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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종단 이탈리아, 낭만 혹은 현실
김영주
컬처그라퍼 201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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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글
프롤로그 | 잔치는 시작되었다

1부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토스카나
1 베네치아 Ⅰ | 마법의 도시
2 베네치아 Ⅱ | 수상 도시의 빛과 그림자
3 베네치아 Ⅲ | 가끔은 관객으로
4 베네치아 Ⅳ | 여행, 세월
5 피렌체 Ⅰ | 이것이 피렌체다
6 피렌체 Ⅱ | 11년 만의 약속
7 빈치-카프라이아 피오렌티나 | 르네상스맨의 고향
8 카포벤토 | 명품 시골마을의 자부심
9 몬탈치노-몬테풀치아노 | 그것은 꿈이었을까
10 몬테풀치아노 | 고장 난 타임머신

2부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라치오
11 움브리아 | 내가 그리던 여행
12 페루자 | 산들바람 같은 하루
13 아시시 Ⅰ | 토스카나에는 없고 움브리아에는 있는 것
14 아시시 Ⅱ | 마음의 쉼표
15 오르비에토 | 관광지의 미학
16 로마 Ⅰ | 로마의 휴일
17 로마 Ⅱ | 왔노라, 보았노라
18 로마 Ⅲ | 대제국의 오늘
19 로마 Ⅳ | 명불허전

3부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시칠리아
20 폼페이-소렌토 | 남쪽으로
21 소렌토 | 돌아오라 소렌토로
22 카프리 | 릴케와 서머싯 몸의 섬
23 시라쿠사 Ⅰ | 마피아의 섬으로
24 시라쿠사 Ⅱ | 다시대의 박물관
25 타오르미나 Ⅰ | 보석 같은 치유의 마을
26 타오르미나 Ⅱ | 이탈리아 식사법
27 사보카 | 그날의 결혼식
28 카타니아 Ⅰ | 마지막 여정
29 에트나 산 | 살아 있는 산에 오르다
30 카타니아 Ⅱ | 아디오(Addio), 이탈리아

이탈리아 종단하기

저자 소개 1

국내 유수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잡지 에디터와 편집장으로 오랜 시간 일했다. 웅진출판 생활잡지 사업본부장이던 2005년,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던 나날을 내려놓고 홀연히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침내 손에 넣은 자유가 가르쳐 준 것은 느리게 머무는 삶의 행복이었고, 그것은 오랜 기다림 끝의 약속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여행 작가라는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토스카나』 『뉴욕』 『프로방스』 『지리산』 등의 ‘머무는 여행’ 시리즈를 내놓으며 국내 여행문학계의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부터 새롭게 시작한 ‘길 위의 여행’ 시리즈로 미국 횡단을 다룬
국내 유수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잡지 에디터와 편집장으로 오랜 시간 일했다. 웅진출판 생활잡지 사업본부장이던 2005년,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던 나날을 내려놓고 홀연히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침내 손에 넣은 자유가 가르쳐 준 것은 느리게 머무는 삶의 행복이었고, 그것은 오랜 기다림 끝의 약속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여행 작가라는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토스카나』 『뉴욕』 『프로방스』 『지리산』 등의 ‘머무는 여행’ 시리즈를 내놓으며 국내 여행문학계의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부터 새롭게 시작한 ‘길 위의 여행’ 시리즈로 미국 횡단을 다룬 『태양, 바람 그리고 사막』, 이탈리아 종단을 다룬 『이탈리아, 낭만 혹은 현실』을 출간했다.
여행만큼 저자를 사로잡은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다름 아닌 미술이다. 여행하거나 글을 쓰지 않는 휴식의 시간에 틈틈이 미술사 공부를 이어가고 전시장을 찾던 발길은 이후의 여행과도 연결되었다. 첫 작업으로, 인상파 화가들의 발자취를 다룬 여행서 『인상파 로드』를 발간했다. 화가들의 생가에서 무덤까지, 그림의 배경과 작업실까지 하나하나 친절하게 따라가며 풀어간 이 책은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의 기본 설명 등을 쉽고 재미있게 접목시킴으로써 ‘아트와 여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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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654g | 153*200*30mm
ISBN13
9788970596396

