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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1장 도미히코 씨, 독서하다 끝없이 펼쳐지는 책의 숲 나의 청춘문학 전철 안의 별세계 책을 읽는 사람, 책을 늘어놓는 사람 낭독하던 시절 이렇게 두근두근 떨리다니, 도대체 어인 일일까!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과 런던 파이프 다다미 넉장반과 우치다 햣켄 아이가 눈을 뜨는 법 미도로가이케와 미도로가오카 ‘어린이’들 가짜 생명체들의 세상 제2장 도미히코 씨, 좋아하는 것을 말하다 비장의 영화 심플한 응원 추억의 명화 내가 애정하는 것들 시라가바시 할머니와 아카다마 포트와인 ‘일요일은 장기와 뤼팽 3세로 완성된다’고 믿었던 시절 닳지 않는 모래그릇 수수경단 카레라는 요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제3장 도미히코 씨, 자신의 작품을 논하다 태양의 탑은 ‘우주 유산’ 그녀의 이름은 코딜리아 푹 젖은 나의 영웅 사과하고 싶다 어쨌든 쓴다 이 글은 무작정 쓰는 것이다 원작자의 말·만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원작자의 말·연극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폼포코 가면에게 쫓기는 나·연재소설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을 연재를 마치며 내면의 호랑이와 재회하기 위하여 원작자의 말·연극 [궤변 달려라 메로스] 원작자의 말·연극 [궤변 달려라 메로스] 재공연을 앞두고 교토와 가상 교토 『유정천 가족』 속편이 늦어진 이유 작가의 사전에서 시작이란 여행지에 숨어드는 일상 어느 다다미 넉장반 성애자의 추억 제4장 도미히코 씨, 빈둥거리다 힐링의 악식 이 글을 읽는다고 후지산에 오를 생각이 들진 않을 겁니다 도쿄 쇼트 트립·걸어도 걸어도 폐역 언덕으로 둘러싸인 도쿄 ‘야마노테’ 산책 나 홀로 철도 여행·여행의 묘미는 탈선 교토를 문학적으로 산책하다 긴 시장을 빠져나오자 그곳은 가깝고도 먼 곳으로 나라의 오솔길 제5장 도미히코 씨, 일상을 그리다 부끄러워할 건 하나도 없다 교토와 나 다다미 넉장반의 고고함 가지가 준 깨달음 봄날의 단잠 일기 과녁을 맞힐 뻔한 이야기 숲을 보는 도미히코 환상적인 순간 화장실의 추억 창을 밝힌 등이 눈부시다 기념관과 주마등 먹는 즐거움 이상한 시스템을 즐기는 사람들 제6장 특별기고 ‘모리미 도미히코 일기’를 읽다 제7장 공전하는 소설가 제1화 · 슬럼프에 대하여 제2화 · 일을 시작하는 법에 대하여 제3화 · 이야기의 배경에 대하여 제4화 · 동일본대지진에 대하여 제5화 · 영상화에 대하여 제6화 · 문방구에 대하여 제7화 · 책상 위의 모험에 대하여 제8화 · 여행에 대하여 제9화 · 초심에 대하여 제10화 · 글을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제11화 · 작업실에 대하여 제12화 · 고쳐 쓰기에 대하여 제13화 · 시간에 대하여 제14화 · 소설과 면도날에 대하여 제15화 · 탈고에 대하여 제16화 · 아름다운 술에 대하여 제17화 · 화분증에 대하여 제18화 · 콘셉트에 대하여 제19화 · 이야기 구성에 대하여 제20화 · 료안지의 석정에 대하여 제21화 · 애니메이션 [유정천 가족]에 대하여 제22화 · 교토를 쓴다는 일에 대하여 제23화 · 계획적 무계획에 대하여 제24화 · 공전하는 소설가에 대하여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책상 위 모험의 극치, 모리미 도미히코의 비밀 이 책에 등장한 책들 이 책에 등장한 작가들 |
Tomihiko Morimi,もりみ とみひこ,森見 登美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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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되는 것도, 약이 되는 것도 아닌 책. 중간부터 읽어도 되며, 읽고 싶은 부분만 읽어도 되는 책. 긴 것, 짧은 것, 농후한 것, 얄팍한 것, 능청스러운 것, 나름대로 성실함을 갖춘 것 등 다양한 글이 수록되어 있어서 그 몽롱한 분위기가 태평양에 떠 있는 이름 모를 섬의 모래사장에 왔다가 물러가길 반복하는 파도처럼, 책을 읽는 독자들을 평안한 꿈의 나라로 유혹할 것이다.
