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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은 자의 회상
2. 검은 숲의 산 3. 마지막 시내버스를 타다 4. 바벨탑의 원숭이 5. 절규 6. 잠자는 남자 7. 히드라의 얼굴 8. 그들의 영원한 하루 9. 그녀는 문 밖에 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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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가 정아를 쳐다보며 신기하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고 정아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밤이 깊어지자 나는 이제 그만 잘 시간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거실에서 잘 생각이었다. 방은 어차피 하나밖에 없고, 대신에 거실이 넓으니 나는 더 큰 방을 차지하는 셈이었다.
방의 불을 끄고 막 방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수아가 나를 불러 세웠다. 나는 몸을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흐릿하게 수아와 정아의 모습이 보였다. 수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오늘은 우리 곁에서 자요.」 「으응... 왜? 무서워?」 「아뇨.」 「그럼?」 수아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마음을 굳힌 듯 다시 말문을 열었다. 「실은... 오늘 밤 오빠랑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들과 섹스를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오빠, 우린 아직까지 사랑이 뭔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 몸은 이미 성인이에요. 다른 모든 인간들이 그런 것처럼, 우리도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구요. 하지만 우리에겐 기회가 없어요. 오빠가 우릴 사랑하든 않든 그건 상관없어요. 우린... 인간들이 이 몸으로 느끼는 모든 걸 느껴보고 싶다구요. 우리가 흉측하게 느껴지거든 거절해도 좋아요. 머리 둘 달린 괴물 같은 여자와 섹스를 한다는 게 내키진 않겠죠.」 --- p.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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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의 카오스에 던져진 아담과 이브들의 서글픈 자화상
묵시록적인 세기말의 공기를 마시며 현실 너머 환상의 지대에 존재의 도피처를 마련하고, 광기를 머금은 채 어디론가를 향해 질주하다 침몰해가는 도시의 회색인들. 그리고 그 중의 하나인 우리 자신.
지난해 장편소설《언더그라운더》로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세계와 문체를 자리매김한 소설가 김운하의 첫 창작소설집 《그녀는 문 밖에 서 있었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인간 스스로가 새겨놓은 상처와 카오스적 혼돈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군상들의 자화상을 싸늘한 예지적 감성으로 날카롭게 그리고 있다. 등단 작품인I <죽은 자의 회상>을 비롯, <검은 숲의 산> <마지막 시내버스를 타다> <바벨탑의 원숭이> <절규> <잠자는 남자> <히드라의 얼굴> <그들의 영원한 하루> <그녀는 문 밖에 서 있었다> 등 9편의 중단편이 실린 첫 번째 창작집인 《그녀는 문 밖에 서 있었다》는 '언어로써 언어와 세계를 전복하는 꿈'을 꾸었던 작가의 야망이 내밀하게 기른 힘을 통해 농익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동시에, 한 세기의 끄트머리에서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며 타성에 젖은 글쓰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의식이 원하는 대로, 자신만의 언어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패기만만한 한 젊은 작가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는 작품집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