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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사진작가 신미식에게는 광인(狂人)의 피가 흐른다. 사진에 미친. 사진은 그의 심장을 뛰게 한다. 사진은 언제나 자신을 겸손하게 만든다. 카메라를 통해서 본 세상은 정직하다. 아름답다. 역설적인 미학이 있다. 열사의 나라 아라비아에서 그는 마음의 설원을 보며, 동토의 나라에서 온기를 느낀다. 기나 긴 겨울 속에 깃든 봄의 아름다움이 그를 자극한다. 작열하는 장하의 태양 속에서 그는 광야의 눈발을 떠올린다. 모든 사물이 마음에 다가올 때, 그는 멈추지 않고 차가운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는 믿는다. 사진을 통한 치유가 가능하다고. 서른에 처음 장만한 카메라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자신 내면에 깃든 열정을 발견했다. 그 열정이 시키는 대로 떠나기로 했다. 서른한 살부터 그는 카메라를 들고 전 세계를 주유(周遊))했다. 한반도 뿐 아니라 마다가스카르, 에티오피아…. 떠남의 한계는 없었다. 떠날 때 인간은 자유롭다. 그 주유는 때론 아름답고, 때론 위험했다. 고독했지만 여유로웠다. 풍성했지만 쓸쓸하기도 했다. 그 떠남이, 그 열정이, 그 고독이 오늘의 신미식을 만들었다. 한 번 떠날 때마다, 한 장의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는 한층 성숙해졌다. 카메라 한대 들고 달랑 떠난 30대의 신미식은 이제 50대가 됐다. 시간이 흘렀다. 생각해보니 삶은 흐름이었다. 흘러가는 것. 시간도 흐르고, 마음도 흘렀다. 그 흐름 속에 자신을 정직하게 맡겼다. 내일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을 포기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사진 속 수많은 사람들과 동물, 물체들은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마음이었다. 진심이었다. 아프리카 한 나라에서 그는 출발하는 기차까지 쫓아와서 인사를 건네던 아이를 발견했다.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마음이 통했던 아이. 처음엔 시큰둥하던 녀석이 막상 기차가 출발하자 창문에 고개를 내밀고 미소를 보인다. 갑작스런 등장에 카메라를 들었지만 셔터가 흔들리고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이 담겨지면 그것으로 족했다. 이 책은 신미식의 마음이 담긴 사진 묵상집이다. 자연스런 흐름 속에서 그가 본 것, 그가 마음 깊이 느낀 것들이 담겨 있다. 수많은 지역과 사람들, 그리고 거기서 느낀 생각의 편린들이 들어 있다. 신미식은 모든 것을 에둘러 피해가지 않았다. 정직하게 대상을 직면했고, 솔직하게 마음을 표했다. 그래서 이 사진 묵상집은 담백하다. 인간의 모습이 들어 있다.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한다. 사진은 인생을 느끼게 하고 길지 않은 글들은 잠언과도 같다. 책을 보고 읽다보면 저자 신미식이 확실히 무언가에 중독된, 광인이라는 사실을 재삼 확인하게 된다. 누군가 그에게 질문을 했다. “당신은 여행 중독자인가요?” 그의 대답이다. “중독이 아니라 내 삶의 중심입니다.” 중독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아지는 것이고 중심을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여행과 사진으로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삶이란다. 분명 거저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가 디자인하고 설계한 세상의 중심에 다름 아닌 ‘내’가 있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내가 가는 길이 옳은지는 자신만이 알 뿐이다. 내가 걷는 이 길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는 자신만이 알 뿐이다. 누군가에도 묻지 마라. 너 자신을 믿고 그 길을 갈 때 확신이 생기는 것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