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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안전거리
박현주
Lik-it(라이킷)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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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_ 승리의 나무와 해피 콤마

1. 때 이른 저녁 안개, 인생 점검의 순간에서
[기동력] 모두 비슷한 고민, 모두 다른 해결
[필기시험] 신의 법과 인간의 법
[실기 시험] 실패를 벗어나 우아한 영혼으로
[차량 구매] 좋은 파트너의 체크리스트
[코너링] 이중구속과 여자의 선택
[자기 길] 돌아보지 않고, 넘겨보지 않고
[관점 변화] 더 연약한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옆자리]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주차] 이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다는 것
[안전거리] 그리워도 가깝지 않게

2. 직접적 은유로서의 운전
[날씨] 삶을 좌우하는 절대성과 인간의 노력
[교통체증] 모두 같은 길 위에 있다는 동지의식
[백시트 드라이버] 충고와 참견 사이
[의사소통] 아래층 계단의 말
[경쟁] 내 앞길을 막는 사람들
[음악] 나의 드라이빙 BGM을 참아주기를
[돌발] 돌아서 가도 이어져 가는 삶
[평균] 위비곤 호숫가의 삶과 남보다 잘(못)하는 나

3. 초보 딱지를 떼며
[비밀] 우리끼리만 하는 말인데
[노화] 좋은 밤을 향하여 온화하게 가지 말라
[번아웃] 꾸준하게, 멈추지 않고
[애착과 이별] 내 운명에 동승한 사랑하는 무생물
[한밤의 강변도로] 일체감의 환희와 떠날 때의 애정
[반성과 자책] 만약 ……하지 않았더라면
[첫 고속도로 운전] 위로와 생명의 빵
[고독] 혼자 가는 길의 외로움과 자유로움
[증발] 잠적의 기술과 떠나는 여자들

에필로그_ 두려움 많은 영혼도 피해서는 안 되는 것

저자 소개 1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리노이주립대학교에서 언어학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 및 소설가, 에세이스트, TV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브로큰 하버》 《세계는 계속된다》 《트루먼 커포티 선집》(전 5권)과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전 6권), 찰스 부코스키의 소설과 시집 및 에세이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 《서칭 포 허니맨》 《나의 오컬트한 일상》(봄/여름 편, 가을/겨울 편) 등이 있다. 2018년 《하우스프라우》로 제12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번역가, 에세이스트, 칼럼니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리노이주립대학교에서 언어학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 및 소설가, 에세이스트, TV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브로큰 하버》 《세계는 계속된다》 《트루먼 커포티 선집》(전 5권)과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전 6권), 찰스 부코스키의 소설과 시집 및 에세이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 《서칭 포 허니맨》 《나의 오컬트한 일상》(봄/여름 편, 가을/겨울 편) 등이 있다. 2018년 《하우스프라우》로 제12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번역가,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장르 소설 서평가, 드라마 평론가, 그리고 소설가. 서사 텍스트 해석에 관심이 높아서, 수많은 매체에서 다양한 종류의 평론과 칼럼을 쓰고 있다. 이제까지 쌓아온 경험과 다채로운 관심사를 집약한 연작 미스터리 ‘나의 오컬트한 일상’ 시리즈를 시작으로 하여, 일상과 관계에 집중한 추리소설을 쓴다. 레이먼드 챈들러, 트루먼 커포티, 찰스 부코스키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포함, 많은 추리소설을 번역했으며, 소설 데뷔작 『나의 오컬트한 일상』외에 지은 책으로 장편 『서칭 포 허니맨』. 에세이집 『로맨스 약국』,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가 있다.
물고기자리, B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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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46g | 128*200*20mm
ISBN13
9791190492843

책 속으로

무한한 줄 알았던 시간도 언젠가는 끝난다. 적어도 한 사람의 인생에서는 그렇다. 내가 경험할 수 있는 시간에는 끝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해피 엔딩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지만, ‘해피 콤마’는 분명 존재한다. 삶에 있는 행복한 쉼표들을 향해서 나아간다. 잠깐 멈췄다가도 이어가기 위해서.
--- p.13

