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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
다큐PD 왕초의 22,000 킬로미터 중국 민가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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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길을 나서면서

1장 사합원: 착한 신민들의 참한 살림집
01 베이징 사합원 _ 가장 중국다운 그들의 집
02 베이징 촨디샤촌 산지 사합원
_산기슭에 펼쳐진 한씨 집성촌
03 베이징 대원, 대잡원, 평방
_권력이 담긴 높은 담장에서 백성들의 소박한 집까지
04 베이징·상하이 현대 아파트
_샤오캉의 꿈이 담긴 예쁜 보금자리

2장 물산이 풍요로운 강남의 건축문화
01 상하이 이롱주택
_초라한 망명객도 품어준 국제도시의 골목길
02 쑤저우·항저우 강남수향
_물길로 이어지는 풍요로운 백성의 노래
03 쑤저우 원림 _인공으로 자연을 만드는 귀족의 저택
04 안후이성·저장성 휘파건축
_남자들의 금고金庫, 여자들의 금고禁錮
05 저장성 둥양시 노택
_자금성에 견주려는가, 강남의 구진 저택

3장 토루와 조루: 황제는 멀고 산은 높다
01 푸젠성 객가 토루
_전란을 피해 숨어든 유민들의 보금자리
02 광둥성 객가 위룡옥
_험한 세상 견디려 풍수에 기대어 지었는가
03 푸젠성 객가 안정보
_한 마을을 품어들인 향신의 귀한 생각
04 광둥성 화교 조루 _돈을 벌면 고향에 집을 짓겠소

4장 고난 속에 피어난 꽃 소수민족
01 광시좡족자치구 간란주택
_노동이 만들어낸 대지와 건축의 예술
02 구이저우성 둥족 고루와 풍우교
_아픈 다리를 쉬어 가는 넉넉한 마음의 다리
03 후난성·구이저우성 먀오족 조각루
_고구려 유민의 후예들이 고단한 몸을 쉬던 집
04 구이저우성 안순 둔보
_토착민을 밀어내고는 요새에 갇혀 산 백성들
05 구이양 석판방 _돌집, 돌의 마을, 돌의 나라

5장 멀고 먼 곳의 소박한 사람들
01 윈난성 사시 객잔의 꿈
_적게 벌고 적게 쓰며 느리게 살아가는 그녀
02 윈난성 보이차의 길
_차향을 전하는 길에 거짓말을 담지 마시라
03 윈난성 바이족·나시족 삼방일조벽
_화려한 겹처마 아래 아름다운 사람들
04 윈난성 모쒀족 목릉방
_지금도 모계사회를 이루고 사는 신비로운 여인국
05 동티베트 조방과 조루
_티베트 고원의 네 가지 아름다운 별들

6장 거대한 역사가 몰아쳤던 북방
01 사막 폐허의 고성
_정지된 성벽에 울리는 아름다운 〈뮬란〉의 노래
02 섬서성 황토고원 요동
_동굴집에 담겨 있는 권력의 역사, 백성의 역사
03 네이멍구자치구 게르
_초원에 바람을 일으켜 세계사를 폭발시킨 사람들
04 북만주 어원커족·어룬춘족 사인주
_고구려와 발해의 땅에서 수렵으로 살아온 사람들
05 만주 조선족 초가집
_우리 동포는 왜 그곳까지 가서 살게 됐는가

돌아오면서
참고문헌

저자 소개 1

십수 년 동안 중국 여행객으로 살아오면서 다큐멘터리 제작자 작가를 겸하고 있다. 인문학적 주제를 정하여 현장을 구석구석 여행하고 글과 사진으로 여행을 기록한다. 음식과 건축에서부터 한국과 중국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탐구한다. 해당 분야의 여러 전문가와 폭넓게 교류하면서 전문성 높은 여행 기록을 남긴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에 머무르면서 한국전쟁과 이순신, 불교 문화와 바다의 역사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의 현장을 답사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방송위원회, 엠넷, 팍스넷, 크림엔터테인먼트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했다.
십수 년 동안 중국 여행객으로 살아오면서 다큐멘터리 제작자 작가를 겸하고 있다. 인문학적 주제를 정하여 현장을 구석구석 여행하고 글과 사진으로 여행을 기록한다. 음식과 건축에서부터 한국과 중국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탐구한다. 해당 분야의 여러 전문가와 폭넓게 교류하면서 전문성 높은 여행 기록을 남긴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에 머무르면서 한국전쟁과 이순신, 불교 문화와 바다의 역사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의 현장을 답사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방송위원회, 엠넷, 팍스넷, 크림엔터테인먼트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했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에서 만나는 한국 독립운동사』, 『대당제국의 탄생』, 『중국 학교』, 『길 위에서 읽는 중국현대사 대장정』, 『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 『중국 식객』, 『개혁 군주 조조, 난세의 능신 제갈량』 등이 있다.

