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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말
1 물의 부름 2 햇살 3 매미 허물 4 쓸모없는 슬레이트 5 조나 6 목화 따기 7 이야기 지어내기 8 우물의 여자 9 커피와 저녁식사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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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서 땀도 마르지 않은 채 피로 흠뻑 젖은 침대시트 위에 누워 있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한다. (…) 양쪽 눈이 찢어지고 양팔은 깨끗이 잘려 살점들만 덜렁거리는 채 탄광에서 집으로 실려가는 남자를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우리집 물양동이 밖으로 삐져나온 퉁퉁 부은 아기의 시신만큼 충격적이지 않았다.
--- p.21 개울가는 아무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반면 우물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나는 우물 밑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어쩌면 목욕물을 긷는 중에 인어공주나 말하는 물고기가 딸려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종종 했다. 그런데 목욕물에 딸려온 아기라니. --- p.28 아침에 집을 나선 아빠가 그날 저녁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만큼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결국 내가 가장이 되리라는 것도. 당시 내 또래의 몇몇 남자아이들은 이미 탄광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빠는 나를 탄광으로 보내지 않았다. 학교에 가야 한다고 했다. --- p.35 조나는 사람들이 유니언타운, 즉 노조원 마을이라 부르던 도라라는 곳에서 자랐다. 1920년 파업 당시, 회사는 파업에 참여한 흑인 노조원들을 사택에서 모조리 쫓아냈고, 쫓겨난 그들은 온갖 쓰레기, 판자, 썩은 목재 등을 구해 다 함께 도라에 판자촌을 만들었다. 이제 다시는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하면서. --- p.46 “너도 알잖니, 셀리아.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 이 동네서부터 버밍햄까지 한번 살펴봐. 일자리가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이 두 배는 많아. 도움을 줄 게 아니라 받아야 할 사람이 훨씬 많다고. 주변을 한번 둘러봐……” --- p.60 이며 혀며 손이며 팔이며 온통 과즙으로 범벅을 한 채 재잘거리며 후루룩후루룩 토마토를 먹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토마토는 정말 행복한 열매 같아요, 그쵸 아빠?” 토마토를 한입 크게 베어 물고 테스가 물었다. “아주 신나고 즐거운 열매예요. 레몬은 뾰로통하고 복숭아는 바람둥이 같은데.” --- p.67 언제나 자연의 힘에 의해 그 모습이 결정되는 마을이었다. 자연은 우리가 석탄을 채굴해가는 대가로 바람, 불, 땅을 통해 이따금 인간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리고 휠체어를 탄 이 남자가 자연만큼이나 강력한 힘으로 마을 전체를 바꾸어놓았다. --- p.72 남편과 남편의 이름까지 지우고 떠나려 한 걸 보면 할아버지가 끔찍한 잘못을 저지른 게 분명했다.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할아버지가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의 성은 애덤스가 되었을 것이다. 두 할아버지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지만, 어쨌든 두 세대에 걸쳐 우리 무어 가족의 여성들은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나간 셈이다. --- p.93 저 정중함 뒤에 어떤 모습이 숨겨져 있을까? 고단한 삶을 살거나 그보다 더 나쁜 일이 있는 건 아닐까? 눈 밑은 거뭇했고 얼굴에서 생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 너무나도 피곤해 보이는데 혹시 이 아이를 데리고 하루하루 버티기보단 차라리 없애버리고 싶다는 감정이 들지는 않을까? --- p.113 “그런 일을 한 여자라면 슬픔에 빠져 있었을 겁니다, 감독관님. 못된 여자가 아니고요. 죽은 자식을 데려가 착한 사람들이 사는 집의 우물에 던져버린다. 글쎄요, 제가 보기엔 그 사건이 말해주는 바가 있는 것 같아요. 감독관님 말씀대로 그 여자가 미쳤을지도 모르지만 슬픔이라는 감정에 비하면 미친 건 아무것도 아니죠.” --- p.170 루 엘렌은 뒷마당에 아기를 묻는 게 별일 아니라는 듯 계속 발로 목화 자루를 찼다. 마치 죽음이 풀과 함께 자라고, 해와 함께 떠오르고, 우물물과 함께 올라오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것처럼. --- p.269 부엌에서 엄마의 손은 허둥대거나 멈칫하는 법이 없었다. 그릇에서 양념통으로, 스푼으로, 양푼으로, 행주로 춤추듯 움직였고, 끊임없이 붓고 젓고 닦고 재고 만져보며 많은 일들을 해냈다. 나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엄마의 손을 보는 걸 좋아했다. --- p.275 오랜 세월 석탄은 이곳에 묻혀 우리를 기다렸다. 그에 비하면 인간의 삶은 섬광과도 같은 순간에 불과했다. 스스로를 연료삼아 순식간에 불타올랐다가 잔재처럼 날아가 부서지고 그후엔 한줄기 따스한 연기로 홀연히 사라지는. --- p.2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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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라는 긴장의 끈을 타고 고결하고 애틋하게 흐르는 가족 드라마
