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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이노우에 하루키)
이 책을 읽기 전에(최경국·이재준) 서문(이노우에 하루키) 제1부 로봇의 여명기 1920∼1926 1920년 저는 로봇입니다 1921~1926년 인조인간의 세계적인 혁명이다 제2부 쇼와 시대의 시작과 함께 1927∼1928 1927년 과학이 “전기인간”을 만들다 1928년 이제 하인은 필요 없어질 것이다 제3부 이제는 한낮이다 1929∼1931 1929년 눈부시게 빛나는 인류의 엘도라도! 1930년 로봇, 드디어 도쿄에 등장하다 1931년 우상화해야 할 필요가 있나? 제4부 인간에게 생명이 있는 한 1932~1938 1932년 영혼 없는 인간은 로봇과 같다 1933년 로봇 비행기의 정체는 이것입니다 1934년 무선으로 조종하는 거대한 전투용 로봇 1935년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과학이었다 1936년 과학의 폭주인가? 인간의 패배인가? 1937년 저는 아달리입니다 1938년 로봇은 어디까지 연구되었는가? 후기(당신이 오래 살 것이라는 보증이라도 받았는가?) 한국어판 후기(이노우에 하루키) 참고문헌 도판 출처 인명 찾아보기 로봇명 찾아보기 |
井上晴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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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적 의지와 상관없이 로봇과 공존하는 시대
2020년이면 로봇이라는 용어가 세상에 태어난 지 100년이 된다. 인류는 이미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로봇과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날 로봇은 가까운 곳에서 직접 눈으로 볼 수도 있고,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는 존재이다. 한국에선 세계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로봇윤리헌장’이 논의되고, 지난 2017년에는 로봇도 인간처럼 권리와 의무를 가진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내용의 ‘로봇기본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인간이 아니면서도 인간을 너무나 닮은 로봇.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행위 관계에서 야기되는 다양한 충돌을 문제 삼는 윤리의 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로봇은 과연 무엇 때문에 태어났고, 가깝거나 먼 미래에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까? “이것을 로봇이라 부르노라!” 로봇은 카렐 차페크의 희곡소설 《R · U · R》(1920년)에 처음 등장했다. 지금 읽어보면 좀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대단히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인간을 힘든 노동에서 해방시켜주는 고마운 존재로 창조된 로봇 때문에, 생산성이 저하된 인간의 존재 자체가 의문시되어 마침내 절멸의 위기에 직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봇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된 오늘날 《R · U · R》에서 제기한 문제는 당시보다 훨씬 더 실감나게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극도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로봇은 인간들의 일자리를 엄청난 속도로 빼앗아가고 있고, 빛의 속도로 발달해가는 인공지능(AI)은 인간을 넘어선 존재가 돼버릴 것이라는 공포감을 안겨주고 있다. 로봇 연구자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전문서! 그런데 과연 우리는 로봇 자체에 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 이노우에는 로봇의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로봇의 과거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봇의 탄생기를 주의 깊게 살펴봄으로써 로봇과의 공존방법을 새로이 모색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조언한다. 이 책 속에서 저자는 100년 전 로봇이 처음 일본에 소개될 무렵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로봇의 문화를 읽어내고 있다. 일본이 애니메이션, 소설, 만화, 영화 등등 수많은 문화적 양상들을 분석했다. 