윤태옥의 다른 상품

감수 : 한동수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이다.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국립대만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중국 청화대학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건축역사를 가르치면서 ‘동아시아 건축역사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공저로 《동양미술사》가 있으며, 역서로는 《중국고대건축사》, 《중국건축설계원리》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598g | 153*224*30mm
ISBN13
9788964710845

책 속으로

엘리트 계층을 위한 주택이 부족해서 대원이란 독특한 대형 주거지가 생겼는데, 백성들의 살림집은 이 시기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백성들의 집도 새로 짓기는 했지만, 인구증가를 따르지 못하고 기존의 집들을 조각조각 나눠 쓰는 게 보통이었다. 사합원에서 방 한 개나 두 개를 한 가구에 배당해서 여러 가구가 같이 살게 하거나 사합원 안의 여유공간에 빼곡하게 쪽방을 지어넣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잡원雜院 또는 대잡원大雜院이라고 한다. 이 대잡원은 전통적인 사합원의 품격 따위와는 관계가 없었다. 오직 넘쳐나는 인구를 수용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었다. 대잡원의 생활환경은 열악하다. 집 하나에 여러 가구가, 방 하나에 여러 식구가 함께 살아야 했다. 수용한계를 넘어선 인구 탓에 공중 화장실과 쓰레기장에는 오물과 쓰레기가 넘쳤다. 벽돌로 지은 쪽방은 여름에 더위를 참기 어려웠다. 훗날 도심을 재개발하려고 해도 좁은 집에 많은 가구가 들어서 사는 바람에 재개발도 쉽지 않았다. ---pp. 41~42

상하이에서 쑤저우 방향으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도로 주변에서 수많은 물을 보게 된다. 강이나 저수지는 물론 석탄을 그득 실은 납작한 배들이 줄지어 다니는 운하, 쪽배가 유려하게 빠져나가는 가느다란 수로, 그리고 크고 작은 양어장까지. 수면이 육지보다 더 넓고 수로가 육로보다 더 촘촘해 마을이 물 위에 떠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창강 하류의 이런 마을을 강남수향江南水鄕이라고 한다.
수향은 살림집 하나하나가 물에 기대고 있고, 조금 큰 집은 담장 안쪽까지 물길이 이어지기도 한다. 길은 한쪽은 물길이고 한쪽은 뭍길이다. 물길은 저 수지나 운하, 강으로 통하면서 마을에서 마을로 이어진다. ---p. 74

객가인들은 생존과 생산, 이주와 전쟁 모두 혈족이 단결하여 헤쳐왔기 때문에 대가족 또는 군사문화적 요소가 강했다. 물론 객가인들이 연고도 없는 산지로 들어가 농토를 개간하고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현지인에게는 침략이었고, 느닷없이 굴러 들어온 재앙이었다. 이들 사이에 끊임없는 다툼이 이어졌고, 생존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은 도적 떼가 되어 기습과 약탈로 연명하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살림집, 한 마을이 모두 한 집에 모여 사는 집이 바로 토루다. ---p. 119

펑황고성의 조각루가 강가에 늘어선 것과는 달리 시장먀오자이는 양쪽 산비탈에 조각루가 빼곡하다. 마을 전체가 한 폭의 그림이다. 새벽에 햇살이 비치면 촘촘한 비늘이 반짝이는 듯하고, 밤이 되면 집집이 켜둔 전등이 향촌의 멋진 야경을 연출한다. 도시의 고층 빌딩이나 공원의 경관 조명으로는 연출할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다.
조각루 한 채 한 채를 들여다봐도 먀오족의 소박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2층에 만들어진 미인고美人?라는 먀오족 특색의 건축양식이 눈길을 끈다. 미인고는 밖으로 낸 2층 거실의 창문 하단에 달린 것으로 일종의 붙박이 의자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유사한 것을 계자난간이라고 한다. 기대앉아 바람을 쐬거나 햇살을 받으면서 수를 놓고 담소를 나누는 곳이다. 멀리 내다보면 산 아래 계곡이나 건너편 마을이 보이고, 아래로는 지나가는 이웃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시장먀오자이의 야경은 바로 미인고에 하나씩 켜둔 전등이 연출하는 것이다. ---pp. 174~175