당신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 p.5 그리고 나는 소설 속에서 거짓말을 계속 해댄다. 나는 어쩌다 이런 인간이 돼버린 걸까? 혹시나 유년기에 겪은 시련이 지금에 와서 진가를 보이는 걸까? 그 뜨겁던 여름 날, 초등학교에서 집으로 가던 중에 책가방에 들어 있던 요구르트가 폭발한 그 무서운 사건이 내 성격을 뒤틀리게 하고, 거짓말만 하는 놈으로 만들어버린 게 분명하다. 어찌 이리 애처로울 수가! 그러나 이렇게 짧은 문장 안에서 또 거짓말을 한 데에 머리 숙여 사과를 드리고 싶다. 또 이런 진정성 없는 사과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를 드리고 싶다. --- p.114 소설을 쓸 때,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방침은 ‘어쨌든 쓴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인데, 이것 말고 여러분께 보일 다른 방법이 없다. 세상에는 마감이라는 시스템이 있어서 반사적으로 쓰게 된다. 물론 아무 바탕도 없이 ‘어쨌든 쓰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일정한 부분은 메모에 의존한다. 떠오른 조각들을 대충 적어서 팔짱을 끼고 노려보다가 그중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한다. 수수께끼를 푸는 것과 비슷하다. --- p.116 소설이건 연재건 끝이 난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입니다. 독자분들께서 ‘뒤죽박죽 엉망진창인 소설이었는데, 그래도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매일매일 재미있었던 것 같아’ 하시며 검은 망토의 폼포코 가면을 떠올려주신다면, 더 이상의 기쁨은 없을 것입니다. --- p.131 생각해보면 ‘여행’은 비일상으로 떠나는 일이다. 그리고 ‘밤’은 일상과 비일상이 혼탁해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여행지에서 보내는 밤’에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일까? 자칫 비일상 속에 기묘한 모습으로 일상이 나타나지는 않을지? 여행지에서 보내는 밤, 평소에는 감추고 있던 또 다른 자신이 현실 속의 자신을 앞질러간다면? --- p.149 기차에서 탈선은 금기사항이지만, 여행의 묘미는 탈선에 있다. 오히려 계획과 탈선의 사이에 나타나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것이야말로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을 쓸 때도, 기차를 탈 때도. 그러니 사전에 예정한 대로 따라간다면 결코 여행의 묘미를 맛볼 수가 없다. --- p.212 “저는 가지거든요.” 평소엔 몸 둘 바를 몰랐던 당황스러운 장소를 어슬렁대며 편하게 이야기하고, 편하게 춤추고, 편하게 서서 보냈다. 그러니 낯을 가려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가지가 되어보라. 잘 풀리면, 가지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장애물을 간단히 뛰어넘어 마음에 담아둔 사람에게 말을 걸 기회까지 얻을지도 모른다. 만일 가지가 된 이유로 연애에 성공한다면 만만세다. 남은 문제는 상대가 반한 게 가지인지, 당신인지, 하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던가. --- p.268 호기심과 공포, 이것은 내가 소설 집필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연료다. 터널 저편에 보이는 숲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벽에는 그 터널 저편이 저승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 같은 분위기마저 감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언젠가 나는 이 터널에서 시작되는 소설을 쓰게 될 것 같다. --- p. 347 퇴근길에는 문방구를 돌며 미친 듯이 문구류를 사 모았다. 전에 산 것이 아직 남아 있는데도 다음 것을 또 샀다. 볼펜, 다이어리, 정보카드에도 집착했다. 마지막에는 그냥 하얀 종이 묶음만 봐도 가슴이 설렜을 정도다. 왜 그렇게 깊이 빠져 있었느냐면, 새 문구를 쓰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 p.354 ‘첫날은 어디어디에 가서 명소 A와 명소 B를 보고, 다음 날에는 다른 도시로 이동해 명소 C를……’ 하고 일정을 짜서 여행을 떠나지만, 실제로 여행을 다녀와서 기억에 남는 것은 예정대로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예를 들어 폭설로 기차가 멈춰 섰다거나, 동행한 친구가 열이 나서 하루 종일 숙소에 있었다거나, 현지에서 친구와 다투고 헤어졌다거나 하는 일들. 