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참 알 수 없는 일
2. 출렁거리는 어둠 3. 해신의 늪 4. 낙지 같은 여자 5. 아리랑 별곡 6. 여름에 만나 사람 7. 신길동전 8. 아들나무에 젖 뿌리기 9. 석유등잔불 10. 안개바다 11. 꽃과 어둠 |
HAN,SEUNG-WON,韓勝源, 호 : 해산海山
한승원의 다른 상품
|
철승이가 느닷없이 재익이네 미역공장엘 나다니기 시작한 것도 영심이 때문이었다. 그만큼 그들은 한시도 떨어져 살기가 싫었던 것이었다. 한데, 재익의 아들 성삼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비고사에 들지 못한 채 대학을 포기하고 마을로 돌아오면서부터 영심이를 자꾸 꾀어내곤 하였다. 이 무렵, 누구 쪽에서 먼저 이끈 것인지는 모르나, 철승이가 이따금 영심이의 눈을 피해가면서 춘자를 만나곤 한 것이다. 영심이가 그걸 눈치 못 챌 까닭이 없었다. 이후로 영심이가 철승이를 만나주지 않았다.
하루는 성삼이와 영심이가 도리섬으로 배를 타고 놀러 갓다가 왔다는 말이 철승이의 귀에 들어왔다. 이날 저녁에 철승이와 성삼이는 공장 안에서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한판 싸움을 벌인 것이었다. 뒤에 알고 보니, 철승이와 춘자 가운데서 둘의 만남을 이루어지도록 수작을 붙인 것은 성삼이였다. "저기 덤장막 뒤에서 춘자가 꼭 할말이 있다고 만나자고 하드라."하고 철승이를 만나 수작을 붙인 성삼이는 곧 춘자를 불러서, "철승이가 사실은 너를 좋아한 모양이드라. 저기 덤장막 뒤에서 기다리고 있은께 가봐라." 한 것이었다. --- p.151 |
|
우리 문학사에서 한승원은 특이한 의미를 갖는다. 주지하다시피 그의 문학은 주로 전쟁과 분단, 이념의 갈등 같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상처 입은 민초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는 토속적 한의 세계로 특징지워지거니와, 흥미롭게도 그것은 비탄이나 체념의 정조 속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용암처럼 들끓는 욕망과 야성의 세계 속에서 드러난다. 그가 그려내는 한의 세계는 항시 역사적 상흔과 겹쳐져 드러난다.
그가 그려내는 한의 세계는 항시 역사적 상흔과 겹쳐져 있지만,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어두운 역사 자체라기보다 그 안에서 좌절하고 상처 입은 개개인의 욕망과 삶이다. 뿐만 아니라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현실적 무게에 의해 삶이 파괴된 이후에도 한승원 인물들의 욕망과 생명력은 결코 소진하는 법이 없다. 그의 문학 곳곳에 등장하는 도개비 같은 혹은 유령 같은 존재들, 그들은 상처뿐인 어두운 역사나 패배적 삶을 증언하는 존재들이라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원초적 생명력을 환기시키는 존재들이다. --- p.3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