『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극찬의 데뷔작! 이 소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자가 어느 가족의 우물에 갓난아기를 버리고 사라져버리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아빠 앨버트, 엄마 리타, 세 아이 버지, 테스, 잭으로 이뤄진 주인공 가족의 단란한 저녁 시간에 돌연 묘한 긴장이 감돈다. 밝아오는 아침과 함께 우물 양동이에 시퍼렇게 변한 아기의 시신이 딸려오지만 한편으론 분주한 가족의 일상도 지체 없이 시작되어야 한다. 하얀 목화밭과 검은 광산이 공존하는 1930년대 탄광 마을의 삶은 가난하고 바쁘다. ‘우물 여자’의 정체를 쫓는 미스터리는, 탄광에서 2교대로 일하는 앨버트, 세 아이를 돌보며 새벽 소젖 짜기부터 저녁 손바느질까지 해내느라 쉴 틈 없는 리타, 부산하고 명랑한 세 아이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어 이야기의 결말부까지 긴장감 있게 흘러간다. 나는 어둠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아니, 어둠에 찌들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팔꿈치 주름과 손금 사이사이 그리고 손톱 밑마다 지워지지도 않는 새카만 자국이 들러붙어 있었다. 늘 목구멍 저 밑에서부터 어둠의 맛이 느껴졌고, 한밤중이면 기침을 해대며 그 어둠을 뱉어내곤 했다. 본문 19p 엄마는 줄곧 일거리를 붙들고 있었지만 결코 피곤하거나 힘들거나 혹은 지친다는 소리를 한 적이 없다. 한번은 엄마의 손등에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듯 팽팽하게 붉은 물집이 잡힌 걸 본 적이 있다. 엄마에게 묻자 전날 팬에 손을 데었다고 했다. 돌이켜보니 그 사이에 엄마가 손을 조심하거나 불 앞에서 주춤하거나 심지어 ‘아야’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본문 161p 소설은 앨버트네 다섯 식구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전개되는데, 두 딸 버지와 테스가 최근에 출산한 적 있는 동네 여자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그중 큰딸 버지에게 ‘우물 여자’ 사건은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여성과 엄마로서의 삶에 대해 홀로 사유해보는 계기가 된다. 작가는 ‘우물 여자’ 사건을 마주한 버지의 생각과 엄마 리타의 일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시대를 아울러 진지하게 고민할 ‘여성의 삶’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아빠는 그 여자가 한 일이 정말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하느님께서 분명 심판하실 거라고. 하지만 나는 그 여자가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거나, 겨울은 다가오는데 온 식구가 맨발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 이렇게라도 해야 했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면 아기가 계속 울어대서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을까? 더는 감당하기 힘든 다섯번째나 여섯번째, 혹은 열번째 아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걸까?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엄마는 우물 옆에 서서, 어떻게 하면 조금은 편히 살 수 있을지 고민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을까? 본문 28p 당시 탄광 마을의 삶에는 가족의 사랑과 헌신, 이웃과의 연대, 참된 노동의 가치가 생동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생계와 훈육을 위해 부모로서 부단히 노력하는 앨버트와 리타, 탄광 사고로 시력을 잃은 동료를 위해 힘을 모으는 광부들, 불운이 닥친 앨버트의 가족을 위해 저마다 형편에 맞게 위로를 전하는 이웃들, 이러한 어른들의 선한 영향력을 받으며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 작가는 가부장적 분위기와 인종차별이 잔존하는 시대의 한계 안에서 각 인물들의 강인한 면모와 당면한 한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그로써 인간이기에 가능한 근면과 선함이 깃든 삶의 가치를 일깨우며, 미스터리라는 긴장의 끈 위에서 고결하고 애틋한 가족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애정 없이 불가능한 묘사의 탁월함 “놀랍도록 세심하게 대화를 구성하고, 따스하고 부드럽게 세부들을 묘사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소설가로서 진 필립스의 뛰어난 관찰력과 묘사력은 『밤의 동물원』(문학동네, 2018)에서 무장강도로부터 살아남아야 하는 엄마와 어린 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 호평받은 바 있다. 