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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팬덤을 다시 상상하기
1장 서론 2장 팬 스테레오타입과 재현 3장 텍스트를 넘어서 4장 병리학적 전통 5장 사람들은 어떻게 팬이 되는가 6장 팬 실천 7장 팬덤, 젠더, 성적 성향 8장 신화, 컬트, 장소 9장 온라인, 오프라인 팬 공동체 10장 팬덤 연구하기 11장 결론: 팬덤 연구의 최전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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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세계와 다른 세계를 상상해보려는 시도야말로 팬덤의 가치를 재발견하려던 팬 연구들의 핵심이었다. 『텍스트 밀렵꾼들』에서 젠킨스의 질문은 “만약 팬덤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스테레오타입화되지 않거나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지 않았다면?”이었다. 과거의 이론과 접근법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그에 도전하는 『팬덤 이해하기』 같은 학술 작업에서는 ‘만약 ~라면’이라는 질문을 계속하는 시도가 중요하다. _ 16쪽, “팬덤을 다시 상상하기”
우리 대부분은 어떤 면에서 틸과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사실 우리 개개인이 자신의 열정과 정체성에 대해 중요한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되는 그런 순간은 일상생활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음악회에 가고, 음반을 수집하고, 영화를 즐기고, 텔레비전을 본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나 TV 프로그램이 있다. 그 매혹의 대상이 스팅이나 [스파이더맨]이든, 마릴린 먼로나 [트와일라잇]이든,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어떤 의미에서는 팬이라고 생각한다. _ 20쪽, “1장 서론” 심지어 1990년대 중반에도 팬들은 여전히 주변적인 집단으로 간주되었다. 그 당시 해링턴과 비엘비가 ‘전국팬클럽협회’의 말을 인용해서 설명했듯이, “협회의 명시적인 목표 중 하나는 팬과 팬클럽에 대한 공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었다. 최근 들어 다소 변하긴 했지만, 팬덤을 비판하는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 팬들은 다소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알려져 왔다. …… 그렇지만 이른바 컬트 팬은 현실이라기보다는 신화이며, 수용자들의 행동에 대한 시대에 뒤떨어진 편향된 이해에 기반을 두고 있다”. _ 68~69쪽, “2장 팬 스테레오타입과 재현” 경사길 논증은 팬덤이 아니었으면 정상적이었을 사람이 대중문화에 관여해서 폭력적으로 미쳐버리고 살인 강박에 사로잡히는 왜곡된 여정을 경험한다고 가정한다. 이 논증은 그러므로 정상, 약간의 일탈, 위험한 행동에 이르는 다양한 사례를 작위적으로 연속적인 심리 진행 단계로 바꿔버리고, 이를 다시 이상화된 어떤 개인이 겪는 여행으로 상상한다. 경사길 모델은 논리적인 듯 보이지만, 고립된 일부 사례를 가지고 가설을 만들고, 그 가설로 논의를 이끌어가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팬덤을 심각하게 잘못 해석하고 또 잘못 재현해서 팬덤을 정신질환과 혼동하게 만든다. _ 150쪽, “4장 병리학적 전통” 팬픽은 장르별로 이름이 있는데, 대표하는 예로 젠픽, RPF, 슬래시를 들 수 있다. 젠픽은 성적이거나 로맨스와 관련된 플롯 라인을 자제하고 일반적인 관심사를 다룬 픽션이다. 폭력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장르인 다크픽도 여기에 속한다. 또한 팬들은 가령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에 닥터 후가 등장하는 차원이동물을 쓰기도 한다. RPF는 실재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픽션이라는 뜻으로서 셀레브리티의 삶을 픽션화한 것이다. 슬래시는 동성 간의 신뢰나 친밀함, 에로티시즘에 관한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자세히 논의할 것이다. _ 255쪽, “6장 팬 실천” 예를 들어, 1980년대까지 400여 개의 [스타트렉] 팬진이 있었는데, 그 상당수를 여성들이 쓰고 편집했다. 그 쇼의 창안자인 진 로덴베리가 우주에서 사회적 평등의 가능성을 선언했음에도, 초창기 시리즈에서 엔터프라이즈호에 승선한 여성들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비천한 보조직이었고, 드라마 속에서 ‘여자들’로 불리면서 남성 주인공들의 일시적인 애정의 대상으로서만 주목받았다. 또한 대체로 그녀들은 억압받는 노동자이거나 감정적 파탄자로 묘사되었다. 그래서 여성 팬진 작가들은 우후라 장교라는 배역을 통해서, 행성연방 남성들이 지닌 가부장적 전제, 예를 들어 여성은 전쟁에서 함대를 이끌 수 없다는 생각이 여성에게 유리천장임을 폭로하려고 했다. _ 302~303쪽, “6장 팬덤, 젠더, 성적 성향” 인터넷으로 팬 활동이 이전보다 공개적이 되고 일반 컴퓨터 사용자들이 미디어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게 되면서, 지적재산권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조직과 개인들은 이러한 변화에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머드 게임이나 게시판에 참여하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셀레브리티 사진으로 가득 찬 ‘성지’를 구축하고, 웹 링, 포럼, 뉴스그룹, 블로그, 위키, 팬클럽 페이지를 만들고, 소셜네트워크의 시대를 신속하게 수용하는 등, 사실 팬들은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의 얼리어답터였다. _ 347쪽, “9장 온라인, 오프라인 팬 공동체” 학자가 권위 있는 비평가로서 널리 존경받던 수십 년 전에는, 대중문화(재미있지만 하찮다고 인식되던 대상)를 연구하는 일은 대학이 상업적 압력에 굴복했거나 가장 훌륭한 상태의 인간문화를 보존해야 한다는 명령을 방기한, 위험한 일로 여겨졌다. 그런 환경에서 매스컬처와 수용자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가차 없이 비판적이지 않으면, 하찮은 대상을 연구하는 하찮은 연구로 여겨졌다. 