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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맛있는 것’에 위로받는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양띠 여자, 양을 먹다 어느새 거기에는 소 혀가! 평상복 닭, 나들이옷 닭 내 사랑 달걀 내 이름은 소금 브랜드 돼지 봄을 맞는 기쁨 죽순 때문에 죄를? 산나물 데뷔 사랑스러운 햇양파 맏물 가다랑어 DNA 일 년에 단 한 번 아스파라거스 축제 화이트 아스파라거스가 가져온 혁명 세계 감자 여행 내 머릿속의 치즈 아보카도 갬블 여름은 언제나 옳다 옥수수 충동 가지인人 고야부 알고 보니 왕자병, 소면 장어 징크스 정신 차리고 보면 깍지콩 갯장어로 나이를 실감하다 생 토마토, 구운 토마토, 조린 토마토 오크라의 관용 그날부터 가을 꽁치는 위대해 밤 취향 송이 격차 토란 미스터리 버섯 회상 일본식 연어, 서양식 연어 연어알 사랑 겨울을 먹어야 해 고구마에 사죄 아버지와 배추 연근 철학 꽃게 침묵 굴 목욕은 무리 복어가 아니면 안 돼 참치 나이 영역 신성한 떡 시금치가 괜찮다고 한다 곤이 초심자 당신의 색으로 물드는 실곤약 두부의 존재 가치 스타 브로콜리 특별한 기억 안타까움과 우스움, 그리고 호박 20세기 양배추 원점 우엉 나이를 먹는다는 것과 와사비 콩아! 안녕? 전 세계의 가라스미 사쓰마아게 고향과 사쓰마아게 우주 낫토 바로미터 나의 레시피 연근경단 호박그라탱 서양식 가다랑어 끈적끈적 오색 돈부리 닭고기 차슈 가지교자 이토록 맛있는 순간들 |
Mistuyo Kakuta,かくた みつよ,角田 光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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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애정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은 건 돼지고기 때문이다. 이 경우의 애정은 먹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재료 그 자체에 대한 애정이다. 예를 들어 나는 생선조림을 좋아하지 않아서 마스터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세월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이 걸렸지만, 돼지고기는 요리를 하기 시작할 때부터 실패란 걸 모를 정도였다. 돼지고기장조림, 돈가스, 돼지고기 생강구이, 만두, 차슈, 포크소테, 돼지고기냉샤부 등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요리라면, 어찌 된 일인지 처음부터 레시피를 보지 않고도 잘 만들 수 있었고 실패하는 일도 없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생선보다 돼지고기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돼지’ 중에서
5월이 되면 마음이 불안하다. 지금인가? 아니, 아직인가? 하고 안절부절못한다. 아스파라거스가 나오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생략) 아스파라거스를 주문할 수 있는 시기는 보통 4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로, 내게는 이 1개월 남짓 되는 동안에 몇 번 주문 가능한가가 관건이다. 신선 제품이니까 한꺼번에 대량으로 살 수도 없다. 최소 단위인 500그램을 사서 다 먹으면 다시 구입하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보통 세 번 정도 주문해 먹으면 ‘아아, 좋은 봄이었다’ 하며 스스로 만족한다. -‘일 년에 단 한 번 아스파라거스 축제’ 중에서 실연을 당했을 때도 병이 났을 때도 나는 항상 밥시간이 되면 밥을 먹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일단은 먹었다. 그 때문에 나는 일 미팅 시간이 오전 11시나 오후 5시로 잡히면 바로 좌불안석이 된다. 점심은 어떻게 하지? 저녁밥은 어떻게 하지? 신경이 쓰여 어쩔 도리가 없다. (생략) 오후 3시에 점심으로 엄청나게 맛있는 오므라이스를 먹을 바엔, 차라리 12시 정각에 맛없는 라면을 먹는 것을 선택하겠다. 나는 미식가도 아니고 먹보도 아니다. 다만 공복을 싫어하는 것뿐. 오전 10시에 배가 비어 있으면 그냥 참는 수밖에 도리가 없지만 밥시간인데 불합리하게 공복으로 있는 건 용서할 수가 없다. -‘이토록 맛있는 순간들’ 중에서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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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을 든 소설가, 가쿠타 미쓰요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는 일본 소설가 가쿠타 미쓰요가 풀어내는 먹을거리에 관한 에세이다. 저자는 단편 소설,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에서 유럽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통해 소울푸드를 소개한 바 있는데,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50여 가지 일화는 지난 시절 작가의 삶을 소소한 행복으로 수놓았던 ‘맛있는 기억’들로 채워져 있다. 