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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지겨움
장수연
Lik-it(라이킷)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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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라디오 PD라는 꿈을 이루었고, '낭만적 입사'를 하게 된다. 그 일도 벌써 13년 차. 매일 라디오를 켜는 회사 생활에 여전히 낭만이 살아 있을까? 직장인의 애환과 무한한 애정 그 사이를 잘 써낸 에세이. - 에세이 M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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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Chapter 1. 낭만적 입사와 그 후의 일상
직업과의 로맨스
음악을 듣는 완벽한 방법
비 오는 날의 선곡
지금이 전성기가 아닌 당신에게
디제이와 사랑에 빠진 날
세상엔 이류도 필요할걸?
다행이야, 매일이라
시계를 보는 마음
아름다움이 서사를 만나면
라디오뽕
막방과 첫방은 하루 차이
[오늘의 선곡] 영화는 아니고, 영화음악

Chapter 2. 프로듀서의 일
라디오 피디가 하는 일
초대석보다 중요한 건 매일코너
다시듣기 없는 코너, 꿈꾸라 대나무숲
덕심의 힘으로
한 방에 훅 간다는 말
신입의 상상력
우리는 모두 신인이었으니까
섭외하다 열 받은 날
인격을 드러내는 관계
개인을 보는 연습
욕구 관리
심의를 대하는 복잡한 마음
시장에 가면
첫 방 컬렉터
죽고 사는 문제 아니니까
내가 생각하는 방송의 공영성
2019년 4월 16일
[오늘의 선곡] 인생, 알 것 같기도, 도저히 모르겠기도

Chapter 3. 오늘도 출근
파업을 돌아보며
내가 왜 라디오 피디가 되고 싶었더라
선배들이 더 이상 거인으로 보이지 않을 때
공개 방송을 준비하던 어느 날
복잡함을 끌어안는 결정
함의 실수, 하지 않음의 실수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명예퇴직자 명단이 발표된 날
당선, 합격, 계급
장유유서가 우리를 망하게 하리라
진로 고민
#미투
[오늘의 선곡] ‘나는 왜 이럴까 병’이 찾아올 때

Chapter 4. 퇴근하겠습니다
자기 몫의 육아
졸업 노래 듣다가 상념에 빠진 썰
그때 그 쑥떡, 오늘 이 쑥버무리
‘하필 지금’ 오는 일
청춘의 끝
결과로서의 현재, 원인으로서의 현재
일로 도망치지 않는 삶
[오늘의 선곡] 큰 문제 아니에요

에필로그

저자 소개 1

라디오PD. 〈꿈꾸는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이석훈의 브런치카페〉,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 등을 연출했다. 결혼하자마자 계획에 없던 임신을 했다. 내 인생이 ‘엄마’로 주저앉혀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과하게 불안해하며 첫 아이를 키웠다. 막상 키워보니 생각보다 할 만했다. 너무 빨리 커버린 아이가 아쉬워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그냥 한 번 더 낳았다. 순한 두 아이와 남편 덕에 셋째까지 욕심냈다. 세 번 연달아 순한 아이를 만나는 행운이 흔할 리 없다는 걸 간과한 것이다. 하루하루를 꼭꼭 씹어 삼키듯 충분히 느끼며 살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엄마
라디오PD. 〈꿈꾸는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이석훈의 브런치카페〉,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 등을 연출했다. 결혼하자마자 계획에 없던 임신을 했다. 내 인생이 ‘엄마’로 주저앉혀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과하게 불안해하며 첫 아이를 키웠다. 막상 키워보니 생각보다 할 만했다. 너무 빨리 커버린 아이가 아쉬워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그냥 한 번 더 낳았다. 순한 두 아이와 남편 덕에 셋째까지 욕심냈다. 세 번 연달아 순한 아이를 만나는 행운이 흔할 리 없다는 걸 간과한 것이다. 하루하루를 꼭꼭 씹어 삼키듯 충분히 느끼며 살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엄마로서의 이야기로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를, 라디오PD로서의 이야기로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을 썼고 곧 세 번째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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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18g | 128*200*15mm
ISBN13
9791190492287