대문에 들어서면 마당 맞은편의 정방, 정방 왼쪽의 경방經房, 오른쪽의 화루花樓, 대문이 있는 문루까지 네 동이 마당을 둘러싸는 구조다. 정방은 주택의 중심인데 할머니의 방과 주방, 식량창고 그리고 생사간生死間이라는 특이한 용도의 방들이 서로 붙어 있다. 정방 전체를 할머니 방이라고도 한다.
모계사회인 만큼 집안의 가장은 여자다.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고 제사를 지내는 등의 일은 할머니가 가장으로서 하는 일들이다. 모계사회를 한마디로 한다면 남녀 모두 평생 어머니 집에서 산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어머니의 집에서 살고, 나이가 들면 할머니의 남자형제로서 할머니를 보좌한다. 우리 관념으로는 그 속내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p. 234

만주 초가집의 또 하나의 특징은 정주간鼎主間이다. 정주간은 부뚜막과 방바닥의 높이가 같게 이어지는데, 그 사이에 벽체가 없이 하나의 공간으로 개방된 부엌 겸 거실이다. 우리나라 중부나 남부에서는 보기 어려운 함경도 지방의 특징이다. 취사를 하면 열기가 구들을 통해 방으로 직접 전달되는 동시에 부뚜막에서 데워진 공기도 함께 퍼지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극대화된 것이다.
이 정주간은 일상생활의 중심이다. 온돌 쪽으로는 방들이 이어지고, 반대편으로는 저장고와 우사가 연결된다. 취사는 물론 오락과 휴식의 공간이고, 작업공간인 동시에 손님을 맞이하여 담소를 나누는 교류의 공간이다.

---p. 309

출판사 리뷰

백성들의 살림집에는
자연, 역사, 문화와 어우러진 중국인의 삶이 담겨 있다

10개월, 2만 2,000km 중국 민가 대장정

우리에게 ‘집’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집’이라는 말에 보호와 휴식, 따뜻함과 애정의 의미를 덧붙인다. 한마디로 집은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농축된 문화의 결정체이다. 그래서 집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의 원형이 담겨 있다. 집을 보면 그곳의 사람들이 자연, 역사, 문화적 환경과 함께 호흡하며 일구어온 삶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도도한 시간의 흐름을 지나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서 있는 집을 보며 여행의 흥취를 느끼기도 한다. 여행의 70%는 건물 구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러한 집을 통해 광활하고 장대한 중국과 중국의 역사, 중국인을 이해하려는 흥미로운 시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다큐멘터리 PD 윤태옥이 쓴 책 《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가 그것이다. 저자는 사람이 먹고사는 현장을 매개로 역사와 문화를 추적하는 데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2012년 먹거리를 통해 중국을 읽는 《중국 식객》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사는(住)’ 것 즉 집을 통해 중국과 중국인을 보려는 야심 찬 도전을 했다. 10개월여의 기간 동안 상하이 번화가에서 네이멍구의 초원까지 2만 2,000km에 달하는 엄청난 거리를 여행하며 중국인의 집에 대해 취재했다. 직접 사진을 찍고 집의 구조를 스케치했다. 이 과정에서 그곳의 역사를 공부하고 그곳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며 집에 얽힌 삶의 스토리를 모았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가 탄생할 수 있었다.
다소 이색적인 이 책의 제목은 중국의 고사에서 비롯되었다. 3세기 중반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유령(劉伶)의 이야기이다. 그는 지독한 술꾼이었는데 술버릇도 좋지 못했다. 취하면 옷을 벗어젖히는 일이 잦았다. 그런 어느 날 누군가가 그의 집을 찾아와 알몸 추태를 비난했다. 그러자 유령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나는 천지가 옷이고 집이 속옷인데, 당신이 어쩌자고 허락도 없이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 집이 속옷이라는 그의 발상은 청담(淸談)과 은일(隱逸), 기행(奇行)을 담은 재치가 돋보인다. 그래서 집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려는 이 책의 의도와 잘 어울린다.