양고기를 먹을 때면 자신이 양띠라는 사실에 왠지 모를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아스파라거스가 나오는 5월이 되면 ‘지금인가? 아직인가?’ 하며 안절부절 못하다가도, 한 달 남짓 동안 그것(아스파라거스)을 세 번 정도 주문해 먹고 나선 ‘아아, 좋은 봄이었다’며 만족하는 그녀. 죽순 요리에 사용할 동백 잎을 구하려고 남의 집 동백나무 앞에 서서 우물쭈물 멈칫멈칫 한참을 고민하는 일도, 본 적 없는 돼지고기 상표를 상점에서 마주하면 신대륙을 발견한 듯 가슴 설레는 일도, 가쿠타 미쓰요에게는 그저 보통 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에게 고구마는 어릴 적 무척이나 좋아하다가 성인이 되어 잠시 손에서 놓았다는 이유로 잊힌 옛 연인처럼 느껴지고, 겨울이 되면 점점 가격이 내려가는 ‘바보같이 덩치만 큰’ 배추는 괜스레 아버지를 떠올리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 이렇게 사랑하니 이렇게 맛있을 수밖에!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는 그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보는 것만으로 군침 돌게 하는 화려한 요리나 격식을 갖춘 한상차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남달리 맛있고 특별히 몸에 좋은 것만 찾는 요즘 세상에, 저자가 차려놓은 밥상은 꾸밈없이 담백하고 소박한 요리들로 채워져 있다. 오히려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과 슴슴한 나물이 전부인 심심한 한 끼 식사 같은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음식 앞에서 더 맛있는 것을 찾던 이들도,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서도 만족스러움을 느낄 수 없었던 이들도 가쿠타 미쓰요와 함께 미각 기행을 끝낸 뒤에는 분명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를 목청껏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이토록 맛있는 순간이 또 어디 있을라고. 손과 눈, 코와 혀, 순간과 시간에 얽힌 맛있는 기억 이 책의 역자는 “이 맛있는 책에는 요리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기엔 절대) 미식가도 아닌, 그저 남달리 감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의 모습이 그대로 어른이 된 듯한 그녀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전문가나 미식가라는 단어 조차 꺼내 놓기 겸연쩍을 만큼 가쿠타 미쓰요는 매우 늦은 시기에 미각을 깨우쳤다. 그녀의 문단 데뷔는 제법 이른 스물세 살에 이뤄졌지만, 그녀의 인생에 토란이 등장한 것(토란 인식)은 그보다 한참 뒤인 30대 후반이었고, 그녀가 산나물에 눈을 뜬 것(산나물 데뷔)은 그보다 더 오랜 뒤인 마흔한 살이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그녀는 그 동안의 저작에서 보여주었던 섬세한 심리 묘사나 현실적인 내용 전개 같은 능수능란한 솜씨를 뒤로 하고, 마치 세 살 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온갖 식재료를 탐구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때때로 보잘것없다고 치부되던 식재료들이 이 책에서만큼은 특별한 존재로 여겨질 수 있었던 이유도 가쿠타의 이런 유별난 ‘편식 이력’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식재료 하나하나에 쏟는 애정어린 시선과 유난스럽지만 재치 있는 탐닉이, 바로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에 남다른 힘과 매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늦깎이 음식혁명가의 뒤늦은 깨달음 가격이 비싸다는 건 아직 때가 아니라는 증거다! -가격이 만만한 것을 고르는 이유는 내가 구두쇠라서 그런 게 아니라 가격이 만만한 것이 그 계절에 가장 많이 나는 것, 즉 그 계절의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식자재 앞에 새로이 나왔다는 뜻으로 ‘햇’ 자가 붙으면 그게 뭐든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햇우엉은 우엉과 다르다. 햇감자는 그냥 감자와 다르다. 그리고 햇양파와 양파도 다르다. ‘햇’ 것이 나오는 건 보통 3월부터 5월 사이.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그것을 사랑하기! -이렇게 사랑하니 이렇게 맛있을 수밖에 없는 거다. 사랑의 힘은 이런 것이다. 요리도 사랑 앞에서는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