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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방
SO-far ZOO 양지暘地의 시詩 신의 말 카자리와 요코 Closet 혈액을 찾아라 차가운 숲의 하얀 집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 옛날 저녁놀 지던 공원에서 역자 후기 |
Ichi Otsu,おついち,乙一,야마시로 아사코(山白朝子), 나카타 에이이치(中田永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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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에서 눈을 떴을 때, 내가 어디 있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무서웠다. 처음에 보인 것은 희미하게 켜진 전구였다. 그 전구가 노랗고 약한 불빛으로 암흑을 밝히고 있었다. 주위는 온통 콘크리트로 된 회색 벽이었다. 창문도 없는 작은 사각형 방에 기절해 쓰러져 있었나 보다.
--- p.9 나는 그녀에게 내가 누구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그녀의 어두웠던 눈동자 속에 불이 들어온 것같이 느껴졌다. “그럼 이 도랑 상류에 아직 산 사람이 있는 거구나?” 산 사람?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너도 보았을 거 아니니? 못 봤을 리가 없어! 매일 오후 6시가 되면 이 도랑에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 pp.22-23 그때 깨달았다. 아빠에게는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엄마에게는 아빠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나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는 아무도 없다고, 아빠와 엄마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아빠와 엄마 어느 한쪽이 죽은 거라고 이해했다. 그리고 아빠는 엄마가 죽어 나와 단둘이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반대로 엄마는 아빠가 죽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서로가 보이지 않고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각자에게 보이는 것은 나뿐이었다. --- p.73 사진은 봉투에 담겨 있지 않고 그대로 우편함에 들어 있다. 사진에는 인간의 시체가 찍혀 있다. 일찍이 내 연인이었던 여자다. 어딘가 땅에 파인 구덩이에 누워 있다. 시체인 그녀의 가슴 위 상반신을 촬영한 사진인데 사진 속의 그녀는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다. 썩은 그녀의 얼굴에 생전의 인상은 남아 있지 않았다. --- p.97 엄마가 날 죽인다면 어떤 방법을 쓸까? 예를 들면 늘 그러는 것처럼 단단한 뭔가로 머리를 때릴지도 모른다. 가끔씩 그러는 것처럼 목을 조를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살로 위장해 맨션 베란다에서 떨어뜨릴지도 모르겠다. 그게 맞을 것 같다. 자살로 위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반 아이들이나 선생님은 누가 나에 대해 물으면 분명 이렇게 대답하겠지. “엔도 요코는 항상 어떤 고민을 안고 있었습니다. 분명 그 때문에 자살한 거겠죠.” 그러고는 나의 자살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 p.1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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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를 이 방에 가둔 걸까?”
매일 저녁 6시, 방을 가르는 도랑에는 붉은빛의 물이 흐른다. 어린 남매가 눈을 떴을 때, 그곳엔 둘뿐이었다. 회색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인, 창문 하나 없는 방은 천장에 달린 알전구만이 겨우 암흑을 밝히고 있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대체 누가 가둔 것인지 알 수 없는 방. 두 사람은 방 안을 가르며 흐르는 도랑을 타고 다른 방을 넘나들며 이 방이 일곱 개라는 것과, 매일 저녁 6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 [큐브]를 연상시키는 표제작 「일곱 번째 방」은 단순해 보이는 플롯으로 공포의 단계를 점층적으로 높여나가는 작품이다.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힘의 지배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무기력함과 수수께끼를 해결하고 싶은 강렬한 인간의 욕망이 ‘방에 갇힌 남매’라는 설정으로 그려져 있다. 대체 누가 이들을 가둔 것인지, 이 방에는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인지, 과연 이 남매는 이 방을 탈출할 수 있는 것인지를 따라가다 보면 소름끼치면서도 놀랍고, 공포스러우면서도 짠한 결말을 만나게 된다. 시각적인 강렬함과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전개, 여운을 남기는 결말까지 오츠이치의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본격 추리 미스터리에서 SF, 호러, 블랙코미디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오츠이치월드의 탄생! 작가 활동은 물론, 영화 및 연극 각본, 만화 및 그림책 등 전방위적 창작 활동을 하는 오츠이치는 ‘월경(越境)의 작가’로 불린다. 『일곱 번째 방』은 바로 경계를 넘나드는 오츠이치월드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단편집이다. 서서히 부패해가는 연인의 시체를 바라보며 범인 찾기에 매진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ZOO」는 공포와 상실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일본에서 이 책이 출간됐을 때 표제작으로 올렸을 만큼 오츠이치 작품의 매력을 잘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다. 「신의 말」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주인공이 절대적인 말의 힘을 갖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환상적인 배경에 기괴한 장면들이 펼쳐지며 복잡한 인물의 심리묘사까지 탁월하게 그려낸 SF 작품이다. 집 안에서 살해된 시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가족들의 심리묘사를 그린 「Closet」은 본격적인 추리소설에 가까우며, 다섯 번의 재수에도 도쿄대에 가지 못해 비행기 안에서 자살을 기도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는 죽음 앞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을 블랙코미디로 그려냈다. 규칙이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섬뜩할 정도의 상상력과 탁월한 묘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일곱 번째 방』. 공포와 슬픔, 죽음과 사랑이라는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주제를, 인간 내면에 대한 탁월한 묘사와 역설적 유머,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필체로 그려내 오츠이치월드를 탄생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