『우물과 탄광』에서 이목을 끄는 점은 작품 전반에 일관적으로 드러나는 대비의 방식이다. 시골 생활의 아름다움과 지독한 가난, 시원한 우물과 매캐한 탄광, 하얀 목화밭과 초록 채소밭과 시커먼 광산, 탄광 지하에서 일하느라 창백한 앨버트의 얼굴과 마당과 텃밭에서 일하느라 거칠게 탄 리타의 얼굴, 마을 사람들에겐 죽음이지만 ‘우물 여자’에겐 생이기도 했던 미스터리. 작가는 이 수없는 대비의 면면을 세심하게 엮어나가며, 소설에도 우리의 삶에도 ‘정답은 하나일 수 없다’는 절묘한 진리를 새삼 일깨운다. 강렬한 태양 아래서 나는 땀과 열기로 차분해졌다. 오이와 토마토, 수박, 옥수수가 가득 열린 따뜻하고 촉촉한 땅의 냄새는 온통 검은 바위뿐인 척박한 땅의 냄새와 달랐다. 싱그러운 녹색 식물들이 쑥쑥 자라나는 냄새를 가슴 가득 들이마시면 기분이 무척 좋았다. 늘 질식할 것 같은 상태에서 유독가스나 질식가스 사이로 들이마실 공기가 남아 있는지 조심스레 조금씩 호흡하다가 콩과 호박, 그리고 흙의 냄새를 가득 마실 수 있는 이때가 정말 행복했다. 콩을 따느라 여전히 허리를 굽혀야 했지만 그래도 여기선 내가 원할 때 펼 수 있었다. 그 작은 자유가 통증을 잊게 했다. 본문 64p 한편, 아이들의 귀엽고도 진지한 심리와 행동을 탁월하게 묘사하는 진 필립스의 강점이 이 소설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테스는 세상을 초콜릿케이크와 병아리가 가득한 아름다운 곳으로 느끼며, 답답한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흙마당을 뛰놀며 남동생 잭을 골탕 먹일 궁리를 하고, 동네에서 유일하게 개울가에 나가 수영하는 여자아이다. 버지는 자신이 자란 탄광 마을과 가족만 알며, 매미 허물을 옷깃에 브로치처럼 달고 다니던 순수한 소녀에서 그 너머를 경험해나가며 더 큰 세상을 꿈꾸는 여성으로 성장한다. 진 필립스는 테스와 버지를 비롯해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촘촘하고 사려 깊게 그려내는데, 이 탁월함은 소설가로서 갖춰야 할 관찰력과 인간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출근해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무사히 가족 품으로 퇴근하기를 기도하는 일상 1930년대 탄광 마을에서 반추하는 오늘 우리 시대의 상 소설의 배경인 1930년대 미국의 탄광 마을은 산업의 흥망에 좌우되는 인간의 삶, 경기 침체와 정치적 새바람, 백인과 흑인 노동자의 차별 문제로 들끓는 용광로였다. 뉴딜 정책으로 경기 부양의 바람이 불지만 은행은 파산하고 사람은 자살하고 가게는 잇달아 폐업한다. 흑인 광부는 짐승처럼 부려지고 백인 광부 역시 극한의 노동량을 감수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흑백이 함께 뭉쳐야 한다는 변화의 필요를 감지하기도 한다. 흑백이 한 테이블에 앉을 수도 없고, 급여 창구에 서야 하는 줄도 다르지만, 위험한 일터로 출근해 부디 가족 품으로 무사히 퇴근하기를 기원하는 건 마찬가지였으니. 진 필립스는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당시 탄광 현장의 모습과 광부들이 감내한 막대한 피로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의 비정규직 문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환경, 갈수록 깊어가는 노동의 박탈감과 허무를 자연스레 상기시킨다. 흑인과 백인이 한 테이블에 앉는 것만으로도 큰 거부감을 느끼는 이런 시기에 우리 노조 안에서는 그런대로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전미탄광노동조합에서 흑백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유지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거대한 시스템 내에서 모두가 조화롭게 움직이려면 그 방법뿐임을, 생각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깨닫고 있었다. (…) 결국 흑인들에 대한 대우가 우리 자신들에 대한 대우이기도 했다. 흑인들이 낮은 임금을 받으면 우리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었다. 흑인들을 함부로 해고하는 관리자들을 방관하면서 우리에겐 더 잘해줄 것을 요구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좋아지면 다 같이 좋아지고, 나빠지면 다 같이 나빠진다. 본문 77p 진 필립스는 작가가 되겠다고 말만 하고 상상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책상에 앉아서 소설을 썼다. 이렇게 멋진 소설을! 당신의 마음속에 또다른 새로운 세상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패니 플래그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저자) 대담한 데뷔작, 인간미가 넘친다. 오프라 매거진 고상하고 순수한 등장인물들의 삶에 완벽히 들어가 그들을 책장 위로 생생하게 끌어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놀랍도록 세심하게 대화를 구성하고, 따스하고 부드럽게 세부들을 묘사한다. 작은 탄광 마을과 사람들의 온정, 그리고 달콤한 복숭아파이의 향기가 가득한 소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