책 속으로

6년 전 프라토에서 만났던 토스카나 토박이 레오나르도는 ‘남쪽’이 궁금하다는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완전히 다른 나라죠. 점잖고 차분한 여기(토스카나)와는 딴판이랍니다. 한마디로 떠들썩한 동네죠.” 그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나는 최소한 토스카나 사람들끼리는 한 가족인 줄 알았다. 그러나 피렌체는 시에나를, 루카는 피사를, 프라토는 피렌체를 은근히 견제하고 있었다. 내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데 말이다. 네 코스에 달하는 엄청난 식사량과 긴 식사시간, 뱃살 좋은 엄마가 총지휘 하는 가족의 밥상, 밤늦도록 파스타와 와인을 앞에 놓고 쉴 틈 없이 말을 주고받는 식탁 문화.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었다. 와인의 뒷맛이 다르고 국수의 쫄깃함이 다르며 피자의 두께가 다르듯 각자의 기질 또한 무섭게 다르다는 것을.
베네치아에서 시칠리아까지의 거리를 단순하게 계산하면 천 킬로미터쯤 된다. 점잖다는 동네에서 시끌벅적한 곳을 거쳐 이탈리아인들 사이에서도 ‘별종’이라 불리는 저 남쪽 섬나라까지의 여정이 흥미진진해지고 있었다. 그들끼리야 국가 대항 축구경기만 끝나면 각자 콧대를 세우고 돌아설 수도 있겠지만 여행자의 시각은 다르다. 한 번의 극장 입장료를 내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여러 편 보는 것과 같으니, 이보다 더 짭짤한 여행이 어디 있겠는가.
--- p.19-20 ‘프롤로그 : 잔치는 시작되었다’ 중에서

만일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를 20대에 읽었다면(물론 나의 20대 때에는 이 책이 출간되지 않았다) 밤잠을 설치며 두 연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만일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30대에만 봤더라도(물론 나의 30대 때에는 이 영화가 개봉되지 않았다) 고풍스런 건물과 운치 있는 골목 어디쯤에서 모락모락 피어날 운명적 로맨스를 상상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저 꼭대기까지 오르는 길이 얼마나 낭만적으로 다가왔겠는가. 그 절절한 감정의 힘이 내 두 다리에 실리면서 한 계단 한 계단이 꽃밭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막 463계단을 걸어서 올라왔을 여주인공 아오이가 하늘거리는 스커트에 정장용 구두를 신고는 얼굴에 숨 가쁜 기색 하나 없이 옛 애인과 조우하는 모습에 최소한 비슷하게라도 근접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나는 (불행히도) 마흔을 훌쩍 넘기고서야 이 러브스토리를 접했고, 피렌체의 이국적인 풍경을 재확인하는 것 외에는 20대 두 청춘의 애절한 그리움에 공감대를 가질 수가 없었다. 오히려 답답하기까지 했다. 저토록 사랑한다면 빨리 전화해서 후다닥 오해를 풀고 만나야지 왜 서른 살까지 힘들게 기다릴까, 하고. 아, 매정한 내 나이여!
--- p.91 ‘피렌체 Ⅱ : 11년 만의 약속’ 중에서

여행에 대한 루이지의 생각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다른 사람들, 다른 문화를 접하는 게 가장 매력적이랍니다. 집을 떠나면 고생스럽겠지만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이 열린 마음을 갖게 되거든요.” 나는 여행지에서 답답함을 겪을 때마다 나를 웃게 만들던 문장 하나를 떠올렸다. 힘겨운 소통에 짜증이 나고, 불편함에 지치고, 스스로 어리석게 여겨져 울화통이 터질 때면 마크 트웨인은 내 귀에 대고 이렇게 약을 올렸다.
“여행은 편견, 고집불통, 편협한 마음에는 치명적이다. 따라서 우리들 가운데 많은 이들에게 여행은 꼭 필요하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폭넓고 건전하고 자비로운 관점은 평생 동안 지구의 작은 구석 한 곳에 서식해서는 결코 얻을 수 없으니까. … 점잖은 독자는 자기가 얼마나 지독한 바보일 수 있는지 결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 외국에 나가기 전까지는. (마크 트웨인, 『철부지의 해외 여행기, 1953』 중에서)”
--- p.281-282 ‘소렌토 : 돌아오라 소렌토로’ 중에서

