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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째의 여자
운명의 손 팔리는 사랑 빛과 어둠 물레바퀴 세상 황금보다 귀한 것 꽃은 피었건만 사랑의 척도 영혼의 시장 적자 김말봉의 찔레꽃론 | 천상병 사회와 윤리 발행인의 글 | 김광우 다시 피어난 찔레꽃 |
Kim Mal Bong,金末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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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자식이 아니야. 남의 자식이 되었으면 음! 부모 말을 순종하는 것이 그게 사람의 도린데 말야 음!”
“아버지!” 하고 경애가 조만호씨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럼 자식이 싫다는데도 어떤 욕심 때문에 기어이 윽박지르는 것은 부모 된 도리라고 하겠습니까? 바른 말씀이지 윤 선생의 인격을 보시고 절 시집을 보내시겠다는 겁니까? 그보다도 이 양반이 이번에 상속받은 백만 원에 탐이 나신 것이 아니야요?” 탄환처럼 튀어나오는 경애의 한 마디 한 마디 속에는 어떤 조롱과 멸시와 그리고 끝없는 반항이 섞여 있었다. --- p.34 “얘 경애야.” 조씨의 목소리는 훨씬 부드러워졌다. “너도 나이가 한두 살이 아니고 벌써 과년한 처녀가 아니냐? 음! 그러니 말야, 좀 더 천천히 생각해 보란 말야. 그리고 결정적 대답은 몇 날 후에 들어도 좋으니 음!” “아버지.” 하고 부르는 경애의 음성도 나지막하였다. 그러나 잘 다져진 납덩어리처럼 차디차게 굴러나왔다. “아버지께서 아버지의 세계가 있는 것과 같이 또 저에게도 제 세계가 있습니다. 사람은 결혼하지 않고도 훌륭히 살 수 있다는 것을 제가 실행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 p.35 대체로 여성으로서는 우리 신문학사에서 뚜렷하게 활약한 소설가는 드물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낭만적인 여성감정의 묘사에 뛰어난 작가가 드물다는 얘기와도 통한다. 김말봉은 자신이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여성의 심리묘사에는 남성 작가들이 따를 수 없는 뛰어난 능력을 우리에게 나타내어주고 있다. 가령 『찔레꽃』에 있어서 바람을 잘 피우는 남편을 둔 병든 중년여인의 갈등이라든가, 이러한 상전 밑에서 갖은 아첨을 떨어가며 소시민적인 음모도 서슴지 않는 침모라든가, 기생 백옥란이 순진무구한 은행원 출신의 연인을 버리고 상류사회의 달짝지근한 맛에 취하여 배신을 교묘히 한다든가 하는 그런 묘사들이 그것이다. --- p.432 지금 『찔레꽃』을 다시 출간하는 이유는 한국 문학사에서 이름만 빛날 뿐 작품이 사라진 슬픈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이다. 작품은 작가의 실존적 가치이므로 작가의 생애를 아무리 소상하게 안다 하더라도, 또 작품에 대한 해설이나 연구논문을 읽는다 하더라도 작가의 정신세계를 아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품을 읽고 작가의 정신세계와 교감을 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그 작가는 우리와 더불어 현재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 pp.445-4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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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김말봉의 대표작이다. 대중소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여류작가로서 김말봉이 살았던 시대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당시의 시대사조와 아울러 김말봉의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다. 자유연애, 여성해방운동, 성 개방, 신구세대의 가치관 대립 등의 문제는 시대를 거슬러 지금도 유효한 문제이다. 김말봉의 『찔레꽃』이 문제작인 이유는 대중소설과 순수소설의 정체성이 이론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던 1937년에 이 소설이 신문 연재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졌고, 독자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대중소설에 대한 이해가 없던 때에 자유결혼을 주장하는 애정소설을 쓴 작가가 김말봉인 것이다.
2012년은 김말봉이 우리 곁을 떠난 지 51년이 되는 해이다. 절판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찔레꽃』을 재출간하는 이유는 한국 문학사에서 이름만 빛날 뿐 작품이 사라진 슬픈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이다. ‘김말봉’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그의 생애를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작품에 대한 논문도 눈에 띈다. 그러나 정작 작가의 작품을 서점에서 구입하려면 절판이라서 가능하지 않다. 이는 실로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작품은 작가의 실존적 가치이므로 작가의 생애를 아무리 소상하게 안다 하더라도, 또 작품에 대한 해설이나 연구논문을 읽는다 하더라도 그건 작가의 정신세계를 아는 데 부분적으로만 유익할 뿐 문학사적 공로나 영향을 아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름만 무성한 것으로는 작가가 진정으로 우리 곁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작품을 읽고 작가의 정신세계와 교감을 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그 작가는 우리와 더불어 현재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독자들이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현대 국어 맞춤법에 맞게 본문 내용을 수정해 『찔레꽃』을 재출간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