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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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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oung-Ha,金英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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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방울이는 젖은 신문지가 깔려 있는 곳으로 들어가 못마땅한 얼굴로 볼일을 보고 뒷정리도 안 한 채 그대로 튀어나온다. 결국 뒷정리는 내가 한다. 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고양이도 안 하는 모래 정리를 내 앞발로 하고 있다니.
어쨌든 방울이는 그렇게 하여 우리 집에서 위태위태 나흘째를 넘기고 있었다. --- p.31「위태위태 방울이」중에서 참으로 곤혹스런 경우는 그 책에서 저자 자신의 사인을 발견하는 것이다. 헌책방에 내다 팔 경우라도 그 페이지는 잘라내는 게 최소한의 예의인데 그것마저 생략하는 아주 바쁜 분들이 있다. “아무개님께 드립니다”라고 정성 들여 쓴 자기 서명본이 헌책방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걸 보는 저자들의 마음은 아프다. 복수를 결심한 사람 도 있다. 버나드 쇼는 헌책방에서 발견한 자기 서명본에다 다시 서명을 하여 그것을 내다 판 주인에게 친절하게 우편으로 보냈다. “삼가 다시 드립니다.”--- p.74, 「헌책방」중에서 새 책이 나오면 서점들은 마땅한 분류와 서가를 찾아 그 책을 꽂아놓는다. 그래야 손님이 쉽게 그 책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서점마다 나름의 분류법이 있어 웬만한 책들은 별 어려움 없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러나 가끔 애매한 제목의 책들이 직원들을 골탕 먹인다. 윤대녕 소설집 『은어낚시통신』은 간혹 취미렁뮌?쪽 코너에 꽂혀 있었다 한다. 내 책 중에도 『굴비 낚시』라는 제목의 책이 있는 데 가끔 요리 코너나 취미 코너에서 발견한 지인들이 신고를 해온다. 굴비는 어디에서도 낚을 수 없다는 사실을 서점 직원들께선 깊이 유념해주셨으면 한다. --- p.85, 「책 꽂기」중에서 앞으로 음란스팸메일이라는 ‘영광된’ 칭호를 그들에게 부여하는 것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그들을 고무 격려할 것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그들이 기초적인 ‘음란’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 ‘음란’을 빼고 대신 ‘한심’을 붙일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한심’이 부담스럽다면 ‘한숨’도 괜찮다. 지난밤도 한숨스팸메일 보내느라 열심히 일한 당신, 제발 떠나라. 아주 먼 곳으로. --- p.110, 「한숨스팸메일」중에서 처음 양주혜 선생의 작업실에서 이 바코드 연작을 발견했을 때 그녀가 이렇게 말하던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이제 곧 사라질 20세기의 문양이잖아요.” 문양! 슈퍼마켓을 가득 채운 저 수만 가지의 상품들을 장식하는 문양. 인공적인 모든 것에 새겨진 문양. 그러니까 하늘과 바다와 땅과 나무와 꽃 말고, 인간이 자신의 노동을 투입해 시장에 내보낸 그 모든 것들을 장식하는 문양이라면, 그것은 분명 기록될 가치가 있다. 고고학적 방식으로가 아닌 미학적 방식으로. 이제는 악마에게 도 천사에게도 그 어떤 효용이 없을,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야 비로소 자신의 미적 가능성을 발견해가는 존재. 자신의 기원으로부터 멀어지고 그 어떤 실용성도 없으며 그 어떤 누구도 위압하지 않는 존재가 갈 곳은 어디인가. 그곳은 미술관이다. --- p.204,「화가 양주혜의 바코드 연작에 부쳐」중에서 ‘눈먼 자들의 도시’와 서울의 차이는 그것뿐이다. 사라마구가 본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견고해 보여도 아주 단순한 원칙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원칙들이란 이런 것이다. 모든 사람은 본다. 모든 사람은 듣는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새로운 사람이 태어난다. 태양이 뜬다. 비가 온다. 바람이 분다. 공기가 있다. 이 수많은 단순한 원칙들 중 단 하나만 지켜지지 않아도 도시는 지옥이 된다. 그러니 인간이란 얼마나 불안한 존재이며 그 인간들이 끌고 가는 사회며 국가라는 것도 얼마나 허약한 것이냐. 그렇기에 이 불안한 평화는 역설적으로 달콤하다. 