“시칠리아요?” 옆에 서 있던 남편이 반쯤은 놀라고 반쯤은 미소 띤 얼굴로 되묻는다.
“네, 시칠리아요.”
“마피아의 나라로 가시는군요. 하하.”
방으로 돌아온 나는 시칠리아에서의 첫 도착지 지도를 펼쳐 놓고 다시 위치를 확인했다. 떠나기 전,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진가를 만났었다. 최근까지도 시칠리아에 머물며 작업을 했던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해줬다. “마피아의 본고장이라서 위험할 거라고요? 마피아들이 뭘 얻겠다고 일반 관광객을 건드리겠어요. 알아서 길도 잘 닦아 주고, 동네 소매치기나 강도들 군기도 다 잡아 준다니까요. 오히려 더 안전해요. 마피아는 대부분 식당이나 호텔에 연루되어 있는데, 관광객들이 많이 올수록 좋잖아요.”
꽤 설득력이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을 굳게 믿기로 했다. 지금은 더 그렇다.
--- p.296 ‘카프리 : 릴케와 서머싯 몸의 섬’ 중에서

나는 안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빛바랜 사진과 엽서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벽면, 진열장 안의 다양한 과자들, 수십 년도 더 되었을 제과제빵 기구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떡 버티고 선 하얀 앞치마의 주인장. 그런데 뭘 도대체 어떻게 주문해야 하는 걸까. 그녀가 따라 들어와 설명을 보탰다. “요 노란 걸로 고르세요. 이게 최고랍니다. 안에 초콜릿도 들어 있어요. 로베르토, 로베르토!” 그리고는 이탈리아어로 뭔가를 주문해 준다. 나는 2유로를 내고 큼직한 과자 하나를 받아들어 한 입 베어 먹었다. 달콤하고 향긋했다. “로베르토의 아버지 때부터 이 자리에서 이 가게가 운영되어 온 거랍니다. 대단하죠? 타오르미나에서 가장 맛있는 과자점이에요. 지금도 일일이 다 구워 내고 있잖아요.” 그녀의 호탕한 설명은 이어지고, ‘Roberto’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로베르토 씨는 카메라를 치켜든 내 앞에서 포즈까지 취해 준다.
“근데, 이 가게와는 어떤 관계이신지…, 혹시 가족?”
“아뇨, 그냥 관광객인데요. 호주에서 왔어요. 한두 번 드나들다 보니 다 알게 된 거죠. 아, 어머니가 이탈리아 사람이라서 말을 잘하는 것뿐이에요.”
내가 무사히 과자 구입을 끝낸 것까지 확인한 그녀는 가게 앞을 떠났다. 이제 간이의자는 내 차지가 되었다. 잠시 후, 로베르토가 배달을 가는지 손짓으로 가게를 지켜 달라고 하며 골목 뒤로 사라진다. 또 잠시 후, 다시 나타난 그는 남은 과자 몇 개를 내 손에 쥐어 준다. 그리고 얼마 후 한 떼의 할머니 관광객들이 나와 똑같은 자세로 과자점을 기웃거린다. 나는 좀 전의 그녀처럼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로베르토는요….”

