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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원
옮긴이의 말 |
Shuusuke Shizukui,しずくい しゅうすけ,シズクイ 脩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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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다다시는 지난 주말 얼굴에 멍이 들어서 집에 돌아왔다.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아프고 딱해 기요미의 마음마저 위축될 정도였다. 그러나 어쩌다 그렇게 된 거냐고 물어도 엄마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이 알려 주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는 어디서 누구와 놀다가 왔는지 다 말해 줬지만 지금은 영 딴판이 됐다.
--- p.28 칼을 산 행위에도 마땅한 이유가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다다시가 어떤 충동을 느껴도 내가 그것을 제어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만이다.그렇다면 어떡해야 할까. 다다시 스스로 제어하게 할 수밖에 없다. 부모는 그야말로 부모가 할 법한 주의 정도밖에 줄 수 없고, 또 그것이 최선일 거라고 가즈토는 생각했다. “알겠어. 돌아오면 내가 얘기해 볼게.” 가즈토는 그렇게 매듭짓고 마음속에 피어난 우울을 깊은 한숨과 함께 내쉬었다. --- p.40 이곳 도자와에서 과거에도 흉악 사건이 일어난 적은 있지만 이토록 피부를 훑는 듯한 불길함이 느껴지는 사건은 처음이다. 다다시가 이 일에 휘말렸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오히려 무관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지만 불길한 기운은 가즈토에게 들러붙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 p.70 끔찍한 사건이다. 가즈토는 새삼 그렇게 생각했다.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런 처참한 사건에 다다시가 가담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점만큼은 아직 현실감이 부족했다. 다다시가 나타나 직접 자기 입으로 인정하고 설명해 주기 전까지 믿지 못할 테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가즈토는 다다시가 하루빨리 나타나 자신은 사건과 관련 없다고 해 줄 거라 믿었고 오로지 그것만을 염원했다. --- p.109 차에서 도망친 사람은 두 명. 행방불명된 사람은 세 명. 다다시가 이토록 잔인한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무시무시하다.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도주해 지금 이 시간에도 수사의 손길을 피하고 있으니 세상 사람들과 피해자 가족에게 관용 등은 당연히 바랄 수 없다. 기요미도 부모로서 범행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 지금 단계에서는 해답을 내리지 못했다. --- p.117 같은 부모인데 어떻게 이런 생각의 차이가 생기는 걸까. 기요미는 분해서 견딜 수 없었다. 왜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아이를 지켜 주겠다고 하지 않는 걸까. 남편이 그렇게 말해 주기만 하면 나도 조금 더 마음을 다잡고 기운을 차릴 수 있을 텐데. --- p.156 미야비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듯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눈에는 희미하게 눈물이 맺혀 있다. “엄마 앞에서는 못할 말이지만…… 오빠가 범인이 아닌 게 나아. 범인이면 다 망해.” 범인이 아니면 어떤 가능성이 커질까. 다 알고 하는 말이 틀림없다. --- p.181 “생각해 보면 이런 경우는 좀처럼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어느 쪽에 속해도 최악인 것도 모자라 두 입장의 차이가 너무도 크니까요. 달라도 너무 다르죠. 무신경한 의견으로 들린다면 죄송합니다만, 아무튼 사실이 밝혀졌을 때 현실의 모든 것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상황을 가족인 어머님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몹시 궁금합니다. 가슴에 품은 솔직한 심경을 반드시 듣고 싶습니다.” 나이토의 기자로서의 호기심은 불쾌하고 기요미의 신경에 거슬렸다. 그러나 그만큼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듣기 좋은 말만 앞세우며 접근해 오는 사람보다는 신뢰할 만하다고도 느껴졌다. --- p.220 눈을 떴을 때는 순간 몸이 마비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잠에 취해서인지 아니면 극도의 긴장 때문인지 바로는 알 수 없었다. 그만큼 무서운 꿈을 꿨다. 나를 둘러싼 현실이 조금씩 되돌아왔지만 꿈속 세계보다는 희망적이었다. 내 손으로 다다시를 죽인 꿈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죽이는 꿈을 꾼 것은 아니다. 그랬으면 꿈속이었어도 그만두었을 것이다. 이미 죽인 뒤였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내 손으로 다다시를 죽인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죽여 버린 마당이라 돌이킬 수 없었다. --- p.232 나는 마음속에서 다다시를 죽이지 않았다. 정말로 그저 믿고 있을 뿐이다. 내 아들을 믿는 게 뭐가 나쁘다는 말인가. 그것과 내 삶을 지키려 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분리할 수 없는 문제처럼 함께 생각하니 더 혼란스러워진다. 이대로 계속 아들을 믿고 나는 나대로 당당히 살아가면 된다. --- p.234 옆으로 긴 서랍에는 렌치나 드라이버 등 작은 공구가 칸막이별로 세세하게 구분돼 수납돼 있다. 열 자루 세트의 끌 등 날붙이가 오른편 안쪽에 있고 그 앞에는 공작용 칼이 보관돼 있다. 다다시에게 압수한 공작용 칼도 그 안에 들어 있을 터였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 p.241 다다시가 범인일 수 있다. 다다시가 죽었을 수 있다. 두 가지 가능성, 희망 없는 바람 사이에서 가즈토의 마음은 끊임없이 흔들렸다. 진실이 밝혀져도 수습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눈앞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p.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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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은 살인범인가, 피해자인가.
