나, 가는가’는 가능성의 양태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을까’ 내포절도 가능성의 양태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796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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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조사구와 무조사구의 재구조화 및 어휘 범주, 양태 표현, 형태음소적 측면에서 재구조화를 살펴보며 그 가역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제9장에서는 조사가 핵이 되는 구성에 재구조화가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검토하였다. 재구조화 현상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어진 문장의 통사 분석이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적용된 것은 1권에서 다루렀던 ‘격 어휘론자 가설’에 입각한 ‘가변 중간 투사론’이다. ‘격 어휘론자 가설’은 통사적인 격에 관한 한 그 정보는 모두 어휘부에 주어진다는 것이고, 통사 분석은 제1차적으로 그것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종래에는 보조사구와 격조사구 및 무조사구의 기능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않고 대략적인 기능을 중심으로 그 성격을 구명해 왔다. ‘철수는 학교에 갔다’에서 ‘철수는’은 흔히 주어로 분석하나, 정밀한 통사 분석에서는 결코 주어로 분석할 수 없는 것이다. ‘철수 학교 갔다’의 ‘철수’나 ‘학교’와 같은 무조사구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보조사구나 무조사구를 그 관련 문장 성분의 기능을 중심으로 파악하는 것은 모어 화자의 직관적인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재구조화의 성격을 띠는 것이다. 재구조화된 부사가 가지는 논항은 재구조화된 어휘 항목이 새롭게 요구하는 논항으로 보았다. 관계어 구성에 대하여 활성화(活性化)의 개념을 도입하여, 조사나 용언이 형태·통사적으로 자기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구성을 활성적 구성, 그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는 구성을 비활성적 구성, 그 중간 정도의 구성을 반활성적(半活性的) 구성으로 구분하였다. 여기서는 역사적으로 주격 조사의 발달과 관련되는 재구조화도 다루었다. 한국어의 역사에서 주격 조사가 쓰이지 않던 시대를 확인할 수 없으나, 중세에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 내려올 때, 눈에 띄는 현상은 주격 조사의 종류가 많아지고 새로운 형태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어느 때에는 주격 조사가 없던 시기가 있었을 것으로 가정해 볼 수 있고, 어느 시대에 주격 조사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가정해 볼 수 있다. 또한 현대의 ‘께서’가 과연 보조사로 분석될 수 있는 것인가도 검토하였다. 저자는 동일한 형태의 처격 혹은 출격 조사가 우선은 주체 영역 표지로 재구조화된 것으로 보았다. 뿐만 아니라 ‘단체 주격 조사’로 불리는 ‘에서’에도 진정한 주격 조사를 가진 주어가 상정될 수 있음을 중시하였다. 즉, ‘에서’를 일종의 주제 표지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보아, 주어가 나타나지 않고 ‘에서’ 성분이 주어로 인식될 때, 그에는 다시 재구조화가 적용된는 것이다. 또한 접속 구성에서도 재구조화가 포착된다. 접속 조사는 접속되는 명사구 사이에 놓일 수 없는데, 이때 접속 조사구를 접속 부사처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구조화에 의하여 접속 어미구는 접속 부사와 같은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제10장에서는 어휘 범주와 관련되는 재구조화를 다루었는데, 보조 용언 구성과 관련되는 재구조화, 부정 극어의 허가와 관련되는 재구조화, 장거리 어순 재배치와 관련되는 재구조화, 의문사-의문과 관련되는 재구조화, 지정 형용사 ‘이-’와 관련되는 재구조화, 기능 동사 혹은 연어 구성과 관련되는 재구조화, 심리 형용사 구성의 주어 인식과 관련되는 재구조화 및 주격 중출 현상과 관련되는 재구조화를 다루었다. 정밀한 통사 분석에서 보조 용언은 원리적으로 상위 동사로 분석되어야 한다고 파악하고 부정 극어와 관련하여서는 그 허가 조건을 검토하였다. 가장 핵심적인 부정 극어 허가 조건은 ‘동절 성분 조건’인데, 약한 서술어와 그에 딸린 요소들이 ‘있지만 없는 것’과 같이 취급되는 재구조화에 의하여 동절 성분 조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보았다. 장거리 어순 재배치에 대해서는 그에 작용하는 재구조화 현상에 초점을 맞추어, 주로 그 가상 구조가 어떻게 성립하는가를 다루었다. 목적어 위치를 가지지 않는 동사에 대하여 하위절 성분이 상위절에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을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은 사유 동사나 언급 동사가 ‘투명 동사’의 성격을 가진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의문사구와 의문 어미에 대해서는 의문사와 의문 어미가 같은 절에 있을 때 ‘동절 성분 조건’을 지켜 성립하는 것으로 보았다. 즉 내포절의 의문사가 재구조화에 의하여 상위절 어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가상 구조에서 의문사와 의문 어미가 ‘동절 성분 조건’을 지키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지정 형용사 ‘이다’와 관련해서는 ‘이다’의 활용 및 ‘이다’가 선행 요소와 함께 단일한 서술어처럼 분석되는 현상을 다루었다. ‘이다’와 관련되는 다른 현상은 ‘이다’가 선행 성분과 함께 하나의 서술어처럼 분석되는 현상이다. ‘누구와 친구이다’의 ‘누구와’는 ‘친구이다‘라는 재구조화된 서술어가 요구하는 논항으로 분석된다. 