계획을 벗어난 평범하지 않은 일이야말로 여행을 여행답게 해준다. 그런 귀찮고 짜증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은 여행은 감히 여행이라 부를 수도 없다. --- p.360 나는 초고를 반복해서 읽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반복한다. 무수한 문제점이 보인다. 스토리가 부자연스럽고, 문장도 엉망이다. “대체 누가 썼습니까? 책임자 나오라고 해!” 안타깝게도 그 책임자가 바로 나다. --- p. 374 모험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모험에 대한 글을 쓰고, 귀신이 보이지 않아서 괴담을 쓰며, 하늘을 날지 못하니 소설을 통해 하늘을 날아본다. 모두 마찬가지다. --- p.386 책상 앞에 앉아 끼적이고 있는 동안, 지하에 숨어 있던 바위의 모습이 시나브로 그 형태를 드러낸다. 그렇게 조금씩 파헤쳐서 모습을 드러내는 바위는 평소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세계'다. --- p.398 낭떠러지 끝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슬아슬 계산해서 계획한 대로 걸어가야 하지만, 낭떠러지에 도착하면 이제 계산을 포기하고 몸을 던져야 한다. --- p.4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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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전 세계를 여행한 사람이 아니라
머릿속 세계를 구현해내는 사람일지도 ‘모리미 도미히코인데, 어련하겠어!’ 저자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은 공감할 평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콘셉트와 아이디어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꾸준히 자신만의 독보적 세계를 펼쳐, 독자들의 단단한 신뢰를 확보했다. 동시에 ‘이 사람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살기에 이런 생각을 하나’, ‘이 사람은 일상생활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 또한 달고 다닌다. 저자가 어떤 부분에서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구체화하는지 알기 어려워서다.『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에서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다다미 넉장반짜리 좁은 방에 앉아 있노라면 뇌 속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고 저자는 말했다. 어디에도 가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었고, 무엇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이든 볼 수 있었던 저자는 소설 안에서만큼은 한없이 자유롭다. 『교토의 천재 소설가』의 집필 과정을 엿보는 것도 또 하나의 묘미다. 저자 모리미 도미히코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털어놓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의 터무니없는 망상이 어떻게 작품의 콘셉트가 되고 스토리가 되는지 세세하게 설명한다. 허황된 망상이 소설이 되기까지 소설가의 분투를 엿볼 수 있다. 언제나 한 발 물러서서, 함께 놓인 적 없는 것들을 모아보고 엮어보는 참신한 고민을 반복하는 저자는 딱 ‘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다시 말해 ‘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 정도로 떨어져 엉뚱한 생각을 펼치고, 또 그 생각을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가져다줄 궁리를 하는 것이다. 자신의 뒤죽박죽 엉망진창인 망상을 독자에게 전달하려 안간힘을 쓰는 과정을 엿보면, 저자의 설명하기 힘든 인간적 매력에 어느새 폭 빠질 것이다. 이 과정을 즐기는 저자의 모습은 더더욱 매력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