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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더 월턴 강인한 색채를 지닌 성실한 비주류 시인 / 07
브라이언 윌슨 남부 캘리포니아 신화의 상실과 재생 / 37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17번 D장조 D850 부드러운 혼돈의 오늘/ 67 스탠 게츠 어둠의 시대, 천상의 음악 / 97 브루스 스프링스틴 미국 노동자 계급의 대변인 / 129 제르킨과 루빈스타인 전후 유럽의 대조적인 두 거장 피아니스트/ 161 윈튼 마살리스 뛰어난 뮤지션의 지루한 음악 / 197 스가시카오 J-POP 가수의 유연한 카오스 / 235 프랑시스 풀랭크 상쾌한 일요일 아침, 풀랭크를 듣는 행복 / 263 우디 거스리 학대받는 사람들을 노래한 국민시인 / 295 저자 후기 독자 여러분과 음악적 공감을 나눌 수 있다면…… / 334 옮긴이의 글 세계적 작가 하루키의 깊이 있는 음악 세계 / 344 참고문헌 / 349 |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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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월턴의 지적이고 단정하면서도 강철처럼 예리한 그 특유의 터치를 좋아하고, 이 사람이 때때로 깊은 곳에서 뿜어내는 집요하고 불길한 음색(그것은 악마적인 것의 성실한 잔향처럼 내 귀에는 들린다)을 무척 좋아한다. --- p.34
1963년에 처음으로 [서핑 유에스에이]를 들은 후로 오랜 세월이 흘렀다. 브라이언에게 있어서도 나에게 있어서도 그것은 상당한 무게가 있는 세월이었다. 온갖 예상을 뛰어넘는 종류의 세월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있다. 와이키키의 밤바다에, 그칠 줄 모르는 비를 맞으며 그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그것은 누가 뭐라 해도 훌륭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진혼해야 할 몇 가지를 우리 자신 속에 안고 있는 것이다. --- p.64 클래식 음악을 듣는 기쁨의 하나는 자기 나름대로의 몇 곡의 명곡을 가지고, 자기 나름대로의 몇 명의 명연주가를 가지는 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세상의 평가와는 합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같은 ‘자신만의 서랍장’을 가지는 것으로 인해 그 사람의 음악 세계는 독자적으로 펼쳐져 깊이를 더하게 될 것이다. --- p.93 그는 가볍게 세상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물론 그는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재즈라는 건 말이죠” 하면서 그는 만년의 어느 인터뷰에서 마치 가정의 불쾌한 비밀을 털어놓듯이 이야기했다. “밤의 음악이거든요.” 그 말이 스탠 게츠라는 뮤지션과 그가 만들어낸 음악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 p.126 지금도 스프링스틴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봄날의 햇살이 내리쬐는 애스버리 파크의 광경을 문득 떠올린다. 내가 1970년 전후 도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을 즈음 브루스 스프링스틴도 마찬가지로 이 영락한 애스버리 파크에서 악전고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30년도 넘는 세월을 거쳐 우리는 제각기 무척 먼 곳까지 발걸음을 옮겨왔다. 뜻대로 이루어진 일도 있었고 뜻대로 되지 않은 일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남기 위해 제각기의 장소에서, 제각기의 투쟁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 p.159 그것이 재즈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할 만큼 녹아웃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 만일 그런 비합리적인 힘을 때때로 느낄 수 없었다면 도대체 어느 누가 재즈를 30년 동안이나, 40년 동안이나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들어왔겠는가? 재즈라는 음악은 그렇게 성립되어 왔다. --- p.231 노래를 듣고 있으니 정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정경이지만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가사의한 리얼리티가 문득 느껴진다. 구두 속의 젖은 감촉과 흐린 유리창의 나른함이 어떤 예감처럼, 혹은 이미 일어난 일의(그러나 왠지 상실되어 버린) 기억처럼 피부에 와 닿는다. --- p.261 상쾌한 일요일 아침 커다란 진공관 앰프-같은 걸 당신이 우연히 가지고 있다면-가 따뜻해지기를 기다리고(그동안 물을 끊여 커피라도 준비하고), 천천히 턴테이블에 풀랭크의 피아노곡이나 가곡 LP를 얹는다. 이런 게 역시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p.292 거스리는 음악이라는 것은 메시지를 운반하는 생명체이며 그 장소에서 사명을 다하면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모든 것이 먼지에서 태어나 다시금 먼지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디 거스리의 혼은 어떠한 격렬한 모래 폭풍에도 날아가지 않고,시대라는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고, 확실하게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 --- p.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