즉, 대중문화연구는 대중적 인기를 문화적 가치로 잘못 등치시키고, 학술적 권위를 깎아내리며, 시간을 낭비하고,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잘못된 것을 찬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_ 384쪽, “10장 팬덤 연구하기”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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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과 팬 문화를 다룬 가장 종합적인 연구서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팬 문화, 팬이란 무엇인가? 얼마 전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을 때, 인터넷 드라마 게시판에서는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최택)’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팬들 사이에서 설전이 오갔다. 여자 주인공이 어떤 남자 주인공과 이어지는가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팬이 아닌 사람 입장에서는 왜 그런 드라마 속 이야기에 열을 내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러한 싸움이 벌어진다는 것은 팬들이 그만큼 드라마에 몰입한다는 뜻이었으며, 그러한 관심은 결과적으로 드라마의 대성공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이렇게 가상의 작품 속 주인공들의 연애 관계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외국에서는 ‘짝짓기 전쟁(ship war)’이라고 불리는 팬들의 행동 양식 가운데 하나다. 또한 좋아하는 만화나 영화 속 주인공의 의상을 따라 입는 ‘코스프레’는 이미 보통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는 팬덤 용어다. 팬 문화는 어느새 우리 삶 속에 친숙하게 자리하고 있고 우리는 이미 한 사람의 팬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익숙하다. 그렇다면 한 번쯤 이런 의문을 품어볼 법도 하다. 팬이란 무엇인가? 팬은 팬이 아닌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 팬이라는 이름에 덧씌워진 오해, 오해와 고정관념에 맞서 팬덤의 가능성을 모색하다 한편에서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따라 팬 문화가 일상화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팬 문화는 여전히 이상한 사람들의 유별난 취향으로 인식된다. 특히 팬덤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데, 팬덤에 깊이 빠져들다 보면 좋아하는 대상에 집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엽기적이거나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다는 ‘경사길 논증’이 대표적인 사례다. 많은 영화나 소설, 영화에서 재현된 집착하는 팬의 모습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팬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이미지가 현실과는 별 관련이 없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팬이 일탈적인 행동을 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으며, 팬이 되는 것과 일탈적인 행동은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큰 관련이 없다. 또한 이 책에서는 팬들이 단순한 소비자이며 그들이 상업적인 미디어 생산물을 수동적으로 수용하기만 한다는 시각에도 반론을 제기한다. 팬은 단순히 텍스트를 즐기는 것을 넘어서, 텍스트를 변용하고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기도 한다. 팬진이나 팬픽의 형태로 시작되었던 팬들이 만든 2차 창작물은, 최근에는 원래의 팬 대상에 영향을 주고 그것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팬들은 미디어 생산물을 보고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며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구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팬들이 단순한 소비자 또는 수용자라는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들의 활동에 주목해야 할 당위성을 제공한다. 가장 종합적이고 사려 깊은 팬덤 연구서 『팬덤 이해하기』는 다양한 차원에서 팬덤과 팬 문화, 팬 실천을 고찰하지만 정작 ‘팬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단일한 해답을 내놓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왔던 모든 해답이 나름 일리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해답들로는 포괄할 수 없는 새로운 팬 활동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팬이 무엇이라고 고정된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팬 활동을 살펴보면서 그 활동이 지닌 의미를 찾는 데 집중한다. 또한 팬이면서 동시에 팬 연구가인 사람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바람직한 팬 연구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이나 영화, 음악, 드라마, 만화 같은 미디어 생산물에 매우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 생산물 가운데 어떤 것에는 애착을 가진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팬이다. 이러한 현실은 팬 개념과 팬의 행동이 탐구할 만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밝히는 것처럼 이 분야가 진지한 탐구의 대상이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 이 분야를 심도 있게 탐구한 결과물이 그리 많지 않고, 『팬덤 이해하기』만큼 다각도로 팬 현상을 탐구한 책도 아직까지는 없다. 『팬덤 이해하기』는 최근 확산되는 새로운 팬 현상과 팬 활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가장 적합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