한번 펼치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궁극의 심리 미스터리. 『염원』은 삶의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과 잔인한 선택에 내몰린 어느 가족의 일주일을 그린 작품이다. 건축 디자이너인 아버지 가즈토와 프리랜서 교정자인 어머니 기요미, 둘 사이에서 태어난 고등학교 1학년 아들 다다시와 중학교 3학년 딸 미야비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여름방학이 끝난 주말, 잠깐 외출한 다다시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이 가족은 끔찍한 비극과 마주한다. 다다시가 살인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소문, 살해당한 채 발견된 다다시의 친구, 무성하게 퍼지는 세간의 소문과 자극만을 쫓는 매스미디어 세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버지는 아들의 결백을, 어머니는 아들의 생존을 염원한다. 부부는 죄를 지어도 좋으니 아들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마음과 내 아들은 나쁜 짓을 저지를 리 없다는 믿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괴로워한다. 분명한 건 현실이 어느 쪽을 향해 나아간다 하더라도 그곳에 희망은 없고 고통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과연 이 가족에게는 어떠한 현실이 펼쳐질까. 시즈쿠이 슈스케가 『염원』에서 보여주는 심리 묘사는 가히 놀랄 만하다. 그는 아들 다다시가 사라진 일주일 동안 부부와 가족, 주변 인물들의 변화하는 처절한 심경을 섬세하고 밀도 있게 보여준다.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과 참담함, 예측할 수 있는 절망,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희망. 그가 보여주는 탁월한 심리 묘사는 사건의 진실이 파헤쳐지는 순간보다 그것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희망과 불안, 절망, 의지들이 소용돌이친다. 독자는 꽤 무겁고 힘든 이야기인 『염원』을 읽어나가며 그 먹먹함과 안타까움에 가족이란 무엇인가, 에 관한 물음부터 나에게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어떤 염원을 품을 것인가와 같은 물음까지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염원』 특유의 강렬한 힘은 독자를 마지막까지 이끈다. 설령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는 것이 좌절과 절망, 고통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꿈꿀수록 쓰라린 밤의 오로라 뒤엉킨 염원의 끝은 어디인가? 시즈쿠이 슈스케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작품을 출간해 능수능란한 미스터리 작가로 인정받아 왔다. 그가 작품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 건 출판사 등 여타 회사에서 근무하다 2000년 제4회 신초 미스터리클럽상 수상작인 『영광일도』로 데뷔하고 나서부터다. 그 후 2005년 『범인에게 고한다』는 제7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해 연말 주간문춘 미스터리 랭킹 1위의 기록을 세웠고 누계 135만 부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범인에게 고한다』는 물론 『클로즈드 노트』, 『검찰 측 죄인』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그의 인기를 한층 실감할 수 있다. 시즈쿠이 슈스케만의 탁월한 장점은 시종일관 독자들을 긴장시키며 쥐락펴락하는 서스펜스와 등장인물들의 농밀한 심리묘사다. 그런 그가 『염원』을 집필했을 당시 스스로를 혼신을 다해 몰아넣으며 많이 고뇌했다고 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염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소설은 아버지와 어머니 각각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아들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둘 다 똑같지만 사건을 파악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이 방식이 각각 대조적으로 보여도 점점 갈등이 발생해 여기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이런 복잡한 심리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뇌하느라 체감 집필 시간이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길었습니다.” 시즈쿠이 슈스케가 말하듯 견고해 보이는 각자의 믿음이 매스미디어 세태와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 앞에서 조금씩 흔들려가고 서로의 염원이 교차되고 포개진다. 그는 이런 복잡하고 섬세한 심리를 느슨히 서술하지 않고 날카롭고 치밀하게 묘사했다. 그렇다면 그가 이토록 심리 묘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실제 인생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새로운 감정과 만나는 것도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독자가 새로운 감정과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이 자신이 글을 쓰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고도 덧붙인다. 아버지의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어머니의 압도적인 사랑, 그 비극의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기까지의 여정을 통해 독자는 앞서 말한 시즈쿠이 슈스케의 작품관을 온몸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