설명과 변명은 그 행위 자체가 다르지는 않다. 둘 다 자신과 세계의 어떤 현상 뒤에 숨어 있는 논리와 이유를 자기 나름대로 제시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설명과 변명의 차이는 말하는 사람의 확신에 있다. 내 말이 합리적으로 이해되리라는 믿음 속에서 시작되면 설명, 내 말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리라는 불확실에서 시작하면 변명이다.
--- p.17

연습하면 몸이 기억하고, 그러면 언젠가 실패라는 편안한 고뇌에서 떠날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우리도 어려운 일을 쉽게 해내는 우아한 영혼이 될 수 있다. 내가 초보일 때는 너무 힘들어 보였던 운전도 이제 걷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다.
--- p.38

선생님은 코너를 돌 때마다, 유턴을 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천천히 가면서 빨리 돌아요.” 뭐라고? ‘천천히’와 ‘빨리’는 우리가 가장 먼저 배우는 반의어가 아니었나? 천천히 빨리 돌라는 것이 무슨 말이야?
--- p.47

나는 택시를 타면 기사님에게 팁을 묻곤 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서초동에서 강남역으로 갈 때 만난 기사님이 한 말이었다. “운전 어려울 거 하나 없어요. 옆에서 어떻게 하든 자기 길만 쭉 가면 돼요.”
--- p.53

삶에는 ‘머무르기’와 ‘옮겨 가기’라는 두 가지 다른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로 가지 못하게 방해하고 감시한다. 하지만 결국에 이리저리 길을 옮겼다고 해도 이어보면 하나의 선이 된다. 우리는 그렇게 길을 정하고 계속 쭉 달려온 것이었다. 아직은 이 길이 맞는지 몰라서 걱정스럽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는 맞는 길로 가는 게 아니라 가는 길이 맞도록 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남의 눈치만 봐서는 안 된다고. 머무르는 것도 옮겨 가는 것도 자기 원칙대로 해야 한다.
--- p.58

누군가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남을 밀어내지 않아도 되는 자리를 나는 바랐다. 나는 영원히 찾아 헤맬지라도, 적어도 내 자동차만이라도 그런 자리가 있기를 바랐다. 밤에 차에서 내려, 모든 차들이 각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주차장을 볼 때면 나는 힐베르트 무한 호텔의 야간 지배인처럼 마음의 평화를 느끼곤 했다. 우리의 차들은 밤새 방해받지 않고 머물 자리가 있음에 평온함이 밀려왔다. 그럴 때 자동차들은 마치 상자를 차지한 고양이들처럼 무척 느긋하고 흡족해 보였다.
--- p.80

내 차의 크기와 속도, 도로 상태를 알아야 안전거리를 정할 수 있듯이 나 자신이 편안해지는 안전거리는 나만이 알 수 있기도 했다. 나는 안전거리가 긴 편이 마음 편하다. 가끔 다른 차가 끼어들어 와서 화가 날 때가 있지만 내가 멀어지는 편을 또 택한다. 다른 사람이 그걸 뒤처진다거나 느리다고 말해도, 내게는 그만큼이 꼭 필요했다.
--- p.88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타인이 아니었다. 가령, 외계인이 침공해서 지금 이 도로를 습격한다면? 영화에 많이 나오는 상황 아닌가? 그러면 우리는 모두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된다. 좀비들이 기차를 점령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가까운 가족보다 지금 이 순간에 같이 있는 사람들이 나와 삶과 죽음을 함께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교통체증도 약간은 견딜 만해졌다. 우리가 같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거니까. 그리고 그건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 p.103

우리의 인생은 백시트 드라이버 없이 혼자 갈 수 없고, 그들은 때론 큰 도움을 주지만, 운전대는 하나밖에 없다.
--- p.113

우리가 놓쳐버린 기회, 앞으로 올 것만 같은 기회, 확증할 수 없는 의심, 확증하고 싶지 않은 의심, 실현할 수 없는 욕망, 기필코 저질러버린 욕망. 그리고 알지 못하는 곳으로 이끄는 열정. 어떻게든 이어져 가는 삶이 이 소설들 속에 있다.
--- p.141

나는 중간은 가는 사람이라는 우리의 예감은 언젠가 틀리고 만다. 평균은 평균 이하의 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만이 달성할 수 있는 가치이다.
--- p.151

인간은 언젠가 죽고, 나는 인간이고, 그러니 나도 죽는다는 삼단논법이 논리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거기에는 필연적인 허무함과 공포가 있다.
--- p.168