책 속으로

MBC 라디오국을 쇠락해가는 왕조에 비유하면 우리 본부장님께 야단맞으려나.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종로나 시청 같은 강북 구도심. 건너편에 새 아파트가 우뚝우뚝 올라가는 게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옛날 동네. 후암동, 망원동, 옥수동. 이태원 말고 해방촌. 판교 말고 과천. 사람으로 치면 대략 50대 언저리. 체력도, 외모도, 감각도 점점 기울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나이. 20대라 해도, 튜브톱 입고 클럽 다니는 '힙'한 젊은이보다는 서스데이아일랜드풍의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재미없는 소설책을 읽는, 누구는 순수하다 하고 누구는 촌스럽다고 할 만한 캐릭터.
--- p.24

오늘도 0이 되고야 마는 초록색 시계를 바라보며 이것이야말로 삶에 대한 강렬한 은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매일 반복되는 삶의 권태를 이겨내기 위해선 언젠가 올 마지막을 보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일상 속에 존재하는 무수한 사라짐들, 사소한 마지막들을 보며 나의 죽음을 인식하는 힘. 그것이 시계를 보는 마음이다.
--- p.41

나는 내가 피해자였을 때보다 가해자였을 때 인간과 세상에 대해 조금 더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나쁘고 자신에 대해서는 복잡하게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던데, 내가 나쁜 일을 했을 때 비로소 인간이 복잡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것 같다. 나의 가해 가능성에 대해 인식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밤이다.
--- p.98

‘욕구 관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찾은 방법은 스스로를 ‘피디’라고 생각하지 말고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피디라는 직업에 자신을 가두면 프로그램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는 포기하게 된다.
--- p.102

나는 첫 방송 파일을 모은다. 이것들이 나의 교재이고 위로이다.
--- p.118

크게 문제가 되는 발언도 나쁘지만, 편견을 강화시키는 평범한 말 또한 나쁘다. 오늘 나는 ‘평범하게 나쁜 말’로 진보를 늦췄다. 편견을 부수려 지금도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뚫어야 할 벽을 더 공고하게 했다. 어느 때는 그 벽을 깨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고, 어느 때는 그 벽 위에 벽돌 한 장 더 얹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마지막에 총합을 계산할 때 그래도 부순 벽돌이 조금이라도 많기를 바랄 뿐이다.
--- p.123

MBC의 파업은 반복되었다. 전쟁놀이에 진지하게 몰입했다가 빠져나오길 몇 년간 되풀이했다. 싸움의 한복판에 있을 땐 모든 게 선명했지만 싸움이 끝나고 나면 혼란스러웠다. 우리가 적으로 상정한 사람은 한때 상사로, 동료로 지냈던 사람들이었다. 싸울 땐 의심 없이 악인으로 대했지만, 한숨 고르는 타이밍에 부정할 수 없는 진실로 떠오르는 문장이 있었다. 모든 사람은 나빠질 가능성을 품고 산다. 나쁜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 나쁜 선택이 있을 뿐이다.
--- p.135

장유유서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나는 더 이상 불리하기만 한 입장이 아니다. 이걸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고 노력한다.
--- p.176

후배들이 지금 겪는 일을 말하는 것보다, 내가 과거에 겪었던 일을 말하는 게 쉬울 것이다.

--- p.191

출판사 리뷰

라디오는 참, 인간의 삶을 닮았다

무언가에 사로잡힌 사람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말하기 때문이다. 장수연 피디는 라디오를 인간의 삶에 비유하기를 즐긴다. 특히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 못한 점이 라디오와 인간의 공통점이라고 말한다. 라디오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은 ‘지친 어른처럼 과거의 화양연화를 남몰래 쓰다듬고 있’는 동시에, ‘가난한 청춘처럼 아직 전성기를 기다리는 중’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라디오 생방송 스튜디오의 시계에는 세 종류의 시간이 표시된다. 현재 시각, 프로그램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흐른 시간, 프로그램 종료까지 남은 시간. 장 피디는 이 세 개의 시간이야말로 삶에 대한 강렬한 은유라고 썼다. 지금껏 살아온 시간과 죽음까지 남은 시간, 그리고 오늘 주어진 시간. 오프닝 멘트를 시작할 때 57분이던 시계는 0이 되면서 그날의 프로그램이 끝난다. 그리고 다음 날, 소진해야 하는 숫자로 우리를 또 기다린다. 그는 반복되는 삶의 권태를 이겨내기 위해선 언젠지 모를 마지막을 상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한다.

