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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됐어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가장의 자격 눈을 감는다 너는 깊다 국민건강영양보급업자가 낚지 못한 것 해설 창작 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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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 내몰린 아이들의 반(反)성장의 서사
성찰을 통한 영혼의 성장과도 같은 이야기들”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은 총 여섯 개의 단편 소설을 한데 묶은 소설집이다. 그중에서도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제 됐어」「눈을 감는다」이 두 작품은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루었다는 소재 차원이 아니라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려는 청소년들의 어두운 ‘내면’을 탁월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 자살의 결과가 아니라 자살에 이를 수밖에 없는 ‘과정’ 자체가 핍진한 내면 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됐어?」에서는 오로지 딸을 일류 대학에 보내기 위해 열을 올리는 엄마라는 존재에게 속박되어 리모컨으로 조정당하는 로봇처럼 공부하다가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린 주인공이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존재를 외칠 방법을 찾다가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이제 됐어?’라는 문자를 보내고 스스로 세상과 이별한다. 「눈을 감는다」에서는 과거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군의 일원으로 투입되었던 아버지가 마음의 짐을 털어버리려고 한 행동이 결정적으로 아버지를 몰락시키고 만다. 그 여파가 주인공인 ‘나’에게까지 미쳤고 나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왕따가 되고야 만다. 그렇게 고통을 받던 나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스스로 나를 놓아버리기로 했고, 차가운 한강 물에 몸을 내던지게 된다.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은 자신이 몰래 짝사랑하던 아이에게 직접 손으로 만든 시집을 만들어 고백했다가, 그 시집을 20년 만에 다시 돌려받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20년이나 지나서야 그날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 나. 그녀의 남편이 죽고 나서야 고백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시집 전달을 부탁했던 내 오래된 친구 녀석도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 씁쓸한 진실을 뒤로한 채, 나는 원래 주인이었던 그녀에게 시집을 다시 돌려주고 카페를 나선다. 「가장의 자격」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생계를 책임져야만 하는 경제적 위기에 처한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공고생의 현실과 교육문제에 대해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너는 깊다」에서 ‘나’는 공부라는 것에 도무지 관심이 없고 공부는 취향의 문제일 뿐 인생을 결정지을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 부임해온 원어민 영어 여교사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점차 그 낯선 감정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감정임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동성애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사랑의 감정을 가감 없이 묘사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보급업자가 낚지 못한 것」에 등장하는 아버지 장 씨는 남의 집 개를 도둑질해서 파는 몰염치한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던 장 씨는 골목길에서 남녀가 부둥켜안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재수를 한다는 딸이 남자와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개를 그렇게 잘 훔치던 장 씨도 끝내 딸을 낚지 못했다는 데서 사회를 향한 일종의 통렬한 세태 풍자를 하고 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어른이 정도(正導)를 걷지 못하면서 자식만은 자신의 길을 제대로 걷기를 바라는 것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작가는 그렇게 우리 사회의 모순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박상률은 이처럼 여섯 개의 주옥같은 작품을 매개체로 하여 어른과 아이 세대의 단절된 경험을 이어주는 대화와 소통을 위한 미디어로서의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