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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0 │ 그놈이 왔다 14 │ 원인 없는 세계에서 23 │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28 │ 내가 주인공인 페이크 다큐멘터리 33 │ 거리 두기 전략 39 │ 선생님, 저는 질병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42 │ 공황 상태 생중계 48 │ 공감의 조건 54 │ 문 밖의 손님 58 │ 무속인의 제안 62 │ 산신령께 보내는 편지 67 │ 고통의 초상화 73 │ 공황 퇴치 자전거 여행 77 │ 영화 〈덩어리〉를 만들며 82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통 89 │ 제1회 공황장애 페스티벌 94 │ 변기에서 온 그녀 100 │ 영화 〈곡성〉 113 │ 더 나아간 상상 116 │ 출구에 서서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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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를 지나자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호흡은 점점 가빠졌다. 눈을 질끈 감았다 떠 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아도 마찬가지였다. 숨 쉬는 게 어려워질수록 연거푸 더 깊은 숨을 들여 마셨다. 곧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강력하고도 불길한 예감이 날 덮쳐왔다. 그 순간이었다. 내 몸으로 뭔가가 통째로 들어왔다. 쓰러지지 않을 정도의 발작이 일어났다.
--- p.17~18 앞으로가 중요하다. 원인이 무엇이든 이제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순 없다. 대책위가 있어야 한다. 나는 블로그에 ‘공황장애’ 카테고리를 전체 공개로 개설했다. 이제부터 모든 증상을 기록할 것이다. 기록은 내 전문이다. 지난 10년간 내 모든 생각과 작업을 블로그에 기록해 오지 않았던가. 공황장애라고 예외가 될 순 없다. 나는 공황장애를 정면으로 마주할 것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극복할 것이다. 단순한 기록으로만 그치지도 않을 것이다. 공황장애는 내 그림과 글쓰기 작업의 일부가 될 것이다. 작가가 공황장애를 맞이하는 방식을 보여 주겠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예술적으로! --- p.26~27 불을 끄고 누웠다. 제대로 잘 수나 있을까. 어쨌든 눈을 감았다. 깜깜한 세상이 보였다. 그 검은 세계에서 문득 덩어리진 검은 형체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검은 형체들은 내가 잠시 접어 두었던 그 질문, 그 문장의 형태를 띠고 점점 클로즈업되었다.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 p.32쪽 증상이 찾아올 때마다 되뇐다. 너는 거짓말이다. 너는 거짓말이다. 너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하게 존재하지만 결국 너는 거짓말이다, 라고. --- p.35 공황장애의 괴로움은 이런 식이다. 일생 동안 한 번 도 해 보지 않았던 생각에 의해 일생 동안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았던 고통이 수반되는 것. 여기에는 어떤 논리도 이성도 의지도 작용하지 않는다. --- p.59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삶이 휘청거릴 만한 사건이 찾아오면 그 이전과 똑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 뭐라도 바꿔야 한다. 시도해야 한다. 아니면 자전거 여행을 떠나 항문이라도 조져 봐야 한다. --- p.81 내 상태가 아무리 호전되었다고 해도 공황장애가 뭔지도 몰랐던 예전의 나로 완벽하게 돌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트루먼처럼 이 세계를 벗어 던지지 못 한 채 출구의 문턱에서 발을 기웃거리는 상태로 어정쩡하게 서 있다. 분명 출구에 서 있지만 퇴장하지는 못하는 공간, 여기가 내가 살아야 할 곳인지도 모른다. --- p.123~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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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넌 아무것도 아니야!
공황장애는 그렇게 왔다가 갔다. 그러나 완전히 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내 상태가 아무리 호전되었다고 해도 공황장애가 뭔지도 몰랐던 예전의 나로 완벽하게 돌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쓴다. 그렇다. 이 책은 언뜻 억척스런 의지와 젊음의 패기로 공황장애라는 질병을 물리친 이야기 같지만, 실상 공황장애라는 질병은 한번 찾았던 이를 완전히 떠나 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 공황장애 증세가 나타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저자는 아직도 뻥 뚫린 도로를 운전할 때, 밀폐된 공간에서 영화나 연극을 볼 때, 커피를 마시고 난 후 종종 위기가 찾아온다고 고백한다. 분명 출구에 서 있지만 퇴장하지는 못하는 공간, 그곳이 자신이 살아야 할 곳인지도 모르겠다고. 공황장애와 함께한 날들의 기록을 돌아보며 질병으로서의 공황장애를 증오의 대상에서 존중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완치의 마지막 단계일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공황장애의 모습으로 찾아왔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괴롭히며 압박하는 존재,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어려움들에 대해 이 책의 저자 오재형 식의 반응도 꽤 그럴듯한 대응방식이라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