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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 아기 상상도
죽음이 불러온 추억 _ 08 시선의 덫 __ 18 괴물처럼 아름다운 여자 __ 28 닮은꼴과는 거리가 먼 가족들 __ 43 | 2장 | 떠도는 겉씨식물들 따돌림의 예감 _ 74 우등생과 왕따와 방관자 _ 83 어머니는 내 안에서 죽은 지 오래 _ 111 공범들의 미소 _ 120 살풍경한 집 _ 139 미녀의 숨겨진 삶 _ 168 | 3장 | 타고난 창녀 - 「유리코의 수기」 음탕한 피 _ 184 첫 남자, 카알 숙부 _ 189 요부에서 창녀로 _ 199 남자에게 잡아먹히는 여자 _ 209 손가락이 닮았다 _ 219 장난감 소녀 _ 229 첫 번째 뚜쟁이 _ 239 돌부처 옆의 창녀 _ 249 몸 하나로 살아가는 삶 _ 258 | 4장 | 일그러진 청춘 Q여고의 먹이사슬 _ 270 연애라는 전염병 _ 314 잔인한 친절 _ 332 밤에 걸려온 전화 _ 350 | 5장 | 살인자의 회한 - 「장제중의 진술서」 매춘부 살인사건의 전말 _ 362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 _ 382 여동생을 닮은 창녀 _ 435 | 6장 | 발효와 부패 전락한 천재 _ 474 나의 아름다운 유리오 _ 519 미움과 혼란의 일기 _ 542 | 7장 | 모범생의 창녀기 - 「가즈에의 매춘 일기」 숙녀의 낮과 밤 _ 560 인기 없는 엘리트 여사원 _ 579 황야의 여성 7인조 _ 589 나는 새로운 말보로 할머니 _ 617 나의 대역, 유리코 _ 635 육체 바겐세일 _ 645 창녀의 애원 _ 681 사실로 드러난 창녀 괴담 _ 700 나는 어디에? _ 710 | 8장 | 검은 영혼 내 안의 그들 _ 730 우리의 운명 _ 742 |
Natsuo Kirino,きりの なつお,桐野 夏生,본명 : 하시오카 마리코(橋岡 まり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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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소녀인 우리는 우리가 입을 상처를 무엇인가로 방어하고, 더 나아가 공격해야 했습니다. 계속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가는 삶의 흥미를 잃게 되고 굴욕감을 가진 채 앞으로 기나긴 인생을 살아갈 수 없게 되어 버릴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나는 악의를, 미쓰루는 두뇌를 갈고닦았던 것입니다. --- p.105
나에게 생존이란 남자와 어떻게 싸워나가느냐는 것이었다. --- p.187 나와 관계한 남자들은 누구나 다 뭔가를 상실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이때였다. 그렇다면 나는 영원히 새로운 남자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내가 창녀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 p.193 황홀함과 그와 같은 크기의 공허함을 함께 안고 있는 직업. 이것을 언니가 할 수 있겠어? 나는 열다섯 살부터 창녀가 되었어. 남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내 최대의 적은 남자라니까. 남자에게 부서지고 여자인 나 자신에 의해 망가지는 여자가 나야. --- p.209 내 몸은 나의 것이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다. 나를 사랑하려는 사람은 내 몸까지 지배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사랑이 그처럼 부자유스러운 것이라면 나는 평생 몰라도 된다. --- p.262 햇빛이 모자라서 광합성을 하지 못하면 그 식물은 말라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솎아지는 운명에 처하고 싶지 않으면, 빛을 차단하는 키 큰 식물을 쓰러뜨리거나 광합성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무언가로 자신의 존재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 p.292 이루지 못한 꿈은 쉽게 증오로 바뀝니다. --- p.471 밀도가 낮아지면 생물은 단독 생활을 하는 고독상이 되고, 밀도가 높아지면 형태에 변화를 일으키면서 집단으로 사는 군생상이 된다. 하지만 여학생들은 고독상이 될 수 없다는 느낌이 자꾸만 든다. 생존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야. 성적, 성격, 경제적 기반뿐이라면 또 모를까, 무엇보다도 타고난 외모라는 어쩔 수 없는 것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복잡한 양상으로 뒤엉켜서 하나에서 이기면 다른 것에서는 지는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곳에 내가 직접 히라타라는 슈퍼급 여학생을 집어넣은 거야. --- p.512 균형을 잡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균형을 잡지 않으면 이 나라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남자에 대한 동경과 혐오. 회사에 대한 충성과 배신. 내 안의 자존심과 진흙. 진흙이 없으면 자존심이 빛나지 않고, 자존심이 없으면 진흙 속에 발이 빠져버린다. 양이 다 있어야 나라는 인간은 살아갈 수 있다. --- p.561 같았어. 남자란 모두 마음이 약해. 여자가 추하게 변했거나, 나이를 먹어서 우울해진 것을 견딜 수 없는 거야. 우리의 모습이 남자가 지닌 약점을 드러내 보이는 셈이지. 반면에 우리 같은 괴물을 좋아하는 남자는 쇠약이라든가 쇠퇴 같은 추악함을 즐기고 있는 거야. 우리를 좀 더 타락하게 해서 넝마로 만들고 최후에는 죽여버린다니까. --- p.677 여자가 몸을 파는 단 하나의 이유, 그것은 이 세상에 대한 증오입니다. 그것은 확실히 어리석고 슬픈 일이지만, 남자 또한 그런 여자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때도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한 순간이 섹스할 때뿐이라면, 남자도 여자도 어리석고 슬픈 것일까요? 나는 증오의 바다로 출항하여 언젠가 도달할 피안을 향해 달려갈 것입니다. --- p.749 |
