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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이 낳았던 황금 알은 어떻게 되었을까?
도서2팀 어린이 MD 신은지 (222gi@yes24.com)
어느 농장에 황금 알을 낳는 암탉이 있었다. 단순한 횡재라고 생각했던 농장 주인은 점점 욕심이 생겨 마침 내에는 암탉의 배를 갈라버리고 만다. 그 안에 든 것은 일반적인 닭의 내장과 특별할 것 없는 알집, 수란관… 농장 주인이 자신의 과욕을 후회하며 동화는 마무리 된다.
황금 알을 낳는 암탉이 낳았던 황금 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히 시장에 팔리지 않은 달걀 3개가 있었다. 작가는 이미 끝나버린 이야기에 꼬리를 붙인다. 황금 알에서 태어난 황금 병아리 삼 형제가 각각 어떻게 살았는지. 그리고 셋은 다시 만나 어머니에 대한 동화를 읽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신이 어떻게 쓰여야 할 지 고민하며 모험을 떠난다. 이야기는 다시 이렇게 맹숭한 시점에서 끝이 난다. 왜?를 달고 사는 아이라면 ‘그래서 병아리들은 어디로 간 거야?’,’첫째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반성하는 거야?’,’둘째는 왜 혼자 실망한 거야?’,’황금 병아리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야?’,’막내는 몸이 없는데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혹은 ‘왜 병아리 부분만 번쩍번쩍 빛나는 거야?(비싼 별색 인쇄가 들어갔기 때문이란다)’ 같은 질문을 속사포처럼 쏟아낼 것이다.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동화는 꽤 많다. 하지만 이 책처럼 부모와 아이가 같이 고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눈높이를 제공학는 철학 그림책은 오랜만인 것 같다. 동화에서 꼬리를 붙였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아 이야기를 창작해보는 독후활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편으로 스토리를 확장하다 보면 이타주의, 물질과 자본주의, 존재의 문제까지 고민할 수 있어 성인 독자에게도 즐거운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인쇄소가 공들인 금색 별색 인쇄와 독특한 일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읽는 맛을 위해 잉크가 잘 먹히는 종이를 사용해 여러 번 잉크를 덧발라야 했다고 한다. 여러 모로 소장가치가 있는 그림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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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를 읽는 방법
처음을 알 수 없을 만큼 오래오래 전해오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옛이야기가 가진 힘은 때로 그 이야기 자체로 생명을 다하지 않고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게 만들지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없는 옛이야기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겠지만, 실은 이솝 우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물론 이솝도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듣고 마음 가는 대로 엮었겠지요. 우연히 황금알 낳는 거위를 손에 넣은 부부가 조급한 욕심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만다는 교훈적인 내용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랜 세월의 풍화작용을 견뎌내는 것은 이야기 안에 담긴 어떤 질긴 생명력 덕분일 겁니다. 그러나 시간의 더께가 내려앉으면서 조금씩 겉모습이 바뀌거나 속살이 달라지곤 합니다. 17세기 프랑스 작가 라퐁텐의 우화집에서 이 이야기는 ‘황금알을 낳는 닭’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교훈적인 주제에 익살이 더해지면서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가 아시모프에 이르면 이 이야기는 한층 극적인 변화를 합니다. 20세기 공상과학소설의 거장답게 아시모프는 자신의 작품에 과학자들을 등장시킵니다. 이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가 자연 속의 동위원소를 융합시켜 몸 안에서 황금을 만드는 과정을 파고듭니다. 《황금 병아리 삼 형제는 어떻게 살았을까?》는 [황금 알을 낳는 암탉] 이야기를 짧게 소개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만약 황금 알에서 병아리가 태어났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라는 질문이 뒤따르지요. 첫째 병아리, 환경 난민 엘리오 첫 번째 황금 알에서 나온 병아리 엘리오는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 자리 잡고 맘씨 고운 이웃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아무도 엘리오의 황금 몸뚱이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급격한 기후 변화로 숲이 사라져 아무도 살 수 없게 되어 버렸고, 모두가 살 곳을 찾아 떠돌아야 했습니다. 그러다 황금의 가치를 아는 낯선 이들의 등장에 엘리오는 난민이 되어 계속 도망칠 수밖에 없게 되었지요. 둘째 병아리, 예술 상품화에 상처받은 화가 마르틴 둘째 마르틴은 좋은 교육을 받고 예술가가 되었습니다. 재능이 있었고, 자신의 능력을 통해 전달하고픈 사회적 메시지도 뚜렷했지요. 한순간에 ‘황금 화가’라는 별명과 함께 엄청난 유명세를 얻었지만, 이 작품들로 마르틴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마르틴과 그의 작품을 시장 가치로 소비할 뿐이었습니다. 셋째 병아리, 끊임없이 사고 또 낭비한 로케 셋째 로케는 가장 큰 알에서 태어났습니다. 황금 몸뚱이를 조금 떼어 내면 물건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알았지요. 로케는 모자에서 시작해서 자동차, 큰 빌딩까지 사들입니다. 먼저 산 것에 질리면 더 좋은 것을 사고, 그래도 불만이 생기면 또 다른 것을 샀습니다. 그마저 시들해지자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떠나지요. 그렇게 몸뚱이를 다 팔아치우고 결국 이빨 하나만 남은 로케는 그것으로 낡은 책을 삽니다. 그 책이 바로 《황금 병아리 삼 형제는 어떻게 살았을까?》였습니다. 전통과 현재가 만나는 순간 꾸준히 사회 문제에 관심 가지고 작품을 발표한 작가 올가 데 디오스는 이 책을 통해 전통적인 우화를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읽을지 고민합니다. 원래 이야기에서 다룬 ‘인내심 없는 탐욕’이라는 주제를 작가는 이 순간, 자본주의 배경에서 새로 풀어냅니다. 우리는 언제나 수없이 다양한 사회 문제 속에서 살아갑니다. 작게는 내 주변의 이야기에서 지구 전체의 문제까지도요. 작가는 이렇게 확실한 해결책도, 쉬운 답도 없는 문제들을 이야기의 한복판에 세웁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나누기 위해 옛이야기와 은유, 발랄하지만 의미심장한 일러스트를 효과적으로 사용합니다. 작가는 이야기의 끝에서 독자들에게 각자 이야기를 완성해보도록 권합니다. 이는 모든 이가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진짜 해결책을 찾는 데에 함께 힘써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어린이는 물론 함께 읽는 어른들에게 더더욱 그렇습니다. ‘황금 알을 낳는 암탉’을 더는 죽이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하나의 이야기는 이렇게 다른 수많은 이야기를 낳는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그 씨앗에서 싹이 움트고 줄기가 자라면서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되지요. 작가 올가 데 디오스는 이야기의 이런 변형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어린이 독자들이 “손으로 만져 보고 코로 냄새 맡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합니다. 《황금 병아리 삼 형제는 어떻게 살았을까?》는 이렇게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황금알에서 나온 병아리 삼 형제는 그 뒤 어떻게 살았을까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작가는 먼저 자신이 예전에 어른들께 들었던 이야기를 간추려 들려준 다음, 황금 병아리 삼 형제의 삶을 따라갑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형제들은 마침내 한자리에 모입니다. 언뜻 보기에 행복한 결말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가 여운을 짙게 남기는 것은, 그 끝이 “또 다른 상상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그 문을 열고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것은 바로 독자입니다. 그 독자는 또 다른 이에게 자기가 보고 겪고 상상한 이야기를 들려주겠지요. 이야기는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우리가 호기심 어린 질문을 그치지 않는다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