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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시편初期詩篇
봄날 해질녘 달 서커스 봄밤 아침의 노래 임종 도시의 여름밤 가을 하루 황혼 심야의 생각 겨울비 내리는 밤 귀향 끔찍한 황혼 가는 여름의 노래 슬픈 아침 여름날의 노래 석양 항구 도시의 가을 한숨 봄의 추억 가을 밤하늘 숙취 소년 시절少年時 소년 시절 맹목의 가을 내 끽연 누이여 추운 밤의 자화상 나무 그늘 상실한 희망 여름 심상 미치코みちこ 미치코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무제 깊어 가는 밤 죄인의 노래 가을秋 가을 수라가街 만가歌 눈 오는 밤 내 성장의 노래 바야흐로 지금은…… 양의 노래羊の歌 양의 노래 초췌 생명의 목소리 시론詩論 염소의 말 시론 옮긴이의 말 나카하라 주야의 삶과 사랑, 그리고 지저분해져 버린 슬픔 나카하라 주야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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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이 전병煎餠 먹어서
봄날 저녁은 평온합니다 언더스로under throw된 재가 창백해져 봄날 저녁은 조용합니다 아아! 허수아비는 없나―없겠지 말馬이 히힝대는가―히힝대지도 않겠지 그냥저냥 달빛이 미끄렁한 채 순종하는 것이 봄날 해질녘인가 포득호득 들 안 가람伽藍은 붉고 짐마차 바퀴 기름칠 벗겨져 내가 역사적 현재에 무언가 말하면 조롱하고 조소하는 하늘과 산이 기와 한 장 벗겨졌습니다 이제부터 봄날 해질녘은 말言 없는 상태로 전진합니다 스스로의 정맥관 속으로 말입니다 --- p.10 그슬린 은색 창틀 안에 오붓하게 가지 하나의 꽃, 복사빛 꽃. 달빛을 받고 실신해 버린 정원의 흙 표면은 먹으로 그린 점. 아아 아무 일 없어 아무 일 없어 나무들 쑥스럽게 돌아다녀라. 이 어쩐지 공연한 무슨 소리에 희망은 없노라니, 그렇다고 또, 참회도 없노라니. 산 속 고요히 사는 목공에게만, 꿈속 대상隊商들의 발걸음도 어렴풋 보이리. 창문 안쪽에는 산뜻하면서, 어슴푸레한 모래의 색을 띠는 비단 옷차림. 넓찍한 가슴팍의 피아노 소리 조상은 없고, 부모도 사라졌지. 개를 묻은 자리는 어디였던가, 사프란 꽃빛으로 끓어오르는 봄밤이로다. --- p.22 천정 안으로 빨갛고도 노랗게 문틈을 파고 새어들어오는 빛, 촌티가 나던 군대 음악의 추억 손으로 하는 아무런 일도 없네. 작은 새들의 노래 들리지 않고 하늘은 오늘 옅은 남색인 듯해, 지겨워하는 사람의 마음속을 단속해 주는 그 무엇조차 없네. 나무진 향에 아침은 고민스러 상실하게 된 온갖 가지의 꿈들, 이어진 숲은 바람에 우는구나 --- p.26 가을 하늘은 엷은 먹색 칠해진 검은색 말의 눈동자가 가진 빛 물기 말라서 떨어지는 백합꽃 아아 마음은 공허해지는도다 신神도 없는데 이정표도 없어서 창문 가까이 있던 여인 갔노라 하이얀 하늘 눈이 멀어 있었고 하이얀 바람 차갑기만 했더라 창가에 앉아 머리를 감노라면 그 손과 팔이 다정히 느껴졌지 아침 햇살은 넘쳐흐르고 있지 물방울 소리 뚝뚝 듣고 있었지 --- p.30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오늘도 눈이 조금 내려 쌓이지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오늘도 바람마저 불어 지나지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 예를 들자면 여우 가죽을 댄 옷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 눈이 조금 내려서 오그라들지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 아무런 희망 없이 바람도 없이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 권태로움 속에서 죽음 꿈꾸지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아프고 아프도록 두려움 들고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딱히 한 일도 없이 하루 저물지…… --- p.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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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으로서의 삶, 나카하라 주야의 인생
‘저주받은 시인’에게 허용된 짧았던 화양연화 나카하라 주야가 인생 전반에 걸쳐 쓴 시들을 모아 꾸준하게 준비한 『염소의 노래』는 후원자를 받아 출간을 계획했지만 단 열 명만을 모으는 실패를 겪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문단에서 꾸준히 거론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마침내 출판사에서 공식적으로 출간된 『염소의 노래』는 비평적 찬사와 함께 그의 명실상부한 대표작이 됩니다. 주야와 서로 힐난하면서도 문학적 존재감을 인정하는 관계였던 다자이 오사무, 그의 전기를 저술하여 노마 문예상을 수상한 오오카 쇼헤이, 연적이자 문학적 동지였던 고바야시 히데오 등 같은 시대를 살았던 문학계 거장들이 하나같이 증언하는 강렬한 개성의 소유자였던 나카하라 주야는 평생을 오직 시인으로서, 방황과 가난 속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염소의 노래』가 출간된 직후는 삶의 절정기가 시작될 때였습니다. 그는 문학계에 오래 두고 회자될 스캔들로 남은 사랑의 방황을 멈추고 결혼을 했고 첫 아들을 봤으며 랭보의 시들을 번역한 『랭보 시집』은 상업적 성공을 거뒀습니다. 또한 낯설게만 여겨졌던 그의 독특한 시들에 대한 문단의 이해가 높아지고 인정을 받으면서 비평적 평가가 올라가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순조롭게 올라가던 인생의 상승기에, 비극이 닥칩니다. 첫 아들 후미야가 결핵으로 사망한 것입니다. 충격 속에서 정신착란까지 일으킨 그는 결국 아들을 떠나보낸 다음 해에 결핵성뇌막염으로 요절합니다. 그의 나이 서른 살이었습니다. 인생에 충돌하듯 시와도 충돌한 시인, 고백자가 쓴 어둡게 빛나는 ‘본질’로서의 시들 나카하라 주야는 의성어와 발성의 감각을 중시하면서 예술가의 내면을 직시하는 개념을 전개하는 독특한 스타일과 실험을 추구한 작가로 ‘오로지 예술로서의 시문학만을 위해 살았던 저주받은 시인’의 대명사로서 다양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의 작품들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소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시들에는 시대를 앞서간 전위적 실험과 동서양을 아우르는 독특한 감성이 어우러져 있기에, 온전히 옮겨지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토록 미뤄졌기에 지금 더욱 깊은 이해와 새로운 발견으로 다가올 수 있는 시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본서는 지난 이시카와 다쿠보쿠 단카집 때처럼 『염소의 노래』의 우리말 번역문과 함께 원문을 병기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번역 저본 및 원문은 신초샤판 『나카하라 주야 시집』을 기본으로 하여 카도카와판과 이와나미문고판을 비교 대조하여 만들었습니다. 세 판본을 분석하다 보니 편집자들의 판단에 따른 다소의 차이가 있어서 나카하라 주야 연구자와 함께 그를 조정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나카하라 주야의 문학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그가 자신의 예술론을 설명한 두 편의 산문을 책 말미에 추가로 수록하였습니다. 본서가 그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보다 완전한 상태로 만날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