특히 이 분석을 당시의 로봇 선진국과 일본에서 실제 제작된 로봇들과 일일이 견주어가며, 그 문화적 계기를 연결 지어 살펴본 것은 대단히 이채롭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서양 로봇과의 관련 속에서 언급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일본 로봇의 창세기’를 벗어나 ‘세계의 로봇 창세기’로까지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로봇의 탄생과 이후 전개된 인간과 연결되어 전개된 로봇 문화의 전개양상을 수준높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로봇 연구자들 사이에서 가장 빈도 높게 인용되는 아시아의 연구서로 자리잡았다. 1920년대와 1930년대 일본 로봇 문화의 세 가지 흐름 이 책에서 다루는 로봇 태동 초기 시대(1920~1938년)는 대략 세 가지 흐름으로 정리된다. 먼저, 《R · U · R》에 등장하는 로봇은 피와 살을 지닌 인공적 유기체였다. 최초의 상상체가 후대의 모든 로봇보다 완성도가 높은 ‘거의 완벽한 휴머노이드’였다. 그런 까닭에 로봇을 로봇이라 하지 않고, 오히려 ‘인조인간’이나 ‘기계인간’ 등으로 번역하며, 현대의 낯선 문화적 감수성을 투영했다. 그런 과정에서 《R · U · R》의 연극 작품은 [인조인간]이란 이름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며 향후 로봇 문화의 만개시대를 예감케 했다. 이것이 대략 1920년대 중반까지의 흐름이었다. 한편 유럽과 미국에서는 [에릭]이나 [텔레복스]처럼 전설적인 기계로봇들이 만들어지고, 대중 미디어는 실물은 아니지만 그 소식을 일본에 전하게 된다. 그러면서 인조인간이란 말은 본격적으로 ‘로봇’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피와 살을 지닌 인조인간, 즉 로봇은 아직 멀었던 것이다. 일본에서도 [가쿠텐소쿠]나 [레마르크] 같은 기계로봇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로봇이란 ‘모터로 작동하고, 금속 부속품으로 구성된 기계’라는 사회적 합의가 뿌리내린다. 즉 로봇은 시키는 대로 명령을 따라 하는 ‘영혼 없는 존재’라는 의미가 따라 붙고, 일본 내 정치적 사건을 풍자하며 생겨난 ‘로봇 정치가’ 같은 제2의적 의미를 획득한다. 로봇이란 용어가 과학뿐만 아니라 일반 풍자용어로까지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면서 일본에선 초기의 로봇 붐이 일어난다. 1930년 전후의 시기이다. 로봇은 등장 초기부터 전쟁에서 효율높은 무기로 쓰일 수 있다는 환상을 안겨줘 전쟁광들을 매혹시키기도 했다. 어쩌면 그런 흐름을 타서 큰 발전을 이룰 것 같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로 말미암아 로봇과학은 침체기를 겪게 된다. 당시로선 전쟁에 쓰이기엔 무기가 정교하지 못했으므로 비용과 효율면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전쟁을 향해 치달아가던 1936년 이후로는 오히려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만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의 로봇 관련해서는 후속작인 《로봇 전쟁기 1939~1945≫에서 다루고 있다. 전쟁 전까지 태동되어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던 로봇 문화가 만개하게 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를 기다려야 했다. 로봇 천국 일본의 신화는 로봇 문화에서 비롯! 일본의 로봇발명 수준은 독보적이다. 아울러 로봇문화 또한 그 어떤 나라와도 다른 독특성을 발한다. 일본의 안드로이드나 휴머노이드는 고도로 발달되어 있다. 다른 여러 분야도 그렇지만, 특히 로봇에 관한 한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일 것이다. 자연히 일본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될 수 있었는가를 곰곰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점에 관해 이 책의 번역자(최경국 · 이재준)는 이렇게 말한다. “수많은 과학기술들은 전문적인 학술 언어로부터 출발해서 신문, 소설, 만화, 영화 등의 또 다른 언어들로 옮겨지고, 나아가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 컴퓨터, 휴대폰, TV, 접착제, 자전거, 예술작품 등의 다양한 매개(medium)를 거쳐 변형된다. 이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매개들과 변형들을 연결하면 과학기술은 일상세계의 언어로 바뀌고 공공의 목소리로 번역되어 하나의 독특한 문화로 구성된다. 그리고 마침내 이 문화는 전문적인 로봇과학기술로 다시 귀환하여 새로운 과학기술 지식을 낳는다. 전문 연구자와 개발자의 손에 있던 지식들이 사회적인 것이 되고 정치적인 것이 되며 또 경제적인 것이 되고 미적인 것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