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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9
1부 가까운 산책 -10년 전 목련 12 틈 16 고양이 20 글로벌 24 가까운 곳에 26 로드무비 30 등 32 시부야 36 그림자 40 죄책감 44 하숙집 48 모르는 여자 50 좋은 표현 52 마이클과 카레와 숲길 54 2부 베를린 천사의 시 마다가스카르 62 여름 66 뺨을 맞다 68 전기스토브가 달린 방 72 청주 거리에서 만난 여자 76 Holding on to Yesterday 78 여름밤 80 돌로 만들어진 숲 86 교토의 두루미 88 야간열차 92 루모이로 가는 길 96 여행자의 요령 102 3부 시네마 천국 -영화와 기억 기회 106 남는 것, 남는 곳 108 카페 뤼미에르 114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중에서 118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120나루세 미키오의 〈번개〉 122 속(續) 개인교수 126 아녜스 바르다의 〈방랑자〉와 시네마테크 130 관객 132 〈일루셔니스트〉 134 4부 흐르다 -추억과 이야기 기행일기 140 사라지지 않는 창고 142 나는 그 새를 죽이지 않았어 146 선물 150 인도네시아 노스탤지어 154 부끄러운 곳 156 〈겨울 나그네〉 160 청춘의 속도 162 1호선에서 166 우주여행 170 길 위의 시간 172 리셋 176 5부 어느 꿈속에서 -10년 후 검프 같던 사내 180 Nothing’s Gonna Stop Us Now 190 옛 동네 194 엔딩 신 노트 200 붉은 벽돌집 202 반가운 인사 206 과거로부터 온 남자 208 하코다테에서 안녕 212 6부 시나리오 하코다테에서 안녕 220 밤을 걷다 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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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어떤 자연의 힘에 침범당하는 순간, 그 틈에 들어오는 빛들을 여전히 좋아한다.
--- p.18 아직도 어린 시절의 어떤 기억을 떠올리자면 몸서리치게 미안한 순간이 있다. 죄책감의 시간은 은근히 오래간다. --- p.46 대수롭지 않은 작은 일들이 가고 싶은 곳을 만들고, 그 가고 싶던 곳은 이상향으로 살이 붙는다. --- p.64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당시의 고단함을 이겼던 힘은, 가지지 못한 그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가지지 못한 위로야말로 때로는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희망으로 둔갑하곤 하니까. --- p.64 아버지의 보따리에 담겼던 요상한 생필품들처럼 나 또한 보따리에 영화를 담고 때때로 여행을 다닌다. 조금은 피곤할 수도 있는 여행. 긴 길을 걷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이에게는 뺨을 맞고, 지칠 때쯤이면 누군가를 닮은 얼굴이 건네는 손을 잡는다. 그날도, 누군가 손을 잡아주기를 바라며 붉은 방에서 잠이 들었다. --- p.73 발끝이 짓무를 때까지 걷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어떤 것에서 나 자신이 가장 멀리 떨어지길 바란다. --- p.78 해 질 녘, 내게도 강바람이 안겼고 고단한 여행 중 빛나는 순간이 그 안에 있었다. 여행은 많은 것을 지우고, 또 많은 것을 새겨준다. --- p.81 혼자 하는 여행은 생각보다 인내가 필요하다. 즐거움을 나눌 벗도 없이 좋은 곳을 혼자서 본다는 것이, 때로는 쉽게 나를 지치게 한다. 간헐적인 자극에도 그 자극을 오래 남기지 못하고 길을 떠난다. --- p.96 가끔 영화를 만들길 잘했다고 느끼는 까닭은, 결국은 나의 허비되고 실패하고 아깝게도 다시 올 수 없는 지난날들의 힘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버려진 시간들이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선물로 받는다. --- p.106 ‘어떤 공간을 남기고 싶다’라는 열망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는 첫 번째 이유가 되기도 한다. 사소한 기록의 욕구가 그 영화를 만드는 제1의 이유가 된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 p.109 아무것도 세팅되지 않은 채 거리와 그 거리의 사람들 앞에 카메라가 돌아가고, 가끔 기막힌 우연이 그 공간에 들어오는 기적을 만난다. 나는 그렇게 그 장소의 한 시절을 영화의 방식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된다. --- p.110 내가 좋아하고 또 매일 지나는 골목에 배우와 스태프를 부르고 큐 사인을 준다. 골목은 원래 있던 모습대로 서 있고 원래 흐르던 시간대로 흐르고 그 안에서 배우는 이야기를 만든다. 배우가 대사를 하는 동안 목련이 지고, 슈퍼를 찾는 아이가 뛰어가고, 마을버스가 지나간다. 바람에 진 꽃잎이 배우의 손등 위로 날리기도 하고,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배우의 대사에 묻어나기도 한다. 그러면 난 그 장소, 그 시간을 가진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것들이 언젠가는 모습을 바꾸어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 하나의 인상이 영화 속에 자리 잡는다면, 언제든 다시 되돌아올 수 있으니까. --- p.110 영화가 가끔 편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 읽히기를, 마음에 가닿기를 바라는 것. 그러한 목적이 살아 있을 때 영화도 살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고단한 여정에 아랑곳없이 수취인 불명의 편지가 되어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죽음을 맞기도 한다. 긴 죽음의 시간. 만약 시네마테크가 그러한 영화들의 마지막 숨결을 불러일으키고 다음 세대의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건 그 영화가 아직 살아 있다는 이야기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도 위로를 건네주기 위해 어떤 이에게 도착한 편지처럼, 우리 앞에 당도한 영화인 것이다. --- p.131 완벽하게 좋은 순간,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나 자신에게 유익한 것인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억은 스러져가는 환영을 잃어버리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 p.136 어쩌면 그 후로 언제나 내게 사랑의 방식은 같다. 아름다움을 보고, 부러진 날개를 보았을 때, 그때 비로소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진다. --- p.159 넌 아침에 있고 난 밤에 있고, 넌 여름에 있고 난 겨울에 있고, 넌 우주에 있고 난 모래알 틈에 있어. 난 바람에 있고 넌 오래된 집 안에 있지. --- p.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