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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맛과 마음을 나누는 행복한 여행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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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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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곤드레-밥이었던 나물
옛날에는 보릿고개라는 것이 있었다. 지난 가을 거둔 쌀은 다 먹고 보리는 아직 거두지 못해 먹을거리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 산과 들의 나물이 끼니 노릇을 했다. 곤드레가 그 대표 식물이다. 곤드레는 ‘술에 취해 정신을 놓은 상태’를 이르는 곤드레만드레와 관련이 있는 단어로 흔히 오해하지만, 그 옛 형태는 곤들레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도 곤들레로 발음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들레, 둥굴레와 같은 계열의 식물 이름인 것이다. 평생 산촌에서 살면서 나물을 뜯어 먹으며 살았던 할머니들은 식용 식물의 이름을 낱낱이 기억하고 부른다. 그러나 먹을 수 없는 식물의 이름은 모른다. 나물에 섞여 들어온 그 흔한 쇠뜨기를 골라내면서도 그 이름은 그냥 ‘잡풀’인 것이다. 곤드레는 나물 중에서도 우리 민족이 가장 흔히 먹었던 식물이다. 전국의 산야에서 많이 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밥이나 죽, 국으로 먹기에 더없이 좋기 때문이다. 보통의 산나물은 맵거나 톡 쏘는 휘발성의 향이 있어 가끔씩 기호 음식으로는 먹을 만하나 매 끼니 먹을 수 없는데, 이 곤드레는 삼시세끼 몇 달을 먹어도 탈나거나 질리는 일이 없다. 곤드레라는 이름에는 이 나물로 보릿고개를 버티며 살다간 수많은 한반도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 p.44 봉평 메밀-꽃보다 씨알 메밀꽃이 져야 메밀이 맺는다. 초가을 메밀꽃 필 때의 경관이 아름다워 이때에 맞춰 봉평을 찾지만 메밀 맛을 즐기려면 가을을 넘겨 가는 것이 맞다. 메밀국수는 겨울 음식이다. 메밀은 우리 땅에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되었다. 딱딱한 겉껍데기를 제거하면 분말을 쉬 만들 수 있어 국수와 묵, 부침개 재료로 널리 쓰였다. 한반도는 밀 재배 적지가 아니라 밀 생산량은 극히 적었다. 그러니까,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서 밀이 대량으로 들어오기 이전까지 메밀은 이 밀의 역할을 대신하였다고 할 수 있다. 남한에서는 메밀로 만드는 국수류는 평양냉면, 막국수라 하여 밀로 뽑은 국수와 구별하지만 북한에서는 아직도 메밀로 만드는 면 요리들을 그냥 국수라고 부른다. --- p.264 원주 황골엿-캔디에는 없는 부드러운 단맛 옛날에는 겨울에 날을 잡아 엿을 고았다. 커다란 가마솥을 걸고 밤새 엿을 고아 한해에 쓸 물엿을 준비했다. 치악산 자락 황골에서는 아직도 겨울밤을 새우며 엿을 곤다.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흥양 3리의 마을을 황골이라 한다. 치악산 서쪽 사면에 있는 조그만 산골이다. 이 마을에 엿 고는 집들이 여럿 있다. 이 마을의 엿을 흔히 황골엿이라 한다. 마을 어른들의 말에 의하면 황골엿은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유명했으며, 서울 경동시장의 한약재 시장에서 다른 엿의 두 배 가격으로 팔렸다고 한다. 황골은 논밭이 적다. 엿 골 곡물은커녕 먹고 살 곡물도 넉넉지 않았을 동네이나 산골이라 땔감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생계유지를 위해 곡물을 외부에서 가져와 엿으로 가공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예전 황골엿은 옥수수로 만들었다고 하나 요즘 엿은 주로 쌀엿이다. 맛이 옥수수보다 쌀이 나아 바뀐 것이라 한다. 옥수수엿은 쓴맛이 있다. 이 쓴맛을 줄이기 위해 분쇄한 옥수수 알을 흐르는 물에 사흘 정도 담가 두어야 하는데, 쌀은 물에 불려 바로 쓸 수 있어 쌀엿으로 바뀌었을 수도 있다. --- p.2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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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제철 먹을거리를 찾아 떠나는 감동여행!
아무리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제철 음식을 생산지에서 직접 맛보는 것만큼 감동적일 수 있을까? 이 책을 보는 순간 우리의 산과 들과 바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온갖 종류의 먹을거리를 찾아 ‘맛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깊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책은 단지 언제 어디에 가야 제철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에 관한 ‘1차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네 삶과 맞물려 흥망성쇠와 변화를 겪고 있는 갖가지 먹을거리에 대한 탐구가 어우러진 식문화(食文化)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유입돼 60년 세월이 지나면서 완전히 토착화된 의령 망개떡, 보릿고개를 넘기며 끼니 노릇을 했던 곤드레 나물의 이름에 담긴 한반도 사람들의 고단한 삶,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는 우리나라 꼼장어 식용 역사 등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산지에서 직접 싱싱한 과일채소를 고르는 방법, 양식과 자연산을 구별하는 방법은 보너스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먹을거리에 관한 지식이 쌓여가는 재미가 있다.
먹을거리에 숨결을 불어넣는 치열한 ‘삶의 현장’ 이야기! 치악산 자락 황골에서는 아직도 겨울밤을 새우며 엿을 곤다. 쌀을 불리는 일부터 시작해 족히 24시간 이상 걸리는 부드러운 황골엿을 5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방법으로 만드는 김명자 씨네 이야기. 영하 15도쯤 내려가야 덕장에 내다 거는 황태는 삼한사온이 찾아와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두툼하고 먹음직스런 노랑태가 될 수 있어 하늘의 도움 없인 거둘 수 없다는 용대리 황태 이야기. 수조에서 키운 어린 전복을 비바람 견디며 양식장에서 3년을 공들여 키워야 비로소 판매가 가능하다는 완도 전복 이야기. 이처럼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이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또한 각 먹을거리별로 gallery 페이지를 두어 생산자들의 땀과 노고를 보여주는 생산 현장, 재배 방법, 생산품의 특징 등을 사진과 사진에 깃든 스토리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