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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쓰는 시 이야기 / 언어의 게임 |
安度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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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여, 나는 왜 이렇게도 아프지도 않는 것이냐
몸 속의 아픔이 다 말라버리고 나면 내 그리움도 향기나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꽃」중에서 가을로 접어들자 단풍나무는 자기 몸에다 전향서를 쓰고 있었다. 너무 냉정해서 내가 말을 걸어볼 틈도 없었다. ---「단풍나무」중에서 12월 저녁에는 마른 콩대궁을 만지자 콩알이 머물다 떠난 자리 잊지 않으려고 콩깍지는 콩알의 크기만한 방을 서넛 청소해두었구나 여기에다 무엇을 더 채우겠느냐 12월 저녁에는 콩깍지만 남아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늙은 어머니의 손목뼈 같은 콩대궁을 만지자 ---「12월 저녁의 편지」중에서 내 시는 아무래도 겨울날 볕 잘 드는 사랑방에서 댓살을 다듬고 한지를 자르며 싸드락싸드락 만드는 연 같은 것이어야 겠다. 내 시쓰기는, 지상과 천상의 다리를 놓는 바람의 게임, 즉 연날리기와 같은 것이어야 겠다. 연을 날릴때는 당연히 얼레를 잡은 손은 연줄을 풀어야 할 때 풀고 당겨야 할 때 당길 줄 알아야 하는 법. 그렇다면 나도 내 손에서 언어를 풀 때는 풀고 당길 때는 당길 줄 아는 시인이어야겠다. ---「언어의 게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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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연을 날리는 일과 시를 쓰는 일과 그리고 살아가는 일이 따로 있지 않으므로 매사에 지극정성을 다하는 도리밖에 없겠다. 다만 연을 날리다가 보면 연줄을 뚝, 끊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연을 날려보내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시의 언어가 문득 나를 떠나가려 한다면 미련 없이 떠나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1999년 1월 안도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