불안한 존재가 읽는 완벽한 소설. 이것만 한 즐거움을 나는 아직 별로 발견하지 못했다. --- p.246, 「눈먼 자들의 도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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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세상의 이야기를 찾아내기까지 “인생의 버스는 항상 엉뚱한 곳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우연히 함께 살게 된 방울이와 깐돌이 이야기로 시작하는 〈랄랄라 하우스〉에는 김영하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설가로서의 김영하는 물론 일상인으로서의 김영하를 엿보고, 발명가 같은 기발한 상상력과 현실에 대한 날카롭지만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태극기에 대한 단상과 주민등록번호제도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며 사회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어린 시절 보았던 〈소년중앙〉을 떠올리며 ‘개인 휴대 말풍선 발생기’를 상상하기도 한다. “우리가 말을 하면 이 기기가 그것을 말풍선으로 만들어 공중에 띄우게 된다. 내가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면 그 말은 상대방의 고막을 울리기도 하지만 내 머리 위에 떠오른 말풍선 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66쪽, 「말풍선」에서) 남들이 흔히 하는 금연에도 ‘애도의 금연법’이라는 다분히 작가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저자가 헌책방에서 자신의 책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무력감을 전하고, 서점에서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책을 못 사게 하는 남자를 발견하고는 웃음 섞인 저주를 내린다. 한 여성이, 물론 무척 아름답고 지적인 풍모를 지닌 분이셨는데, 신중하게 내 책을 집어 들고 한참을 뒤적이더니 그것을 들고 계산대로 가는 것이었다. (…) 바로 그때, (…) 그는 그녀가 사려던 내 책을 빼앗아 일별하더니, “골치 아프게 이런 건 뭐하러 사냐? 돈이 남아도냐?”라고 말하고는 그 책을 아무 매대에나 던져놓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낚아채 서점 밖으로 휭하니 나가버렸다. 나는 그 둘이 어서 헤어지기를, 진심을 다해 기원했다. 꼭 책을 못 팔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148쪽, 「소설가」에서 얼음과 석유를 왜 함께 파는지, 때밀이는 왜 수영 팬티를 입는지 궁금해하는 걸 보면서는,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일상에 대한 심상한 작가의 통찰을 느낀다. 또한 〈검은 꽃〉의 탄생 배경을 작가에게 직접 듣고, 현장독서법이나 이중언어 문예지 등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를 느낄 이야기도 담겨 있다. 소설가의 사생활을 엿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35세를 넘어가면서 느꼈던 점과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갔던 이야기, 어머니와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 등을 읽다 보면 소설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린 ‘추억의 사진첩’에서는 그동안 다녔던 여행의 흔적들과 작가의 젊은 시절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작가를 콧노래 부르게 하는 것들“어쩌면 그때부터 유랑의 서사에 매혹되었는지도 모른다” 작가 김영하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인들이 하는 말을 통해 김영하라는 작가, 사람을 유추해볼 수는 있다. “영하 형의 짧은 글들을 읽게 되면 당장 만나고 싶어진다구요, 중독인가?”(이우일, 만화가) “한 줄의 문장에도 무한한 각주를 달 수 있는 사람!”(이적, 가수) “김영하는 늘 여행 중이다.”(유하, 시인/영화감독) 그러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 바로 『랄랄라 하우스』다. 읽다 보면 ‘랄랄라’ 흥얼거리게 되는 책, 작가 김영하의 “묘하고 유쾌한 생각”들이 모인 집, 『랄랄라 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즐거운 일상의 반란을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