중원의 사합원부터 초원의 게르까지

이 책은 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베이징의 집을 다룬다. 가장 중국다운 주택이라는 사합원을 소개하고 권력층의 주거지 대원, 전통적 공동주택 대잡원, 서민 단층집인 평방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베이징의 현대식 아파트도 빠뜨리지 않았다.
2장에서는 중국 강남 지역의 집을 다룬다. 큰 강을 끼고 있는 이 지역은 토양이 비옥해서 농작물이 풍성할 뿐 아니라 물길을 따라 상거래가 발전했다. 가장 풍요로운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의 주택은 크고 화려하며 여유가 있다. 강남의 구진 고택은 궁궐에 비해서도 그 웅잠함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쑤저우의 원림 같은 귀족 저택뿐만 아니라 강가에 지어진 서민 주택지구인 수향에서도 풍요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후이저우의 전통건축인 휘파건축에는 유학을 생기고 발전한 역사가 담겨있다.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던 상하이의 전통 주택을 이롱주택이라 부른다. 곧은 골목에 집들이 옆으로 이어진 연립주택과 비슷한 형태이다. 이 골목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탄생했다.
3장은 중국 남부의 토루와 조루에 대해 다룬다. 이곳은 황제가 있는 도읍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험준한 산세가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역사적 격동기에 전란을 피해온 사람들이 이곳에 살았다. 한족 유민인 객가가 대표적이다. 토루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의 집도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그들은 엄청난 수의 방을 갖춘 대형 원형 주택에 한 마을 전체가 모여 살았다. 이런 토루는 외벽이 두텁고 대문이 튼튼해서 문을 닫아걸면 성채와 마찬가지이다. 외부의 침입에 맞서야 하는 생존 문제가 집의 형태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그리고 객가인들은 중원의 문화를 현지화해서 집을 짓기도 했는데 위룡옥은 중원의 풍수지리 사상을 반영해 지은 객가인의 살림집이다. 대표적인 위룡옥으로 푸젠성의 안정보를 들 수 있다. 중국 남부에는 5~6층 높이의 망루 형태의 건축물이 있다. 전통 건축물인지 서양 건축물인지 정체가 모호한 이런 주택을 ‘조루’라 부르는데 외국에서 성공한 화교들이 고향에 돌아와 서양 건물을 본떠 지은 집이다. 이처럼 조루는 화교라는 중국의 역사문화의 단면이 반영된 것이다.
4장은 중국 소수민족의 집을 다룬다. 그들은 광시, 구이저우, 윈난 등의 중국 내륙지방에 살았다. 중국의 소수민족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좡족은 간란식 주택을 지었다. 좡족의 언어로 간은 상층이란 뜻이고, 란은 집이란 뜻이다. 땅에 기둥을 박고 그 위에 목조 가구를 얹은 것으로서 지면과 집 사이에 빈 공간을 두는 것이 핵심이다. 구이저우성에서는 둥족의 독특한 건축물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목조주택을 짓고 살았는데 산비탈이나 강가의 경사면에 조각루를 건축했다. 둥족의 건물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풍우교라는 교각이다. 이 다리는 상판 위의 통행공간이 복도처럼 만들어져 있다. 상판 좌우 난간은 긴 의자처럼 만들어져 있어 누구나 앉아 쉴 수 있다. 그 위로는 화려한 기와지붕이 길게 이어져 있다. 마치 정자 여러 채가 연결되어 있는 형상이다. 그리도 둥족은 기와지붕이 겹겹이 쌓아올린 고루를 지었다. 주로 11층 20m 높이인 고루는 씨족을 상징한다. 한 마을에 고루가 세 개라면 세 씨족이 모여 산다고 보면 된다. 먀오족은 집을 지면에서 띄어 올린 간린식 주택인 조각루를 짓고 살았다. 집의 한쪽은 산이나 계곡 또는 강가의 경사면에 앉히고, 다른 한쪽은 경사면 아래에서 세워 올린 기둥으로 받치는 구조다. 최근 연구에서 먀오족은 고구려 유민의 후예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황제를 피해온 한족 유민은 구이저우성에서 토착민을 몰아내고 그들의 주거지를 건설했는데, 마을 전체를 요새처럼 만들었다. 참화를 피하기 위해 목재 대신 돌을 이용해 튼튼한 집을 지었다. 퇴적암이 많은 구이저우에는 석조 주택이 발전했는데 어떤 마을은 집과 길 등 모든 것이 돌로만 지어진 곳도 있다.