기능 동사 구성은 흔히 서술성 명사가 주어 혹은 목적어의 위치에 오고, 서술어에는 의미 내용을 거의 가지지 않는 경동사적인 동사가 쓰이는 구성을 말하는데, 저자는 이에 대하여 연어적 접근을 제안한다. 연어 구성은 준-어휘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지만, 원래의 구조로 회귀하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일 어휘화는 무조사 명사구와 서술어가 재구조화하여 하나의 서술어처럼 행동하는 경우에 이루어진다. 주격 중출문과 관련해서는 대표적으로 심리 형용사 구문을 다루었다. ‘나는 그가 좋다’와 같은 예에서 ‘나는’은 ‘나에게는’으로 바뀔 수 있는데, 이러한 교체는 주어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제11장에서는 한국어에서의 양태의 문제를 다루었다. 양태의 성격은 흔히 ‘명제에 대한 화자의 태도’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에는 ‘명제’가 무엇인가 하는 기본적인 문제에서부터 ‘화자의 태도’가 무엇인가 하는 다소 실천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가 포함된다. 양태가 ‘문법 범주’인가 ‘의미 범주’인가 하는 것조차 명확치 않다. 양태는 ‘의미 범주’라는 것이 여기서 우리의 기본 입장이다. 따라서, 양태 표현에는 선어말 어미나 어말 어미가 관여할 수도 있고, 동사나 형용사와 같은 용언이나 양태 부사나 양태 명사 등 어휘적인 범주도 참여할 수 있다. 그 범위는 매우 광범위한 것이 된다. 저자는 양태의 정의에 포함되는 ‘명제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명제의 성립성’을 뜻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때 양태의 기본적인 성격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첫째, 양태는 명제를 대상으로 한다는 명제 조건이고, 둘째, 양태는 ‘화자’(의문문에서는 ‘청자’)의 명제에 대한 태도를 나타낸다는 참여자 조건이고, 셋째, 양태는 명제의 가능성, 개연성, 확실성의 표현과 관련된다는 성립성 조건이다. ‘어휘 성분과 양태’에서는 양태성 용언을 검토하였다. 양태성 용언은 보조 용언이 아닌 일반 용언으로, 양태적 구성을 이루는 용언을 말한다. 따라서 보조 용언은 대부분 양태적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일에 대한 추측일 경우, 가능성의 양태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고, 미래의 일에 대한 추측일 경우에도 가능성의 양태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을까’ 내포절도 가능성의 양태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관용 표현 구성과 양태 및 ‘-을 수 있-/없-’과 같은 구성이 가지는 재구조화적 특성을 다루었다. ‘-을 수 있-’은 기본적으로 가능성의 의미를 표현하고, ‘-을 수 없-’은 기본적으로 불가능성의 의미를 표현하여, 이들을 재구조화된 선어말 어미의 일종으로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아니, 못, 아니하-, 못하-’의 부정과 관련하여 그 쓰임이나 의미가 특수한 경우가 있으므로, 각기 독자적인 존재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았다. 양태 부사와 양태 명사에 대해서도 그 존재성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은 양태가 문법적 요소에서도 인정될 수 있고, 어휘적 요소나 성분에서도 인정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 양태가 의미론적인 현상임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았다. 제12장에서는 음운론적 재구조화 혹은 형태음소적 재구조화를 다루었다. 음운론적 재구조화에서 재구조화를 정의하는 술어가 ‘기저 구조의 변화’와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형태·통사적 재구조화와 원리적으로 어떠한 차이를 가지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음운론적 재구조화 혹은 형태음소적 재구조화가 형태·통사적 재구조화가 그 성격을 같이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재구조화 논의는 그만큼 지지를 받는 것이 될 것이다. 형태·통사적인 재구조화에는 범주에 대한 재구조화와 함께 구조에 대한 재구조화가 포함된다. 형태·통사적인 재구조화는 모어 화자의 범주나 구조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그것이 반드시 정밀한 통사 분석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음운론적 재구조화 가운데 통시적 (通時的)인 것은 고정적이며 확정적이어서 비가역적(非可逆的)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지만, 공시적인 것에는 모어 화자의 형태음소에 대한 인식이나 형태음소의 변화에 대한 인식이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부분 형태·통사적인 재구조화와 같은 성격을 공유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형태론이나 통사론에는 형태음소와 같은 것은 없다. 형태음소는 형태소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의미나 기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형태론이나 통사론에서는 그와 같은 단위를 다루지 않는다. 음운론적 재구조화가 형태론이나 통사론적 재구조화와 차이를 가진다면, 그 다루는 대상이 이러한 차이를 가지는 데서 오는 것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