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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 라후족들은 분명 고구려 유민들의 후손이라 말인가. 갑자기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무려 1,300여 년 전의 일이다. 예족을 기층민중으로 하는 고구려가 망했다. 그리고 포로로 잡혀 갔던 수많은 고구려 사람들(기본적으로는 상당히 건장하고 유능한 사람들이었지 싶다)이 광활한 중국 대룩의 서쪽, 남쪽으로 내몰린 채 핍박 받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오늘날 태국 북부 산간오지에까지 흘러 들어와 서글픈 무국적자의 생활을 하고 있다.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할까?'라후'라는 말이 '남의 압박을 받는 자'라는 의미의 '로흐이'에서 파생되었다는 주장이 얼핏 일리가 있다고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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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은커녕 양말조차 신지 않았다.
거친 바람에 양 볼은 벌겋게 터졌고, 노동에 지친 손마디는 나무껍질처럼 거칠다. 바라기는, 오늘 하루 일용할 양식을 얻는 것이고 욕심이라면 한 해 동안 무사 안녕한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 여의치 않은 신의 뜻이라면 따를 수밖에……. 지구촌 오지의 소수부족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언어와 풍습을 연구해 온 연호택 교수(관동대학교 영어학과)가 그 동안의 경험을 묶어 단행본으로 출판했다. 소수 부족이라 함은 하나의 가족단위, 부락단위의 집단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순수 혈통을 말한다. 그들은 문명과는 거리가 먼, 그러나 조상이 전해 준 그대로의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소수부족 중 몇몇은 우리와 비슷한 음식, 풍습 등을 간직하고 있어 혹시 민족의 근원을 같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추리를 해보게도 한다. 소수부족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들과의 동화를 꿈꾸는 저자의 시각에는 애정이 어려 있다. 또한 고대 역사를 파헤치며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돋보인다. 세계에는 그 누구도 자세한 수를 헤아리지 못한 소수 민족들이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문명과는 동떨어진 오지에서 예전의 방법 그대로 사냥을 하거나 농사를 짓고, 길쌈을 한다. 개중에는 간혹 문명과 타협하여 관광객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던져 준 몇 푼의 수입으로 그나마 풍족함을 영위하기도 한다. 문자조차 없는 민족이 있는가 하면, 이미 여타 문명인과 구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문명화된 민족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문명화 정도를 떠나 공통점은 이 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혈통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세계가 하나요 인류가 형제'인 시대에 그게 뭐 그리 대단하겠느냐고 할 사람도 있겠으나, 인류사에서 순수한 단일 혈통이 갖는 의의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나는 많은 이들을 만났다. 도회지에서, 시골에서 그리고 산간오지에서. 특히 산간오지에서 문명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내겐 신선한 충격이자 기쁨이었다. 내가, 현대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순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문명인의 그릇된 오만으로 무시하기 쉬운 사람들. 시대의 변화와는 아랑곳없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와 풍습을 간직한 채 원시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에게서 나는 사람살이의 근본을 보았다. 도시의 밝음 속에서 찾을 수 없는 인간의 원형,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언제나 부재인 신을 보았다. 나는 오지에 갑부로 들어간다. 그러나 나올 때는 언제나 가난한 자가 된다. 그래도 나는 기쁘다. 사람에게는 인생의 곤고(困苦)함이 빼앗아갈 수 없는 고귀한 품성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척박한 생활환경, 물질적 궁핍, 종족적 차별, 종교적 갈등 등 여러 가지 불리한 삶의 여건이 어쩌지 못하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건 아마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주어진 현실을 거부하지 않고 기꺼이 끌어안는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이런 마음과 태도를 지닌 사람들에게서는 인생에 대한 개탄이나 회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의 마음은 항시 따뜻하고 눈에는 욕심이 없다. 입가에는 수줍은 듯 소박한 미소가 어려 있다. 허름한 입성, 지저분한 머리, 때 낀 손톱을 하고 있어도 향 기가 난다. 여기서 나는 진정한 사람의 모습을 본다.…' 끝내 보호받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그들이지만 현재 살아있고, 어떠한 방법으로든 이 지구상에 존재할 것이다.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와 문화가 현대인들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평가하기에 앞서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