--- p.348-349 ‘타오르미나 : 이탈리아 식사법’ 중에서

출판사 리뷰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다섯 권의 ‘머무는’ 여행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여행법을 설파하며 우리 여행 문학계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한 김영주. 2011년부터 새롭게 시작한 ‘길 위의’ 여행 1권 『태양, 바람 그리고 사막』에 이은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느림의 미학을 보여 주었던 머무는 여행과 정반대로 로드무비 같은 여정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길 위의 여행, 그 두 번째 여정지는 바로 문화와 예술의 보물창고이며 열정적인 생기가 가득한 나라 ‘이탈리아’다. 이미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여행지의 대표 격인 나라, 여행자들의 로망이자, 그래서 누구나 벌써 한 번쯤은 다녀왔을 것 같은 이탈리아에서 김영주는 과연 어떤 여행을 보여 주려 한 것일까.

널리 알려진 관광지인 만큼 우리는 이탈리아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막상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면 금새 갈등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탈리아는 셀 수 없이 많은 얼굴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운하로 이루어진 수상 도시 베네치아, 학문과 예술의 대표 도시 피렌체, 종교와 신앙의 도시 바티칸과 아시시, 거대한 고대 유적들이 가득한 로마, 몬테풀치아노의 포도밭, 움브리아의 드넓은 구릉 지대, 낭만의 도시 소렌토와 환상의 아말피 해안, 그리고 ‘마피아의 섬’ 시칠리아의 이국적인 풍경들…. 축구 경기를 할 때가 아니면 이탈리아 사람들끼리도 각자 서로 다른 나라라고 생각할 만큼 확연히 다르면서, 그만큼 어느 한 곳도 놓치기 아쉬운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다. 즉, 이탈리아 여행이란 한 번의 극장 입장료를 내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여러 편 보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이에 김영주는 북쪽 베네치아에서 시작하여 피렌체를 거쳐 중부 아시시와 로마, 남쪽의 소렌토를 경유하여 시칠리아에 이르는 천 킬로미터의 종단 여행을 떠난다. 그것은 이탈리아의 다채로움을 모두 맛보는 시끌벅적한 여행이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어떤 이탈리아를 만나고 싶은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비용과 시간 등 현실적인 여건으로 이탈리아의 한 부분밖에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면, 또는 짧은 일정 동안 이탈리아의 겉모습밖에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면 김영주의 여행에 동반해 볼 것을 권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탈리아 여행의 참모습이 바로 여기 다 있으니까.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 생기발랄한 이탈리아 종단 여행

이탈리아 여행은 지금까지의 김영주의 여행과 여정도 느낌도 많이 다르다. 한 여행지에 오래 머물며 조용히 인생을 성찰하거나 고요한 사막을 달리며 근원적인 열망과 마주했던 이전의 차분한 여행들과 달리, 이탈리아에서 김영주는 북적거리는 사람들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짐을 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한” 시끌벅적하고 숨가쁜 여행이었다. 흔히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화제인 ‘도둑과 소매치기, 불친절과 발 디딜 틈 없이 넘쳐나는 관광객’에 관해 많은 책과 블로그들이 증언하고 있는 ‘무용담’ 가운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과장인지 궁금하다면 김영주가 만난 사람들이 어느 정도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이번 이탈리아 여행의 키워드는 바로 ‘사람’이므로.

“나의 이번 여행은 사람들로 시작해 사람들에서 끝났다. 나는 길 위에서, 골목과 광장에서, 기차와 배 안에서, 민박집과 장터에서 수많은 이탈리아인들과 부딪쳤다. 때때로 그들의 강렬한 인상은 화려한 두오모보다 앞섰고 경쾌한 제스처와 말투는 푸치니의 오페라보다 실감났다. 투박한 인간미에 가슴이 싸해지고, 허름한 농가 한편에 걸린 동네 화가의 조악한 풍경화 한 점이 르네상스의 걸작보다 더 정답게 다가올 즈음, 나의 이탈리아 여행은 새로운 관점에 눈을 뜨게 되었다.”