대기업 여사원 매춘부의 낮과 밤의 이중생활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두 여자의 그로테스크한 삶의 이야기 1997년 3월. 도쿄 번화가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후반인 미모의 여성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다. 수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명문대학 출신인 이 여성은 낮에는 대기업에서 부실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일하고, 밤에는 번화가 뒷골목에서 푼돈을 받고 매춘 행각을 벌여왔던 것이다. 기리노 나쓰오의 『그로테스크』는 일본을 경악시켰던 일명 ‘도쿄전력 여사원 매춘부 살인’이라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현대 여성들의 괴물과도 같은 심리현상을 다루고 있다. 어느 날 ‘나’는 거의 알몸인 상태로 의문의 죽음을 맞은 ‘무척이나 싫어했던’ 여동생 유리코와 친구 가즈에의 인생 여정이 담긴 기괴한 일기를 배달받는다. 무섭도록 아름다운 관능미를 지닌 유리코. 그녀의 생존 본능은 ‘남자를 유혹’하는 것이었다. 일찍부터 외모를 이용해 남성들을 조정하는 법을 터득한 그녀는 15살에 이웃집 부자 아저씨를 유혹해 명문 중학교를 다니고 호사 생활을 누린다. “나의 첫 남자는 아버지의 동생 카알이었다…… 나는 어린애 나름대로 학습을 했다. 나에게 생존이란 남자와 어떻게 싸워나가느냐는 것이었다.” ‘오직 1등’에 모든 것을 걸며 살아온 모범생 동창 가즈에. ‘나’와 가즈에가 다녔던 Q여고는 소수 엘리트가 지배하는 냉엄한 계급사회의 축소판이다. 외모도 재력도 없는 가즈에는 외친다. “이기고 싶다. 이기고 싶다. 이기고 싶다. 1등이 되고 싶다. 누구에게나 실력을 인정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주류가 되고 싶은 그녀는 평범한 남색 양말에다 랄프 로렌 마크를 자수로 새겨 넣어 신고 다닐 만큼 고군분투한다.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의 부실장으로 승진하는 등 직업적 성공을 거두지만 어느새 밤에는 거리에서 푼돈을 받고 몸을 파는 이중생활에 빠져든다.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책상…… 밤의 해방이 없다면 나의 낮 동안의 세계도 붕괴할지 모른다…… 균형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좀 더 강해지고 싶다.” 이 소설은 냉혹하고 병든 사회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네 명의 여자가 시간의 톱니바퀴에 끼여 몸과 마음이 점점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의 구렁 속으로 빠져버린 이야기를 서로 다른 화자의 다각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현대 여성이 처한 상황을 밀도 있고 정밀하게, 그리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걸작이라 평가받는다. 각기 다른 화자들이 자신의 시각에서 본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등장인물 간의 모순의 골을 더욱 깊게 드러내며 누가 왜 어떤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없게 한다. 노련한 작가 기리노 나쓰오는 독자들에게 직접 그 해석을 하도록 맡긴 채 일절 해명하지 않는다. 동일한 사물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자신의 처지와 경험, 그리고 시각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천차만별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이 소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현실의 균열’에서 가속화된 끔찍한 ‘악의惡意’에 대해 이른바 ‘치유의 문학’적인 요소가 짙게 풍긴다는 점이다.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내면의 괴물적인 본능이나 충동을 이 소설은 깊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치유하게끔 한다. 어쩌면 그것은 망가져가는 주인공들을 내려다보면서 우월감에 젖어들거나 혹은 그런 괴물적인 인간과는 무관한 자신에 대한 안도감일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은 인간 모두의 내면에 스며들어 있고, 또 장차 스며들 여지가 있는 ‘현실의 균열’을 바로 보게 하고 도려내어 주는 철두철미한 작품구성과 표현이 돋보인다. 바로 그런 점이 이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일 것이다. |
괴물 같은 계급 사회의 어둠을 그려낸 소설, 순문학과 대중소설을 불문한 모든 문학 중에서 굴지의 걸작이다. 게다가 재미있기까지 하다. 하지만 동시에 무시무시한 소설이다. 현대 일본이 품고 있는 어둠이 이처럼 깊었던 것일까 하고 생각하게 한다.『그로테스크』는 평등이라는 사회의 기초 관념을 뒤흔드는 외모지상주의 문제를 되짚어봄으로써 터부시됐던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이다.
- 주조 쇼헤이 (문학평론가, 가쿠슈인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