아이가 출근길에 보채도, 버스 정류장에서 잘생긴 남자를 보아도, 컨디션이 안 좋아 방송을 망칠 것 같아도 매일, 제시간에 기필코 방송을 지켜온 13년 차 베테랑 피디가 퍼 올린 현장감 넘치는 에피소드들은 우리가 간과했던 ‘매일의 힘’을 보여준다. 만족스럽지 못한 방송을 끝내고 자책하다가도, “매일 하는데 어떻게 매일 좋겠나?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이상할 때도, 고약할 때도 있는 게 자연스럽지”라며 더 나은 내일을 다짐한다. 매일 하므로 힘들고, 지겹고, 바닥이 드러나지만, 역시 매일이기에 하루아침에 망하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견고한 벽의 벽돌을 부수는
진심 어린 애정의 힘


그렇다고 마냥 선배의 따뜻한 위로만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이건 일일 뿐이야’, ‘어차피 직장인일 뿐’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면서도, 진짜로 그렇게 설득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직장인이지만, 직장인의 마음으로 회사에 다니면 안 되는 사람, 하고 싶은 대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는 없지만 하고 싶은 게 끊임없이 꼭 있어야 하는 사람, 그 모순된 사람이 바로 라디오 피디이다. 피디뿐 아니라 콘텐츠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라면 모두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포기하거나 상대를 탓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직장 생활을 위한 번뜩이면서도 유쾌한 아이디어들과 더불어 꾹꾹 눌러 쓴 묵직한 이야기들도 있다. 아무리 애써도 인과관계가 어긋나는 인생의 면모에 대해 그는 자주 생각한다. 앞만 보고 달리다 문뜩 멈춰 서 자신을 살피는 계기를 제공한 암 수술의 경험, 동료 모두에게 생채기를 남긴 파업, 지금도 누군가는 겪고 있을, 조직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겪은 일들도 기록하며,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더 너그러워지겠노라 다짐한다. 지금을 과거의 결과로 보는 대신, 현재를 원인으로 미래를 주체적으로 바꿔 가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는 말에서 잔잔한 울림이 인다.

음악 방송 연출자답게, 가사를 음미하며 듣는 추천곡도 함께 담았다. 안전하고 즐겁기만 한 글쓰기를 지양하고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고자 했던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이 역시 방송 제작자답다.

저자는 ‘진정한 프로라면 함께 일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방송만 잘하면 그만’이어야 한다면서도, 동료를 진심으로 좋아할 때의 남다른 마음가짐이 단순히 ‘회사 생활’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준다고 한다. 시간과 열정, 때로는 건강까지 갈아 넣어가며 온종일 프로그램을 생각하는 그가 이 ‘허탈한 열심’을 멈추지 못하는 건 결국 라디오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매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추천평

나는 MBC 라디오 피디를 두 분류로 나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거쳐 간 피디와 그렇지 않은 피디. 안타깝게도 장수연 피디는 후자에 속한다. 방송은 같이 안 했지만 지켜보면서 참 열심히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 부끄러워졌다. 후배들이 이렇게 고민하고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나에게 라디오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렸구나. 수연 피디에게 약속한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지만 열심히 할게’
‘Radio, Someone still loves you’ 라디오를 아직도 사랑하는 누군가가 바로 이 책을 읽는 당신이길…
- 배철수
피디란 알 수 없는 대중의 마음을 앞서 가 보려는 무모한 직업이다. 냉담한 눈빛, 어긋난 사랑 앞에 상처받을 때 어둠을 밝히는 빛은 밖이 아니라 결국 내면의 열정에서 찾아진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기록을 읽다보니 오랜만에 그 빛을 본 느낌이다. - 한재희 (MBC 라디오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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