여행 작가 김영주를 사로잡은 것은 최첨단 패션산업의 메카로 유명한 도시들이 아니라 푸릇한 땅과 걸쭉한 인심이었다. 이탈리아는 한쪽에 유행에 앞서가는 도시가 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오래 묵은 전통을 최강의 무기로 내세우며 여행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나라였다. 우리보다 더 가족애에 집착하고, 우리만큼 흥분도 잘하는 사람들이 사는 또 하나의 반도 국가는 친근하고 매력적이었다. 파란만장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거치고, 파시즘의 탄생과 몰락을 겪으며 두 번의 세계대전 끝에 상처투성이 영토와 가난을 물려받았음에도 이탈리아인들은 세상에 대한 분노보다는 살아 있음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었다. 낭만과 해학으로 포장된 근사한 삶의 도구들이 그들의 하루를 윤기 나게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힘겹게 모퉁이를 돌아갈 때마다 응원군이 되어 준 예술적 자부심과 언제 어디에서든 가족과 함께해 온 일상의 힘이 버티고 있었다. 이탈리아 반도의 북쪽에서 시작해 남쪽 끝 시칠리아 섬까지 향하던 긴 여정 동안 김영주는 어느새 이들의 들썩이는 맥박소리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자신을 깨닫는다. 그 거칠지만 생생한 기운들이 여행 속에서 그녀의 삶 한 자락을 눈부시게 만들었다. 그리고 귓전에 이렇게 속삭여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답다고.

여행에서 기대하는 낭만과 북적거리는 여행의 현실이
생생하게 교차하는 솔직담백 유쾌한 이탈리아 유람기

아무리 근사한 곳으로 완벽한 스케줄을 짜서 여행을 간다 해도, 우리가 떠나기 전에 기대했던 낭만을 백 퍼센트 채워 주는 여행은 없다. 김영주의 여행 또한 그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간과 장소를 착각하여 베네치아의 명물 곤돌라를 놓치고, 로마의 패스트푸드 점에서는 불친절의 극치를 경험하고, ‘슬로시티’를 표방한 도시는 앉을 자리도 없을 만큼 사람으로 미어터지고, 인터넷 사이트 평가만으로 가장 기대했던 숙소에서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물 위의 도시 베네치아가 발휘하는 마법은 그런 실패와 시행착오를 무색하게 만들고, 걷다 지친 도심에서 만난 젤라또의 맛은 인생의 행복을 가르쳐 주고, 생애 첫 로마의 휴일은 피곤을 잊게 했다. 살아 있는 화산 에트나 산에 오른 순간, 시칠리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 「대부」의 주인공 마이클이 결혼식을 올린 장소를 걸었던 순간은 기대 이상의 낭만을 선사 받은 순간이었다. 이처럼 낭만과 현실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순간들로 여행은 더욱 반짝이기도 한다.

이 책은 이탈리아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그려 보는 이탈리아 여행의 실체를 가장 현실에 가깝게 느껴 볼 수 있는 솔직한 여행기이다. 또한 당장이라도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할 만큼 이탈리아의 마법과 매력을 제대로 포착한 여행기이기도 하다. 그것은 무엇보다 김영주의 이탈리아 여행이 유쾌하기 때문이다. 직면하는 여행의 장면과 순간은 모두에게 같을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느끼는지는 제각각 다르고, 그에 따라 여행은 달라진다. 그리하여 어떤 이에게는 목적 달성을 위한 피곤한 관광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사람 냄새 나는 충실한 여행이 된다. 호텔, B&B, 농가, 아파트, 고성(古城) 등 모든 형태의 숙소를 섭렵하고, 항공기, 렌터카, 기차, 페리, 보트, 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을 동원해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는 여행이 마냥 편하고 즐거울 리는 없다. 그러나 지칠 수 있는 상황도 웃음으로 승화시킨 긍정의 에너지가 이 여행을 김영주만의 특별한 여행으로 만들며, 여정을 함께 따라가는 이들에게 두근거림을 줄 것이다. 아주 솔직하고 담백하게 여행의 실체를 ‘그저 보여 주는’ 이 여정을 따라가기 위한 또 다른 가이드북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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