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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di Pico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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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는 등을 꼿꼿이 세운다. “루스는 우리 병원에서 가장 훌륭한 간호사에 속합니다, 바우어 씨. 불만이 있으시면 정식으로-”
“저 간호사나 저렇게 생긴 다른 간호사에게는 절대 내 아기를 맡기지 않을 겁니다.” 아기 아빠가 마리의 말을 자르며 가슴 위로 팔짱을 낀다. 내가 병실을 비운 동안 그의 셔츠 소매가 걷혀 있었고, 손목에서부터 팔꿈치까지 새겨진 남부연합기 문신이 보인다. 마리는 말을 멈춘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다. 그러다가 한 대 맞은 듯이 깨닫는다. 저들이 못마땅한 것은 내 일처리가 아니다. 나 자체다. --- p.33 “아뇨.” 나는 솔직하게 인정한다. “하지만 법정에서 인종 이야기를 꺼내는 건 너무 위험해요.” 그러고는 몸을 앞으로 내민다. “당신이 차별받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에요, 루스. 이번 재판은 그 이야기를 할 때와 장소가 아니라는 말이에요.” “그럼 언제 하죠?” 루스가 달아오른 목소리로 묻는다. “아무도 법정에서 인종 이야기를 안 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겠어요?” --- p.270 지난 서너 달 동안 조금이라도 배운 것이 있다면 우정은 연막이라는 사실이다. 고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사실은 거울과 빛이다. 그러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당연하게 여겼던 사람들, 하지만 내 토대가 되어준 사람들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1년 전이었다면 난 코니와 내가 친하다고 말했으리라. 하지만 우린 마음이 통했다기보다 그저 곁에 있었을 뿐이다. 친하게 지내야 하는 사이였다. 서로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고, 목요일 저녁마다 타파스를 먹으러 갔던 이유는 공통점이 많아서가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너무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마음먹고 상대에게 자신의 언어를 가르치기보다는 간단한 대화를 이어나가는 편이 쉽기 때문이다. --- p.463 나는 재판이 정식으로 허가받은 인신공격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재판은 심리전이고, 따라서 피고의 갑옷에 붙은 비늘은 한 번에 하나씩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피고 자신도 검사의 말이 맞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든다. 만약 내가 고의로 한 짓이라면 어떻게 될까? 내가 망설인 이유가 마리가 쓴 포스트잇 때문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복수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면? --- p.4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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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서 들리는 이상음을 의사가 확인했는지 보려고 차트를 집어 든다.
하지만 차트를 펼쳐보니 진홍색 포스트잇에 이렇게 적혀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간호사는 이 환자를 돌보지 말 것”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뿌려 온 조디 피코(Jodi Picoult)는 평단의 찬사와 독자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 내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녀는 가정 폭력, 장기 기증, 맞춤아기, 왕따, 총기 난사 사건 등 사회의 민감한 이슈를 소재로 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겪게 되는 인간의 딜레마를 유려한 필치로 그려내는 것 또한 조디 피코의 특기다. 그녀의 신작『작지만 위대한 일들』역시 ‘인종’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아주 효과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소설의 주인공 루스 제퍼슨은 20년 넘게 한 병원에서 근무한 분만실 간호사다. 남편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파병되었을 때 전사하고, 혼자서 장학생인 아들 에디슨을 키우며 산다. 백인들이 사는 동네에 살며, 루스가 일하는 병원의 출산 병동에도 흑인 직원은 그녀뿐이다. 명문 예일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문직을 갖게 된 루스는 인종은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난 내가 대접 받고 싶은 대로 그들을 대한다. 다시 말해 피부색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그들이 가진 장점에 근거해서.”라고 그녀는 말한다. 혹은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시켜 백인들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따라서 백인 우월주의자인 터크와 브리트니 바우어 부부가 루스에게 자기의 아기를 맡기지 않겠다고 하고, 병원 측에서 그 요구를 들어주었을 때 루스는 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이튿날 루스와 아기 단 둘만 남는 상황이 발생하고, 아기는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을 겪다 결국 사망하고 만다. 그 후로 루스의 삶은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나락으로 떨어진 루스는 비로소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이전까지는 그저 받아들였거나 무시했던 인종 차별과 미묘한 차별을 깨닫는다. 그녀가 다가가면 얼른 가방을 집어 드는 노부인이라든가, 에디슨이 흑인치고는 공부를 잘한다고 말하는 동료, 루스보다 어리지만 백인인 간호 실습생을 그녀의 상사라고 생각하는 환자 등등. “전에는 정말 이런 차별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아니면 내가 일부러 눈을 꼭 감고 다닌 걸까?” 루스는 생각한다. 이야기는 흑인 간호사 루스, 그녀의 백인 변호사 케네디, 루스를 고소한 백인 우월주의자 터크, 이렇게 세 사람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각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심리묘사가 워낙 생생한 탓에, 독자는 각 인물들에게 더 깊이 공감하며 이해하고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같은 상황에서 이들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다르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은『작지만 위대한 일들』만의 커다란 재미다. 조디 피코는 ‘작가의 말(권말 수록)’을 통해 도발적일 만큼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우리는 ‘인종주의’라는 단어를 ‘편견’과 동의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종주의는 단지 피부색에 바탕을 둔 차별이 아니다. 제도 안에서 누가 권력을 가졌는지의 문제이다. 유색인이 인종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 성공하기 어렵듯이, 백인은 그만큼 이익을 얻어 더 성공하기 쉽다. 그 이익이 무엇인지는 고백하기는 둘째 치고, 알아차리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써야만 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라는 묵직한 주제를 자연스럽게 성찰하는 기회를 준다. 차별은 흑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 체류한 적 있는 많은 한국인들이 '내가 겪은 차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보기 드문 광경이 아니듯이. 인종차별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피하거나,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살아 왔던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접근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작가의 의도이기도 했다. 그리고 조디 피코는 결국 그 야망을 완벽하게 성취해 냈다. 이런 점이야말로 그녀의 작품들이 미국 토론 프로그램에서 자주 화제로 오르내리는 이유다. 『작지만 위대한 일들』는 [헬프]에서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하녀 에이블린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바이올라 데이비스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고, [라라랜드] 팀이 프로듀싱에 참여해 영화화될 예정이다. 작가의 말 이 책의 제목을 지을 때도 또 한 번 고심했다. 내 오랜 팬들이라면 원래는 이 책의 제목이 달랐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작지만 위대한 일들’은 종종 인용되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말, “만일 내가 위대한 일을 할 수 없다면, 작은 일을 위대하게는 할 수 있습니다.”를 참고로 했다. 하지만 백인으로서 내가 저 말에 담긴 정서를 다르게 표현할 권리가 있을까?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백인들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인용해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데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 책에서 루스와 케네디는 다른 사람에게 지속적이고 위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소한 일을 했다. 게다가 인종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한 많은 백인에게 킹 목사의 말은 종종 그 여정의 첫 걸음이 되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대로 표현하기 힘들어하는 주제인 인종 차별에 관한 그의 연설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겸손하게 만든다. 게다가 개개인의 변화가 인종주의를 완전히 타파할 수는 없다고 해도(점검해야 할 시스템과 제도가 있기 때문에) 인종주의를 영속시키거나 부분적으로 해체하는 것 또한 작은 행동을 통해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그리고 사람들이 킹 목사에 대해 더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이 제목을 선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