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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편지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은 바다가 끝나고 육지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지요. 등대는 바로 이런 경계에 서 있습니다. 등대는 또한 낮과 밤 이 갈라지는 지점에 있습니다. 환한 낮이 스러지고 밤이 찾아들면 빛을 보내 주지요. 어둠 속에서 홀로 등불을 비추는 것은 무척 힘들고 외로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지요. 밤바다를 지나는 배들은 등대가 비춰 주는 불빛에 의지하여 어두운 바다를 헤치고 무사히 집으로 갈 테니까요. 수평선은 바다가 하늘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곳입니다. 등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둘러보아도 더 이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 너머는 미지의 세계이고 동경의 세계입니다. 상상으로만 다다를 수 있는 영역이지요. 아빠는 먼 바다에서 예쁜 조개껍데기들을 가져다줍니다. 아빠가 다시 탐사를 떠나고 나면, 릴리아는 하고 싶은 말들을 조개껍데기에 담아 바닷물에 띄워 보냅니다. 편지 삼아 그리운 아빠에게 소식을 띄우는 거지요. 하지만 이것은 부칠 수는 있지만, 답장은 오지 않는 편지입니다. 아빠가 집을 비우는 동안 릴리아는 키가 훌쩍 크고 몸무게도 늘지만, 쓸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오로라를 닮은 초록빛 상상 가을부터 겨울까지가 이 책의 시간적 배경입니다. 환했던 여름이 지나간 다음이라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게다가 북극 지방의 겨울은 매섭게 춥고 유난히 깁니다. 가을부터 눈에 띄게 짧아지던 해가 겨울로 들어서면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지요. 밤하늘을 영롱하게 수놓는 오로라마저 없다면, 그리고 오로라 빛을 닮은 초록빛 꿈마저 없다면, 릴리아는 겨울을 견뎌 내기가 훨씬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오로라마저 사라지고 어둠만 남게 되면, 릴리아는 꿈도 꾸지 않습니다. 그 뒤 얼마나 지났을까요. 어쩐지 공기가 달라진 듯한 어느 날, 릴리아는 고래의 거친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 먼 거리를 지나 친구를 찾아왔나 봅니다. 경쾌하게 뛰어오르며 힘차게 등대 주위를 도는 고래의 등에서는 초록빛 물줄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오로라가 다시 돌아온 것이지요. 겨울을 맞이한 나무는 무성했던 잎을 떨구고 눈보라를 이겨 내야 하지만, 이렇게 힘든 시간을 지나면서 단단해집니다. 춥고 외로운 겨울을 견뎌낸 릴리아도 한결 단단해지고 의젓해진 듯합니다. 늘 먼 곳을 향하던 철부지 아빠도 이런 사실을 깨달은 걸까요? 이번엔 무엇을 발견했냐는 릴리아의 질문에 이런 대답을 하니 말예요. “가장 소중한 것은 아주 작고, 아주 가까운 곳에 있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