운전은 몸으로 하는 것이므로, 내 몸의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울해질수록 차는 지저분해지고, 버리지 않는 주차 영수증이 컵홀더에 쌓여갔다. 무력감이 더 심해지면, 제때 연료를 채워놓지 못했다. 별생각 없이 다니다가 경고등에 불이 들어오면 그때야 정신을 차리고 주유소를 찾아갔다. 그렇게 연료를 한 번 채우면 다시 그 연료가 소진될 때까지 돌아다니다가 또 한 번의 경고등에 정신을 차리곤 했다.
--- p.173~174

내가 계약서를 보내지 않았던 건 우체국에 가는 간단한 잡무가 버거워서만은 아니었다. 계약서를 보내면 새로운 일과 책임이 시작된다. 지금 당장의 일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 당연하다, 그렇게 일을 이어가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그것이 생존이다. 하지만 가끔은 연료를 다 태우고 길에 서버린 차처럼, 어딘가에 가야 하는데도 갈 수가 없는 때가 있다.
--- p.175~176

곤도 마리에의 가르침과 [토이 스토리]의 감상성 사이 어딘가에 우리의 애착이 존재한다.
--- p.184

누군가와 강하게 연결되었다가 끊어지고, 다시는 그렇게 이어질 수 없겠구나, 이 몰입의 시절도 끝나는구나 예감했던 순간에 찾아온 감미로운 슬픔을 기억한다. 머지않아 그를 두고 떠나리라는 걸 알았던 그 날 한밤의 도로에서 나는 나의 아이돌을 제일 사랑했다.
--- p.197~198

나는 이 아름다움을 누구와도 나눌 수 없이 고독했지만, 이 아름다움을 혼자서도 누릴 수 있을 만큼 자유로웠다.
--- p.227

결국 나는 우리 인생에서 겪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 인생은 오랫동안 정체, 혹은 침체된 듯 보였다. 세상에선 인생의 단계를 정해 놓고, 마치 아케이드게임 미션처럼 그걸 클리어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저 가라앉아 흐르는 듯 보이는 저류의 삶에도 반드시 어떤 국면의 변화가 찾아온다.

--- p.242

출판사 리뷰

일과 사랑, 성공과 실패, 문학과 음악
운전대를 스치고 지나가는 모든 것에 대하여


세상의 많은 것들이 인간 삶의 은유로 쓰일 수 있겠지만, ‘운전’만큼 딱 떨어지는 메타포도 드물 것이다. 운전은 기계나 자동차를 부려서 움직이게 하는 능동적 행위를 뜻한다. 삶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르거나, 내가 남들보다 느리고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누구나 스포츠카를 탄 레이서처럼 질주해버리고 싶은 욕망을 느낄 것이다. 꽉 막힌 교통체증 없이 뻥 뚫린 꽃길을 꿈꾸지 않는 이 없을 것이며, 갑자기 뺑소니 사고 같은 일을 당해 황망했던 경험도 다들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내 삶을 장악하고 있을 때 만족감을 느끼고, 통제 불가능의 상태에 불안과 좌절을 느낀다.

“여성이 일과 사랑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내다보면, 그 길에는 때 이른 저녁 안개가 깔려 있다. (…) 그리하여 내가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방식으로 선택한 것은 문자 그대로 직접적 은유로서의 운전이었다. (18~19쪽)

이 책은 저자가 인생 점검의 필요를 마주한 순간에서 시작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과 사랑,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길, 뿌연 앞날. 누구나 맞닥뜨리기 마련인 슬럼프를 경험한 저자는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운전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단지 물리적인 이동일지언정, 과감하게 혼자서 자유롭게 앞으로 나아가는 경험이 절실했던 것. 마음먹기도 쉽지 않았는데, 면허를 따내는 것부터 순탄하지 않다. 저자는 실패와 연습을 반복하며 자신이 옮기거나 읽은 소설 속 인물들의 시행착오를 떠올린다.

