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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 20년
그 세월의 무덤 지금 그가 내 앞에서 낯선 시간 속으로 해설 / 눌변의 문학_ 김형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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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곳이 이름 붙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현실이 아닌 것 같고,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는데, 하지만 이젠 어느 틈에 그 반대가 된 거야. 이제 난, 아직 이름은 없지만 엄연히 우리 앞에 놓인 이 확실한 현실들을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아. 또, 이런 표현이 어울릴까, 그 현실과 마주 서는 고뇌를 가지고 춤출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한다면. 문 창호지에 비쳤던 네 몸짓같이 말이야. 그리고, 이건 보다 중요한 말일지도 모르는데, 앞으로 헤쳐 나갈 앞날이 참담하고 어렵게 느껴지긴 하지만, 어쨌든 이제야 난 싸울 수 있을 것 같아. 내 식으로, 모든 것과. 삶, 관계, 또 모든 것, 정치나 사회 같은 것들과도… 이를테면, 난 존재하기 시작한 거야.
---「낯선 시간 속으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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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원하는 한국 현대소설 시리즈 [문지클래식]이 자랑스러운 여섯 권의 작품집으로 첫발을 떼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간행한 도서 중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 작품’들로 구성된 [문지클래식]은 ‘고전classic’의 사전적 정의에 충실한 동시에 현 세대가 읽고도 그 깊이와 모던함에 신선한 충격을 받을 만한 시리즈이다. 한국전쟁 이후 사회의 모순과 폭력을 글로써 치열하게 살아내며, 한편으로 인간의 근원적 욕망과 인류사적 과제를 놀라운 감각으로 그려낸 한국 문학사의 문제작들이 한데 모였다. 의미적 측면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폭넓은 독자들에게 깊이 사랑받으며 지금까지 중쇄를 거듭해온 문학과지성사의 수작들이다. 1차분 도서로 선정된 이 여섯 권의 소설은 엄격한 정본 작업과 개정을 거쳐 세련된 장정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20여 년간 간행되어온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도서 중 일부를 포함, 그간 우리 문학 토양을 단단하고 풍요롭게 다져온 작품들로 앞으로 더욱 충만해질 [문지클래식]은, 각 작품들의 현대적 가치를 새롭게 새기고 젊은 독자들과 시간의 벽을 넘어 소통해낼 준비를 마쳤다. 우리 사회 가장 깊은 곳에 마르지 않는 언어의 샘을 마련할 [문지클래식]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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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의 형식 ‘속에서’, 혹은 그 형식을 ‘통해’ 이인성의 인물들은 역설적인 눌변으로 말한다. ‘그들’의 언어와 다른 언어로 실재와 대면하는 일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그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려운 일인지. 내 말과 욕망과 행위의 주체가 된다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눌변의 언어와 지연의 형식은 이인성이 소설이 ‘어쩔 수 없이’ 택한 전략이다.
- 김형중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