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프롤로그
첫 번째 편지 무지개를 쫓던 어린 날의 풍경 - 「못 찾겠다 꾀꼬리」 두 번째 편지 순수를 품은 혼돈 -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세 번째 편지 사랑, 아름답고 잔혹한 본능 - 「P.S. I LOVE YOU」 네 번째 편지 그대 안에 갇힌 사랑 - 「가시나무새」 다섯 번째 편지 다시 쓸쓸한 날에 - 「바람이 분다」 여섯 번째 편지 금지된 사랑 - 「늪」 |
|
한 장면 한 장면, 놓칠 수 없는 기억의 실타래를 인문학으로 풀어놓다
책은 중년의 한 사나이가 지하철에서 잠시 잠이 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꿈에서는 신적인 존재가 나타나 꿈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중년의 사나이는 그 말에 따라 16개의 기억의 문을 통과해야만 하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중년의 사나이는 저자가 될 수도 있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이 될 수도 있다. 혹은 미래에 다가올 자신이 될 수도 있고 언젠가 지나쳤던 과거의 내 모습일 수도 있다. 한 개의 문을 통과할 때마다 추억 속 노래 한 곡을 끄집어내는 저자는 처음으로 정차한 ‘어린 날의 풍경’역에서 숨바꼭질을 하자고 조르는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마주한다. 친구들과 술래를 정해 숨이 넘어갈세라 외던 ‘못찾겠다 꾀꼬리’가 이 역의 테마곡. 주위가 어둠에 젖을 때까지 지칠 줄 모르고 뛰놀던 우리의 기억 속에서 숨바꼭질은 그 어느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최고의 놀이였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학교가 끝나도 학원에 특기 교육에 놀 시간이 없는 아이들은 이제 노는 법조차 알지 못하는 안쓰러운 모습이 되어 버렸다. 시간이 나더라도 컴퓨터와 게임기 등 전자기기에 빠져 지내는 것이 일상이다. 저자는 여기서 아쉬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요즘 어린이들이 놀이하는 방법을 잊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며, 놀이의 근원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다. 사람들의 창의력과 감성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놀이는 어디서부터 파생되었는지,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바라보면 떠오르는 시 구절은 무엇인지, 그때 그 시절의 장면과 함께 듣기 좋은 소리로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가시나무새, 내 영혼 바람 되어...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이 모두 푸근한 기억인 것은 아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소외감, 관심에 대한 목마름 등은 중년에 접어든 사람끼리 공감할 수 있는 특유의 외로움일 것이다. 부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고, 인간관계 또한 그에 맞게 편성된다. 당장 공연장을 가 봐도 마찬가지다. 돈에 따라 좌석의 등급이 매겨져 있다. 소리가 잘 들리는지 또 무대가 잘 보이는지에 따라 A석 위에 S석, 그 위에 R석, 그 위에 VIP석, 그 위에 VVIP석, 그리고 P석 등의 등급을 매겨 놓는다.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게오르그 루카치가 말한 물화 사회의 단면이라고 이야기하며, 인간관계가 사물적인 관계로 대체된 씁쓸한 현장임을 서글퍼 한다. 마흔, 중년의 삶에서 떠나는 추억과 기억의 여행 역사와 철학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인문학적 지식을 마흔의 삶을 통해 에둘러 전달하는 이 책은 누구보다 깊이 사색하는 저자의 성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책 전체에 걸쳐 등장하는 아름다운 영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 책의 백미다. 글과 상황에 오롯이 어우러지는 시어들은 저자의 영문학에의 깊이가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으로서, 또 평범한 중년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마흔들에게 앞으로의 인생을 기대하라고 응원하는 이 책은 16개의 역을 거치는 여정을 ‘소풍’이라고 표현한다.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떠난 소풍에서 인생의 목표와 길을 다시금 찾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