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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낭패 추적 이질감 절벽 발견 도주 집 급류 반전 끝난, 끝나지 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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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시체와 밤을 보냈다는 거군.”
도진은 신경이 발바닥 끝에서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바짝 서는 것을 느꼈다. 살갗에 소름이 돋았다. 시신을 발견한 사람의 정상적인 공포나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짜릿함이었다. 시신은 팔이 기형적으로 뒤로 꺾여 있었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정상적이지 않은 방향을 향해 있다. 두 다리는 서로 대칭을 이루며 하늘로 뻗었다. 그 위로 반짝이는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은, 기묘한 아름다움이었다.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적어도 도진에게는 그러했다. 묘한 질투마저 들고 있었다. 살인을 했다는 입장만 같을 뿐, 자신은 그저 강함만을 ‘그것’에 표출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저런 방법도 있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찬사를 금치 못하게 하는……저것은 차라리 예술이었다. 도진을 더 자극한 사실은 이 예술품의 작가가 첫 살인을 한 것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시신은 머리가 깨져 있고, 등과 목에만도 수십 군데의 상처와 타박상이 있었다. 이런 경우는 원한 때문이라고 보는데, 이 당시의 그 사람은 거의 패닉 상태라고 보면 되었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예술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 사람의 본능이라는 얘기였다. 도진은 자세 그대로 한참이나 ‘그것’을 감상했다. 이 사람이 누구고 어쩌다 이런 꼴을 당했는지는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작품’의 작가가 궁금했다. 이런 죽음을 맞게 해주어 ‘이것’은 ‘그분’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때 스친 찰나의 생각에 도진의 입꼬리가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신이 난 표정으로 손가락을 퉁겼다. 딱 소리가 조용한 방을 두드렸다. 섬광처럼 머릿속을 스쳐간 생각이 너무나 반가웠다. 침대에 던져 둔 휴대폰을 쥐었다. 그러고는 흥얼거리며 선우신에게로 연결되는 단축 번호에 손가락을 올렸다. 바로 선우신에게 전화해 사태를 알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자신이 직접 맡을 것이다. 괜히 112에 신고했다가는 구역이 구역이니 만큼 이곳 경찰이 담당하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손으로 잡아넣을 작정이었다. 이런 멋진 예술품으로 자존심에 금이 가게 한 사람, 너무 부러워 죽이고 싶은 사람. 지금 느껴지는 이 굴욕감과 동경을 바로 이 손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이것은 게임. 하늘이 그에게 걸어 온 게임이었다.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쳤다. ‘아니지.’ 도진은 흠칫하며 단축 번호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황급히 휴대폰을 닫았다.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살인 사건의 첫 발견자를 가장 먼저 의심하라는 것은 추리 소설을 써 대는 얼치기들이 말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분명 그는 자신의 입으로 이 불행한 시신을 어떻게 발견하였으며, 사망 추정 시각에 무얼 했는지 진술해야 할 터였다. 몰론 이 시신과 본인은 아무런 관련도, 접점도 없으니 얼마든지 말해 줄 수 있었다. 맹세할 수 있다. 자신은 이 남자를 살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살인범이었다. 애먼 일에 발목 잡혀 진술하는 동안 진짜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앗은 재희의 시신이 발견된다면……. 생각만으로 아찔했다. 낭패였다. 도진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자세 그대로 정면을 노려보았다. 시선 끝에 구겨진 시신이 걸려 있었다. 그의 표정은 혼란스러웠다. 저 예술품은 세상에 나오는 즉시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고 경이로운 공포로 사람들을 몰아넣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 예술가를 만나게 되길 하루하루 고대하며 사람들은 TV 앞으로 몰려들게 뻔했다. 하지만, 그는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처지 때문에라도 저 예술품은 세상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그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예술품을 처리해야 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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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형사와 살인예술가의 끔찍한 만남이 시작된다!
내연관계에 있던 유부녀가 더 깊은 관계를 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충동적인 살인을 저지른 현직 형사 현도진. 형사로서의 그는 범죄자의 심리를 꿰뚫고 천부적인 감각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베테랑이었다. 그의 내면에 있던 악마적 성향이 충동적이지만 거침없이 표출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서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음을 자신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연히 또 다른 시체를 발견하고, 누군지 모를 살인범의 화살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직감했을 때, 현도진은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잡히기 전에 잡아야 한다. 쫓기기 전에 쫓아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현도진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단서들이 하나씩 나타나면서, 그는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식으로 자신을 용의자로 몰고 가는지 의문에 휩싸이게 된다. 자신의 살인은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는 절대 명제.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이코패스 형사와 숨겨진 살인예술가의 처절한 싸움. 저자는 모순으로 뒤덮인 인물간의 심리전을 압도적인 속도로 그려내어, 단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나는 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그러나 난 이미 살인자다!” 내연녀를 죽이고 우연히 발견한 시체를 자기 손으로 직접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현도진은 이미 건널 수 없는 파멸의 선택을 한 셈이다. 그런데 시신 처리 직후, 현도진은 더욱 난감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시신이 정치권의 실세인 새나라당 김태손 총재라는 것. 게다가 김태손 총재의 실종 사건을 송파 경찰서에서 전담하게 되면서, 그는 이제 실종자를 찾는 열혈 형사를 연기해야만 한다. 동시에 증거가 하나씩 발견될수록 현도진은 극도의 긴장 속에서 끊임없이 상황을 수습해야만 한다.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도진은 지금 선택할수록 파멸로 치닫는 게임을 하고 있다. 이 게임을 자신이 주도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또 다른 살인범이 만들어낸 판 위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결국 현도진은 증거가 나타날수록 더욱 더 극한 선택을 하게 되고, 상황은 점점 최악의 시나리오를 향해 치닫고 만다. 惡이 惡人을 만드는가, 惡人이 惡을 만드는가 누구에게나 가슴 깊은 곳에 ‘악의’를 지니고 있다. 남보다 더 잘됐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내가 더 잘됐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남이 잘못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들. 악은 진실이 등을 돌렸을 때 비로소 전면에 나타난다. 다만 현실을 사는 우리들은 그 과정이 생각보다 짧다는 걸 대부분 알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천부적인 스토리텔러인 저자는 긴장감 넘치는 인물들을 그려내며 악이 찰나의 순간만으로도 충분함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보다도 능력 있는 형사지만 그 내면에는 살인 본능을 지니고 있는 현도진, 언제나 상냥하고 착한 사람이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바닥을 드러내는 선우신, 정의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중성을 띄고 있는 장주호….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이야기는 점차 더 미궁 속으로 빠진다. 그 누구도 편들 수 없고, 그 누구도 이겨선 안 되는 게임이 진행될수록, 책을 읽는 우리는 평범함 뒤에 감춰진 악의 진실을 함께 파헤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