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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찍는 사진관
박송아지 꾸러기와 몽당연필 어머니의 초상화 영식이의 영식이 빨강 눈 파랑 눈이 내리는 동산 꽃신을 짓는 사람 꽃신 나는 겁쟁이다 꼬마들의 꿈 시집 속의 소녀 그리다 만 그림 해설 | 움트고 꽃 피려는 간절한 소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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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꿈으로, 꿈은 따뜻한 희망으로!
강소천의 문학적 배경에는 6?25전쟁의 아픔이 진하게 깔려 있다. 그는 1?4후퇴 때 그동안 써놓은 동시와 동요, 동화가 담긴 공책 한 권만 달랑 들고 철수하는 미군을 따라 홀로 월남했다. 하지만 다른 이산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것이 영영 이별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소천은 가족을 잃은 자신은 물론이요 전쟁통에 고아가 된 아이들을 바라보며 슬픔을 어루만져 줄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 그래서 1950년 이후의 작품을 살펴보면 「꿈을 찍는 사진관」「꼬마들의 꿈」같은 ‘꿈’을 그린 동화가 많다. 전쟁 때문에 헤어진 가족들의 그리움을 꿈속에서나마 달랬던 것이다. 「꿈을 찍는 사진관」은 이북에 두고 온 동무 순이를 꿈에서 만나고,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사진사는 ‘꿈을 찍는 사진기’를 만들게 된 이유를 “내게는 안타깝게 그리운 아기가 있습니다. 나는 그 아기의 사진까지를 송두리째 잃어버렸습니다. 내가 이 사진기를 만들게 된 게 그 때문인지 모릅니다.”라고 밝힌다. 이는 강소천이 “이북에 아이들을 두고 온 나는 때때로 사진이라도 한 장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늘 가져 본다. 그런 생각이 이번 나로 하여금 「꿈을 찍는 사진관」이란 작품을 쓰게 했는지도 모른다.”라고 직접 밝힌 것과도 같은 내용이다. 이미 저세상에 가 버리고 없는 그리운 얼굴들도 꿈에서는 서로 만날 수 있습니다. 남북으로 갈리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사이라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꿈길엔 38선이 없습니다. 정말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본문 p.11-12) 「꿈을 찍는 사진관」을 비롯, 강소천의 꿈을 모티프로 한 동화들은 “개인적인 전쟁 체험에서 시작된 그리움을 토대로 독자적으로 구축해낸 꿈이라는 환상 기법은 동화 미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꼬마들의 꿈」은 땅 위에 사는 까치와 달나라에 사는 옥토끼가 이상한 열매를 먹고 서로 몸이 바뀌어 동경하던 세상에서 잠깐 살아보는 이야기다. 「어머니의 초상화」는 1963년 문교부에서 수상하는 문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전쟁통에 고아가 되어 보육원에 오게 된 춘식이를 엄마처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안 선생의 이야기이다. 보육원에서 아이들과 섞이지 못하고 늘 혼자 겉돌던 춘식이는 어느 날 엄마를 꿈에서 만난 뒤 스케치북에 엄마 얼굴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림 속의 엄마 얼굴은 누가 보아도 보육원의 안 선생이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안 선생은 독신이라 당연히 아이가 없었는데도 엄마를 잃고 그리워하는 춘식이를 달래주기 위해 “춘식이를 보자 곧 내 죽은 아들이 살아 온 것 같아!”라며 아름다운 거짓말을 한다. 전쟁의 상처는 강소천의 대표작인「꽃신」에서도 강렬하게 드러난다. 군인의 신분으로 전쟁터에 나가 있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난이 아버지. 딸인 난이의 돌 선물로 꽃신을 사서 보낸다. 그런데 돌이 지난 어느 날 난이는 꽃신을 신고 집 앞에서 놀다가 한 짝을 잃어버린 채 돌아온다. 난이 엄마는 원망과 서운함과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남은 꽃신 한 짝으로 난이 엉덩짝을 후려갈기고 만다. 그저 “볼기짝 두 개, 그것뿐”이었지만 그 뒤 난이는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세상을 뜨고 만다. 난이는 우리 집에 왔다 두 돌도 못 되어 돌아갔습니다. 이 엄마가, 너무 푸대접한 까닭이에요. 아니, 아기가 집에 찾아와도 한 번도 와 주지 않은 아빠가 더 나빴는지도 몰라요. (본문 p.114) 이 작품은 아이들이 얼마나 여린지, 그래서 어른들이 얼마나 소중히 품어 주어야 할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꽃신을 짓는 사람」은 어린이에 대한 강소천의 사랑이 더 확대되어 나타난다. 어느 날 얻어다 기른 딸 ‘예쁜이’를 잃어버린 부부. 