실패는 주저앉기 쉽지만 언제까지나 머물 수는 없는 집과 같다.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고 너무나 미워하지만, 일단 한번 찾아오면 언제까지나 거기 있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또 다른 실패는 더 크고, 더 아프고, 더 강렬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미 맛본 실패는 헤어날 수 없는 나쁜 친구처럼 어느새 편안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안온한 실패를 언젠가는 떠난다.(31쪽)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형편에 맞으면서도 안전하고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의 차를 구하느라 진땀을 뺄 때는 결혼과 파트너에 대해 성찰한다. 그렇게 어렵사리 손에 쥔 운전면허와 차를 몰고 달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날씨, 교통체증, 주차, 사고를 비롯해, 참견쟁이 동승자, 도로 위의 무법자 등 세상엔 내 길을 가로막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남의 충고를 따라서 개척해볼까 하는 순간 ‘스스로’는 없어진다. 도전은 신중해야 하지만, 또한 과감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지만, 노동은 본질적으로 즐거움의 영역이 아니다. 너무 소중한 사랑이라 떠나보내지만, 그러기에 그 사랑을 잊지 못한다. 인간의 삶에 있는 이중구속, 특히 여자들은 이런 이중구속의 지배를 쉽게 받는다. (…)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 제자리에서 갈팡질팡한다. (49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자기 길을 찾아내고야 만다. “옆에서 어떻게 하든” 자기 갈 길을 쭉 가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내 길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간 길이 나의 길로 발견됨을, 이리저리 옮기며 달려도 이으면 하나의 선이 됨을, 그리고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길이 되도록 평생에 걸쳐 노력해야 함을 어렵사리 깨닫는다.

경쟁심은 오로지 차 안에만, 순간의 마음속에 가둬야 한다. 그들은 자기 갈 곳으로 가고, 나는 내 갈 곳으로 간다. 경쟁에서 벗어나는 길은 승리가 아니라 망각에 있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끼어드는 무례한 자도 있지만, 먼저 기꺼이 보내줄 수 있을 때 도로는 비로소 나의 길이 된다. (127쪽)

달리는 운전, 멈추는 독서
행간을 달리며 사유하는 삶과 관계의 안전거리


차 안 운전자의 위치에서 본 세상과 길 위의 도보자의 위치에서 본 세상이 다르듯, 저자는 독서 행위 속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바꿔가며 작품 속 인물과의 적정 거리를 측정한다.

“입장(立場)은 말 그대로 서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나는 운전을 하면서 내가 어디에 앉아 있는지, 어디에 서 있는지에 따라서 우리의 입장은 너무나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했다. 심지어 운전하는 나와 걸어가는 나는 똑같은 상황도 다르게 감각했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지만, 사람은 늘 선 자리를 바꾸면 바뀐 자기 입장에서 생각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상대편 입장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도로에 차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61쪽)

문학소녀들의 바이블과 같은 『제인 에어』에서 ‘나쁜 아내’로 등장했던 버사가 운전대를 잡은 버전인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소개하며, 『스토너』의 잔잔한 감동이 내포하고 있는 잔혹성을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여자 주인공이 폭력을 겪는 서사들을 소개하는 것을 지양한다. 현실을 기술함으로써 여성 독자들이 폭력의 기억에 시달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늘 연약한 곳에서 풍경을 바라보지 않으면, 내가 다른 사람에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걸 기억하지 않으면 운전은 할 수가 없다. 나의 길을 똑바로 갈 수가 없다.(66쪽)

한두 다리만 건너면 연결되는 도시 서울처럼, 한두 사람만 건너면 이어지는 삶에서 관계의 충분한 안전거리 유지는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경험으로 알듯이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은 서로에게 위험하다. 자유롭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리감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유동적이고 포괄적인 자아로서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들을 선별하여 들려주는 저자의 글이 끝에 다다랐을 때쯤엔 깨닫게 된다. 적당한 거리를 판단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지혜가 필요함을. 자유는 그 대가 중 하나임을.

운전대를 잡고 진땀을 흘리던 날들, 그리고 초보 딱지를 떼고 이제는 제법 여유를 찾은 지금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문학 작품들 속 빛나는 지성, 내가 애착을 품고 그토록 사랑했던 것들.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는 운전에서 비롯된 좌절과 기쁨이 없었다면 절대 이렇게 꿰어지지 않았을 자아성찰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고 행동함으로써 성숙해 나가는 한 한 여성의 다채로운 상념을 모은 이 책에서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질문과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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