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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빠는 나를 달리게 하고구오빠는 나를 멈추게 한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이돌 프로그램을 본 다음 날, ?과 나는 서로 눈을 맞추며 봤어? 하고 물었다. 사랑에 빠지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덕통사고를 당하는 건 몇 분, 아니 몇 초면 충분했다.”(52쪽) 디디와 ?과 제나는 그야말로 열혈 아이돌 덕후다. 디디는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덕질을 하고 ?은 학교 선생님인데 덕질을 하고 제나는 덕질을 하면서 일취월장하게 된 일본어 번역으로 밥을 벌어먹으면서 덕질을 한다. 현오빠, 즉 현재 사랑하는 아이돌의 영상을 매번 돌려 보고 콘서트는 빠짐없이 출첵하고 온갖 굿즈를 사 모으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셋이 만나면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로 밤을 세울 정도. 그러니까 당연하게도 아이돌에 대한 애칭도 남다르다. 언어의 한계를 느끼며 고심해낸 작명은 사랑하는 아이돌의 특성에 맞춤한다. 이를테면 주주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하얗고 달콤하고 폭신하기까지 한 궁극의 맛. (……) 서주아이스주, 줄여서 주주”(104쪽)이고 츄파춥스가 연상되어서 붙여진 츄파는 “여러 색이 제멋대로 섞여 있는 달콤한 볼(ball). 물러 보이지만 의외로 단단한 심지가 있어 잘 깨지지 않는 사탕”(136쪽) 같다. 그렇게 아이돌에 대한 애정을 일구어나가는 어느 날, 디디는 인터넷 연예 기사를 훑다가 ‘일본 유명 아이돌, 이마무라 유아 중태’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된다. 유야는 디디가 정말 사랑했던 구오빠, 구아이돌이다. 그리고 며칠 있다가 유야는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유야가 자살을 했다는 의혹을 접하게 된 디디는 충격에 휩싸인다. 그 즉시 회사에 급히 휴가계를 낸 후 일본으로 떠나는데…… 한편 『우주를 담아줘』는 세 여자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로 애정하는 존재를 깊이 품으면서 쌓아온 우정과 연대에 대한 이야기이며, 대한민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는 삼십대 여성들의 불안한 삶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박사랑 작가가 사려 깊은 목소리로 잘 버무려놓은 에피소드들은 이 시대의 핍진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디디와 ?과 제나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며 벼려온 우정을 독자들은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면서 한편으로는 먹먹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불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셋이 있으면 괜찮았다. 넘어지고 엎어져도 덜 부끄러웠고 다시 일어날 힘이 돋아났다. 남들은 하나도 웃지 않을 개그에 말을 보태면서, 깔깔 넘어가면서, 헛소리를 늘어놓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애인과 헤어지고도 할머니를 떠나보내고도 아이돌과 멀어지고도 우리는 함께였다. 이별이 쉼 없이 이어지는 동안 떨어져 나가는 내 살점을 보는 것처럼 애타고 아프고 힘겨웠지만 흔히 하는 말 그대로 내일은 왔다.”(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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