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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도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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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파도, 무한한 세계모든 것은 연장, 연장, 연장……사라져가는 것들의 세계에서 조우한사라진 것이라 믿었던 세계벨 할, 섬 도. 할도割島.“비가 잦고 빗줄기가 거세 뺨에 맞으면 살갗이 베인다는” 섬. 할도를 소개하는 팸플릿에는 단 세 가지가 그려져 있다. ‘해안 절벽’과 이름을 모르는 ‘세 종의 식물’ 그리고 ‘회색빛에 가까운 흐린 푸른색’의 “허공”. 팸플릿의 배경은 허공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할도는 모호한 공간이다. 실재가 어디까지인지, 실재하지 않는 것은 어디서부터인지 독자는 알아차릴 수 없다. 뜨거운 전복죽은 실재 같고, 서쪽 절벽에서 만난 노인은 환상 같다. 컵라면은 실재 같고, 한쪽 귀가 쳐진 섬의 유일한 의사는 환상 같다. 그렇다면 ‘할도’는 실재일까? ‘나’는 팸플릿에 있는 것들이 “할도를 대표하는 전부”라고 말한다. 답은 나왔다. 할도는 반쯤 실재하고, 반쯤 실재하지 않는다.내가 아는 벌레가 있다.그 벌레는 너무 오래 살아서 자식들의 슬픔을 다 보아야 했다고.그 벌레 일생에 일단락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모든 것이 다 연장, 연장, 연장이었다고.『할도』에는 ‘나’와 쥬지오의 여주인, A와 B, 나이 든 섬의 의사와 식당 직원 등이 등장하지만, 모두 어떠한 명칭 혹은 지칭으로만 불린다. 김엄지는 ‘믿을 수 없는’ 화자를 넘어 ‘믿을 수 없는 공간’으로 소설의 영역을 확장한다. ‘할도’는 한국, 북유럽, 미국의 외딴섬, 심지어 ‘어떤 평행우주 속 한국의 섬’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인물은 끊임없이 ‘왜 할도에 왔는지’ ‘언제 돌아갈 것인지’ 인물은 반복적으로 질문받는다.“선생님 여기 너무 오래 머무르지 마세요. B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왜요? 내가 되물었다. 선생님을 기다리시는 분이 계실 텐데요. B가 말했다.”(32쪽)김엄지는 작가의 말을 통해 ‘할도’가 “신남해변, 송곳산, 태하리의 흔적”(141쪽)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할도’는 동시에, 아버지의 유언으로 할도에 온 ‘나’와 ‘귓속에서 긴 털이 자라’고 ‘꼬리 전체가 쇠사슬’인 괴물 ‘쥬지오’를 믿는 ‘여주인’, ‘자기 아버지를 때린’ ‘A’와 스스로 ‘자기 손가락’을 자른 ‘B’, 섬의 늙은 의사와 전복죽을 파는 식당의 직원이기도, 또한 ‘싸라기눈이 흩날리’는 서쪽 절벽이기도 하다. 무의식은 의식에 발붙이고 있을 때 실현되는 것, 비현실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을 때 드러난다는 이 당연한 진리를, 『할도』는 흰색과 검은색 사이의 무수한 회색 톤으로서 반영한다. 작가의 말 할도에 가고 싶다.할도에 가면 전복죽도 먹고, 방어, 잡어, 회를 쳐서 먹고, 이런저런 술도 마시고, 이런저런 말들도 듣게 되고, 말하게 되고, 파도에 발이 젖고, 막대 불꽃 흔들고. 계속 서글프고.절벽은 오르지 않을 것이다.유리 가루 같은, 칼 같은 비는 맞고 싶다.내가 쓰려던 할도는 거칠고 사나운 것이었는데, 쓸때의 감각은 안온하고 몽롱했다.―「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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