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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엽서 판매원
초록빛 하늘로 난 물길 하늘 가득 커다란 그림 사거리에 묻은 보물 옛날에 하늘을 받치던 나무 지구가 끌어당긴 남자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두 사람 호세 씨가 찾는 사람 별이 투명하게 비치는 커다란 몸 에밀리오의 출발 후기 또는 티오의 인사 |
Natsuki Ikezawa,いけざわ なつき,池澤 夏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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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 씨는 나를 언덕 중턱에서 바다를 향해 서게 하더니 조금 위쪽에 서서 셔터를 눌렀다. 다 끝나고 카메라를 정리한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 사진도 그림엽서로 만들어줄게. 그 엽서를 받는 사람은 반드시 널 만나러 올 거야. 이건 1년 한정이 아닌 무기한으로 해두자. 네가 나중에 어른이 돼서 정말로 좋은 사람이 생기거든 그때 써. 언젠가 도움이 될 날이 올 거야.” 너무 먼 훗날의 일로 느껴졌지만, 나는 이 특별한 호의에 무척 고맙다고 말했다. --- p.29 남자는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고, 하늘을 향해 불꽃을 쳐들었다. 가늘고 파란 불이 선처럼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 그 앞에서 빨갛고 둥근 불구슬이 타기 시작했다. 남자는 손을 움직여서 그 빨간 불로 하늘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손의 움직임에 따라 하늘에 빨간 물고기 그림이 나타나더니 노란색이 되었다가 녹색이 되었다가 사라졌다. 그다음은 새였다. 이 섬에 사는 토토파이라고 불리는 새가 높은 하늘에 떠올랐다. 다음에는 돼지. 모두가 손뼉을 쳤다. 다음은 섬의 큰 달팽이, 그다음은 야자나무, 마지막으로 남자는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 얼굴이었다. 모두가 나를 보며 킥킥거렸다. 남자도 싱글벙글하면서 뽐내듯이 나를 힐끗 봤다. 나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 --- pp.66-67 “이 섬이 왜 이렇게 좋아진 걸까?” 톰 씨가 자신에게 묻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그런 곳이 있어. 난생처음 왔지만 계속 그곳에 오기 위해 살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땅. 드디어 한 인간으로서 자신과 만나는 땅. 톰한텐 여기가 그런 곳이야. 남쪽 바다, 그 넓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조용하고 밝은 섬. 아름다운 바다와 야자나무와 느긋한 사람들. 그리고 그 섬의 친절한 남자아이.” “도모코 씨는요?” “난 톰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대환영이야. 이 섬에 머무는 이유라기엔 좀 불순한가?” 그렇게 말하고 도모코 씨는 방긋 웃었다. --- pp.142-143 “조금은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티오 넌 용기가 있지?” “모르겠어요.”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높은 야자나무에 오르거나 높은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내리거나 하는 일을 말하는 거라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카마이 할머니가 말한 용기가 그런 건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때때로 아주 지독한 겁쟁이가 되기도 한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 아이의 병은 하늘에 있는 자들 탓이야.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가 인간 세계에 태어나면 하늘의 그자들은 아이를 자기들 곁으로 불러들이고 싶어 하지. 티오, 요란다, 너희가 담판을 지어볼래?” 카마이 할머니는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물었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내가 하늘에 있는 그자를 불러주마. 그 아이를 데려가지 말라고 담판을 지어보련?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있겠어?” “모르겠어요.” 나는 아까보다 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보자.” 요란다가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아코짱을 데려오자.” --- pp.177-178 이 세계와 또 하나의 세계의 틈에서 피리 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나는 피리를 부는 사람이 신의 세 번째 아이, 즉 에밀리오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에밀리오는 피리를 불지 않으니까. 나는 마음 한구석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사이 피리 소리는 온 세계를 고즈넉하게 감쌌고, 회색의 큰 남자가 바위를 두드리는 소리와 하늘의 아가씨가 태양을 치며 내는 유리종 소리가 그 속에 들어 있었으며, 바다와 섬, 파도 위에서 뛰어노는 물고기들, 산 중턱의 완만한 곡선, 인간들의 매일의 삶, 먼 화산의 연기, 별의 운행, 고래들의 사랑, 우리가 아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이 소리의 형태로 다가왔다. 내 귀는 그 모든 소리에 완전히 빠져들어 있었다. --- pp.222-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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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노래를 부르고 산은 이야기를 만든다
문명에 때묻은 현대인을 위한 트로피컬 판타지 제41회 소학관 문학상 수상작, 일본 중학 국어교과서 수록 태초의 신비와 문명의 이기를 함께 간직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순수 소년 티오가 들려주는 마법 같은 이야기. 제41회 소학관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록작 중 「별이 투명하게 비치는 커다란 몸」은 일본 중학 국어교과서에 실렸다. 출간 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독자들이 찾아 읽고 주위에 추천할 만큼 일본 청소년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데, 실제로 NHK가 이 소설을 각색해 제작한 10부작 라디오드라마는 청취자들의 뜨거운 요청으로 수차례 재방송되었으며, 이 소설을 테마로 한 사진집이 출간되고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비행기가 다니고, 카누보다 모터보트가 초호를 누비는 섬. 티오가 사는 섬은 조금은 문명화된 곳이지만, 그곳에선 과학적 사실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신화나 전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엽서를 받는 사람을 반드시 섬에 방문하게 만드는 그림엽서 이야기, 마을의 중요한 공사를 앞두고 제사를 올리지 않아 신이 사람들에게 장난을 쳤다는 이야기, 새가 되어 서쪽 하늘 멀리 날아가버린 소녀 이야기, 섬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 하늘의 아이가 될 뻔한 아이 이야기, 혼자 힘으로 카누를 만들어 거친 바다로 수백 킬로미터 항해를 떠난 소년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또래의 여느 아이들처럼 호기심 많은 소년 티오. 하지만 학교와 학원을 오가기에 바쁜 우리 청소년들과는 달리, 아버지를 돕고, 마을 대소사에 참견하고, ‘오늘은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까?’를 궁리하는 것이 주된 일과인 티오의 입을 통해 현대인의 메마른 감성을 적셔줄 신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실타래처럼 풀려 나온다. 『남쪽 섬 티오』는 판타지와 성장소설의 색채를 다분히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런 색채를 띤 여타 소설들과 달리 아동?청소년문학의 카테고리에 한정시키기엔 무리가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떠오르는 남국의 눈부신 햇살과 따뜻한 바람, 푸른 파도, 순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한 줄기 청량감과 자연에 대한 깊은 동경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는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맛볼 수 없는 정서적 경험과 모험심을, 어른에게는 지친 일상을 어루만질 위안을 선사한다. 또 수십 년 전 헤어진 연인을 찾아 섬을 방문한 노인 이야기를 그린 「호세 씨가 찾는 사람」 같은 수록작은 중년 이후의 이들이 눈시울을 붉힐 만한 농도 짙은 호소력도 가지고 있다. 그리스, 프랑스, 오키나와 등지에서 장기간 체류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소설가 이케자와 나쓰키는 아웃사이더적 감수성으로 순수 자연에 대한 동경심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는 평가를 받는데, 『남쪽 섬 티오』는 그런 작가적 특색이 유감없이 드러난 그의 대표작이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남태평양 타히티 섬에서 그려낸 폴 고갱의 후기 작품들, 전쟁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점차 동화되어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 「지중해」에서 엿보았던 이상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 그 이상향이 예술작품 속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것이 아니며, 누구나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명이 만들어낸 마음의 혼란과 불안을 조금이나마 정화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