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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1장 하늘의 문 2장 하늘 아래 하늘세상 3장 하늘세상에서 온 의원 4장 고려 무사 언약의 값 5장 땅의 세상, 고려 6장 그렇게 시작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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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신의가 여인일까, 했던 의구심은 단박에 사라졌다. 사내인 자가 두려움에 질질 짜고 있는데, 여인은 정확하게 자신의 할 일을 알고 지시를 내려가며 치료를 하고 있다. 슬쩍 상처를 건너다봤더니 여인은 가느다란 핏줄을 바느질하듯 봉합해간다. 어의 장빈이 보았으면 넋을 잃었을 것이다. --- p.76
천혈을 통과할 때도 그랬다. 최영은 행여 그 여인이 버둥대어 놓칠까 염려했는데 여인은 오히려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 느낌을 왼쪽 팔이 기억한다. 고개를 숙이자 여인의 부드러운 머리칼이 입술에 스쳤고, 그 향기가 더욱 진하게 몰려들었다. 돌아오던 천혈은 오직 그 여인의 기억으로 가득하다. --- p.112 쭈그리고 앉아 땅의 한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문질러본다. 피다. 여인이 피를 흘렸다. 열 배가 넘는 적에게 둘러싸여도, 목에 차가운 칼이 들어와도 최영의 마음은 그럴수록 가라앉곤 했다. 그러던 마음이 요동을 친다. --- p.130 최영이 검을 스릉 뽑는다. 사내가 움찔하며 단도를 더 깊이 하늘여인의 목에 박는다. 그 희고 가느다란 목에 핏줄기가 주룩 흐른다. 최영의 의식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저놈은 죽인다. --- p.147 단도를 허리춤에 갈무리하더니 이번에는 은수의 얼굴을 감싸 머리 뒤에 매듭져 있는 재갈을 풀려 한다. 매듭이 옥죄어 있는지 시간이 걸린다. 은수가 참았던 숨을 들이켜자 바로 얼굴 옆에 그자의 숨결이 느껴진다. 어째서인지 울컥 울 뻔했다가 가까스로 삼킨다. --- p.150 하늘세상에서 여인을 어깨에 둘러메고 달리던 그 순간부터 계속 마음이 요동질을 해댔다. 보내고 나면 다시 제 상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여인도 하늘문을 통해 돌아가고 나면 이곳에서의 고생은 이내 잊을 것이다. 이토록 기운찬 여인이니까. 그러니까…… 잊겠지? --- p.156 어명을 들었을 때 부서져 내리던 마음이 여인을 붙잡았다. 마치 구명줄을 부여잡듯이. 잘못했다. 큰 잘못을 했다. 어명은 지켰으나 하늘여인에게 주었던 언약은 지키지 못했다. 사실은 어명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마음이 비틀거리며 실족하는 상태에서 주인인 나도 모르게 옆에 있던 여인을 붙잡은 것이다. 내 마음이 넘어지지 않겠다고 주인인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그랬다. 그 순간의 눈먼 손짓 때문에 하늘의 여인이 이 땅에 남아버렸다. --- p.162 여인이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리고 최영을 본다. 그 무방비의 입술이 눈에 들어온 순간 최영은 포기했다. 더 못하겠다. 이렇게 가까이서, 이렇게 여인의 향기가 가득한 거리에서 더 성을 낼 수가 없다. 최영은 훌쩍 몸을 일으켜 돌아선다. 몇 걸음 움직여 숨을 쉴 수 있게 거리를 벌린다. --- p.2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