5장은 중국 남서부의 윈난성과 동티베트 등 국경 인근의 멀리 떨어진 곳의 주택에 대해 다루었다. 저자는 그들의 집에 그 지역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 담겨 있다고 보았다. 번잡하고 치열한 경쟁의 현장을 벗어난 호젓한 시골 마을의 작은 객잔은 여행객들에 영혼의 평화를 선사한다. 바이족 자치주인 윈난성 다리에는 중원의 건축이 들어와 토착화한 독특한 집들을 볼 수 있다. 이를 삼일방조벽이라고 부르는데 기본적인 형태는 가운데 마당을 방과 담이 방형으로 둘러싸는 합원식이다. 좌우는 대칭이고, 외부로는 폐쇄적이고 안으로는 개방된 형태다. 윈난과 쓰촨 경계의 루구호 인근에 사는 모쒀족은 산림이 울창한 지역에서 통나무로 목릉방이라는 전통주택을 짓고 산다. 그런데 이들의 살림집에는 모계사회의 독특한 습속과 특이한 문화가 그대로 새겨져 있다. 달라이 라마를 통해 널리 알려진 티베트의 전통 살림집은 조방이라고 불린다. 큰 돌로 투박하면서도 단단하게 3~4층을 쌓아올리고 지붕 네 귀퉁이에 하얀 탑을 세우고 거기에 깃발을 꽂아놓은 석조주택이다.
6장에서는 중국 북방 지역의 집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투루판의 자허고성은 도시 전체가 미라와 같은 폐허의 지역이다. 이 성에는 실크로드 흥미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중국 섬서성 황토고원에 살던 사람들은 목재가 부족한 자연환경에서 요동이라는 독특한 동굴식 주택을 건축했다. 네이멍구자치구 초원에 사는 사람들은 게르라는 원통형의 이동식 주택을 지었다. 언제든 떠나야하는 유목민의 삶이 게르에 담겨있다. 순록을 키우고 사냥을 하는 중국 동북 지역 소수민족 어원커족과 어룬족 역시 사인주라는 전형적 이동형 주택에서 살았다. 마지막으로 만주 지역의 조선족은 우리 주거문화를 고스란히 계승한 초가집을 지었다. 방 전체를 온돌로 데우는 방식 등이 우리 전통 주택과 그대로 닮았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연적·문화적·역사적 환경에 적합하게 집을 지었고 그 속에서 소박한 행복아 좇아 열심히 살았다. 바람 방향으로는 외벽을 둘러치고, 습기가 많으면 집을 띄어 짓고, 비가 많으면 지붕의 경사면을 치켜세웠다. 황토층이 두터운 곳에서는 동굴집을 만들었다. 이동생활을 하더라도 넓은 초원에서는 낮고 넓은 게르를 지었고 삼림 속에 서는 좁고 높은 사인주를 만들었다. 유민이 된 중원의 한족은 남쪽으로 가 토루를 지었고 조선인들은 북쪽으로 가 만주의 초가집을 지었다.
저자는 베이징에서 상하이와 강남까지는 황제에 순응하는 착한 신민들의 삶을 느꼈다고 한다. 푸젠에서 광둥까지는 황제가 멀고 산이 높아 자력으로 생존하고 방어해야 했던 객가와 화교들의 역사를 보았다. 광시에서 구이저우, 윈난까지는 깊은 산중에서 소박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살림집들이다. 신장에서 섬서, 산시를 거쳐 네이멍구와 만주에 이르는 북방은 뜨거운 역사의 세례를 받고 더 뜨거운 에너지를 발산했던 사람들의 무대였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집을 통해 중국의 대자연, 역사, 독특한 문화를 볼 수 있는 이 책은 중국이나 건축에 관심을 둔 사람뿐 아니라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모든 이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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