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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일러두기 서문 제1장 역사의 의미와 범위 제2장 과거의 중국 역사학계 제3장 역사의 개조 제4장 사료의 종류와 출처 제5장 사료의 수집과 감별 제6장 역사적 사실들의 상호관계 [보론] 역사가의 4대 요건 [부록] 량치차오 연보 참고문헌 찾아보기 |
梁啓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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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책을 잘 요약할 줄 아는 사람은 창작을 할 수 있다. 순열의 『한기』 이후 송의 원추(袁樞)가 쓴 『통감기사본말』에서 우리는 또 그런 예를 보게 된다. 편년체는 연대를 날줄로 하고 사건을 씨줄로 하여 독자로 하여금 역사적 사실의 시간적 관계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게 하는데, 이것이 바로 그 장점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은 본래 연속성을 갖고 있어서 하나의 사건이 수천 혹은 수백 년에 걸쳐 있으며 편년체의 서술은 아무리 교묘하더라도 본질상 장부식 서술을 벗어날 수 없다. 특정 연도에 기록된 일을 읽으면 그 원인은 몇 년 전에 있거나 이미 그 유래를 잊어버리게 되며, 그 결과는 몇 년 뒤에 있어서 그 결말이 어찌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앞뒤로 책장을 넘기면서 확인해야 하는 것이 수고로울 뿐 아니라 읽는 재미도 없다. 원추는 『자치통감』을 요약해서 사건을 시작과 끝으로 삼아 1,600여 년의 내용을 239개의 사건으로 요약하였다. 이 작업은 책장을 넘기면서 뒤져야 하는 고통을 느끼고 스스로 『통감』을 연구하는 데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시작되었을 뿐이다. --- p.58
또한 학문을 잘하는 사람은 연구해야 할 문제를 그 대소(大小)를 기준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의 대소는 있으나 한 문제를 연구하는 정신은 대소가 없으며 똑같이 진리를 구하는 과정일 따름이어서, 큰 문제를 통해서도 진리를 구할 수 있지만 작은 문제를 통해서도 진리를 구할 수 있다. 어떤 하나의 문제가 내 손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일단 들어오면 크든 작든 반드시 정중하고 충실하게 그것에 다가가야 한다. 크고 작음에 어찌 절대적인 기준이 있겠는가? 작은 문제를 가볍게 지나치면 어느 틈에 큰 문제도 가볍게 지나치게 되며 그렇게 되면 연구의 정신이 쇠퇴하기 마련이다. 학자라면 모름지기 연구한 것을 진실로 남들에게 주려고 해야 하는데 이때 자기가 연구해서 얻은 결과만을 주어서는 안 되고 그런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연구 경로와 진행 순서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그렇게 제공된 것은 수원(水源)을 가진 물이 되어 아무리 떠먹어도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은 것이 된다. --- p.173 도대체 그것을 어떻게 해낸다는 것인가?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연습을 통해서 길러지는 듯싶다. 맨 처음에 시도할 수 있고 가장 좋은 방법은 몇 개의 범위를 스스로 지정하거나 글을 한 편 쓴 후에 책을 읽으면서 그와 관련된 내용들에는 주의를 기울이고 관계없는 내용은 지나치는 것이다. 이렇게 며칠을 지낸 후 독서의 범위를 바꾸거나 글의 제목을 바꿔서 주의력을 새로운 방면으로 전환한다. 이런 방법으로 며칠간 해 보면 곧 익숙해질 것이다. 익숙해진 이후에는 너무 마음을 쓸 필요 없이 마음대로 책을 펼쳐도 마땅히 주의해야 할 점들은 즉시 떠오르게 되어 있다. 책을 한 번 읽을 때는 하나의 주의점만 가지고 읽으며, 두 번째 읽을 때는 주의점을 바꿔서 읽는다. 이것은 가장 엉성한 방법이지만, 실로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이렇게 몇 번 해 본 뒤에는 동시에 여러 개의 주의점을 가지고 책을 읽어도 전혀 힘들지 않다. 앞에서 나는 책을 읽을 때 초록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만일 주의점을 보지 못한 채 두서없이 초록에만 몰두하면 그것은 아무 쓸모없는 초록이 되고 만다. 반드시 취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야 취하는 데 들이는 노력을 절약할 수 있으니 이는 특별히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276~2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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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식과 재능 못지않게 품성과 마음가짐이 중요
옮긴이인 유용태 교수는 100년 전의 이 책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역사의 ‘연구법’으로서의 의미인데, 사료의 수집과 감별에서부터 이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마름질하여 스토리를 요령 있게 조직하는 방법 등 학식과 재능 못지않게 품성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보아 그것들을 기르는 방법까지 풍부한 경험담을 곁들여 논의한 점이다. 오늘날 갈수록 연구윤리를 저버리는 현상이 늘고 있어 그 의미는 각별하다.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 사학 사상사의 한 페이지를 구성하는 ‘역사’로서의 의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 역사연구자의 길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유용한 길잡이이자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옮긴이는 흔히 그렇듯이 이 책에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저자의 관점이 들어 있음을 독자에게 환기하고 있다. 량치차오는 일찍이 중화민족론의 얼개를 제시하고 중국사를 중화민족의 역사로 파악하려는 관점을 수립하였는데, 이 관점은 역사상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살아온 이웃 나라 민족들의 자주성을 부정하는 시각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이 책은 역사연구자에게 역사를 연구하는 실제적 방법을 잘 알려 주고 있다. 이 방법은 일반인에게도 매우 유용하여 독서하는 방법, 통찰력을 기르는 방법,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는 방법 등을 공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중국인조차도 곧바로 읽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량치차오가 무의식중에 많은 전고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중국역사에 대한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의 교양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옮긴이인 유용태 교수는 량치차오의 이 책을 번역하면서 량치차오가 사용한 전거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잘못된 역사적 사실주장에까지 옮긴이의 주를 달아서 초급 연구자와 교양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