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이상>
1. 날개 2. 종생기 3. 봉별기 4. 지주 회시 5. 동해 <손소희> 6. 창포 필 무렵 <이범선> 7. 오발탄 8. 학마을 사람들 <서기원> 9. 암사 지도 10. 이 성숙한 밤의 포옹 <한말숙> 11. 신과의 약속 |
|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가 아내가 제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아내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가야하나? 그럼 어디로 가나? 이때 뚜우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렸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 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 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내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 p.78 |
|
19세기는 될 수 있거든 봉쇄하여 버리오. 도스토예프스키 정신이란 자칫하면 낭비일 것 같소. 위고를 불란서의 빵 한 조각이라고는 누가 그랬는지 지언(至言)인 듯 싶소. 그러나 인생 혹은 모형에 있어서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소? 화(禍)를 보지 마오. 부디 그대께 고하는 것이니……. '테이프가 끊어지면 피가 나오. 상채기도 머지 않아 완치될 줄 믿소. 굿 바이.' 감정은 어떤 '포즈', 그 '포즈'의 원소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지 나도 모르겠소. 그 포즈가 부동자세까지 고도화할 때 감정은 딱 공급을 정지합네다.
--- p.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