구둣방을 하던 예쁜이 아버지는 딸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꽃신을 하나 둘 짓기 시작한다. 몇 년이 지나도 예쁜이는 돌아오지 않고, 마음이 지쳐가던 아버지는 문득 깨닫는다. 남의 아기를 위해 난 여태까지 몇 해를 두고 신발을 짓고 있었어. 왜 예쁜이 하나만을 위해 신발을 지어야 하나? 세 살짜리부터 여섯 살까지 신을 수 있는, 아니 갓난아기라도 신을 수 있는 예쁜 꽃신을 만들어야 해. 세상의 모든 어린이가 다 내 예쁜이인 거야! (본문 p.99) 그러면서 예쁜이 아버지는 다시 꽃신을 짓기 시작한다. 이 작품 속의 예쁜이 아버지는 강소천 자신이기도 하다. “언제인가 나는 골목길에서 이북에 두고 온 내 아이와 모습이 흡사한 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나는 달려들어 그 아이를 부둥켜안고 싶은 충동을 느끼었다.”라는 강소천의 말처럼, 이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뼈에 사무쳤다. 그러나 강소천은 그리움 속에 머물지 않고 이 땅의 수많은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짓는 사람’으로 살아갔다. 그것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생활에 밀착된 유쾌한 생활동화로 전환하다 강소천은 6?25를 겪으면서 ‘꿈’을 모티프로 한 환상동화를 많이 쓰다가 「나는 겁쟁이다」「영식이의 영식이」「꾸러기와 몽당연필」과 같은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생활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겁쟁이다」는 힘센 돌쇠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수남이가 어느 날 임금 자리에 오르면서 자신이 임금 자격이 있는지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정말 돌쇠를 용서해 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착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든지, 그렇지 않으면 남을 괴롭히고 때리는 돌쇠에게 ‘이 자식아! 왜 사람을 못 살게 구느냐?’ 하고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가지든가……. (본문 p.131) 수남이는 돌쇠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며 협박을 할 때 자신이 가만히 있었던 것은 마음이 너그러워서가 아니라 그저 겁쟁이였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는다. 양심과 참된 용기가 무엇인지 묻는 작품으로, 학교 폭력이 만연한 지금의 현실에서도 여전한 고민거리일 것이다. 「꾸러기와 몽당연필」은 영식이 가방에서 튕겨져 나온 ‘몽당연필’이 의인화되어 영식이와 서로 그리워하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학용품 등 물자가 귀하던 시절에 몽당연필이라도 소중히, 아껴 쓰자는 교훈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영식이의 영식이」는 한창 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학교에서 글을 배워 자기 이름을 쓸 수 있게 된 영식이는 장독, 연통 토막 등 보이는 곳마다 자기 이름을 쓰고 다닌다. 그런데 어느 날 장독이며 연통 토막이 자신들도 ‘영식이’라고 우기며 교실로 들어오는데……. 이 작품의 아이디어는 강소천이 남쪽 지방을 여행할 때 얻었다고 한다. 강소천이 여관 2층 방에 머물며 마당을 내려다보니 장독대에 초등학교 1학년쯤 되는 아이의 서툰 솜씨로 독마다 같은 이름이 씌어 있는 게 아닌가. 그 기억으로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탄생했다. 이 작품보다 이전에 쓰인 「박송아지」는 주인공 창덕이가 송아지를 한 식구로 생각하여 ‘박송아지’라 부르다가 생긴 재미있는 일화를 담은 것으로, 우리 모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기쁨을 표현한 작품이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환상이 어우러진「빨강 눈 파랑 눈이 내리는 동산」은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 봤음 직한 설정이 돋보인다. 아마 하늘나라에는 물감이 없는 모양이다. 빨강이, 파랑이, 노랑이, 연분홍이, 보랏빛 이런 여러 가지 예쁜 빛깔 눈이 내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옳아, 내가 하늘나라 달님에게 편지를 써 보낼 테야. (본문 p.83) 가지각색의 예쁜 빛깔 눈이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던 주인공 덕재는 언덕 위에 “빨강 눈 파랑 눈을 내려 주세요”라고 달님에게 편지를 쓴다. 그걸 본 달님은 거짓말처럼 여러 빛깔 눈을 차례대로 내려준다. 늘 어린이의 입장에서 자기 작품을 살피곤 했던 강소천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