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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열여덟, 세뱃돈, 핫트랙스
1장 / 일기 쓰는 인간 일기 쓰는 밤 일기 수거하는 밤 적고 싶은 이름이 생긴다는 건 그곳은 얼마간 나의 집이었다 일기장의 새로운 규칙 2장 /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쓰여 있지 어른의 계산법 모든 여름의 일기 좋아하는 일의 심보 이 악물고 감사일기 취향의 있고 없음에 대하여 침묵을 세어 봅니다 3장 / 당신의 이름이 있는 페이지 주인공이 되고 싶어 오래된 식탁에서의 대화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조용한 애정 사라지고 싶어 나의 작은 이웃, 량량 Take Care of This Love 4장 / 그럴 거면 일기를 쓰지 거짓 없는 마음으로 좋아하게 됐습니다 일기가 아닌 소설을 쓰세요 나의 공유 일기장 나의 일기 선생, 버지니아 울프 선이, 은희, 미소의 일기장 바야흐로 일기 시대를 꿈꾸며 5장 / 우리가 서로의 일기를 읽을 수 있다면 첫 번째 십년일기장을 덮으며 슬픔을 말하는 연습 헬무트 할아버지의 일기장 엄마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가 서로의 일기를 읽을 수 있다면 남은 이야기) 2019년 10월 16일, 혜은 ― 이미화 에필로그) 서른하나, 후일담,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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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부터 써 온 첫 십년일기장에는 나뿐만 아니라 그 시절 친구들의 몇몇 날들도 살뜰히 기록되어 있는지라, 종종 과거의 기억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 누군가는 꼭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야 됐고, 그냥 혜은이 일기장 보면 돼.” --- p.10 나의 열여덟은 K로, 스물은 C로 요약할 수 있다. 나머지 20대 절반은 온통 J로 가득하다. 타인의 이름으로 나의 한 시절이 설명된다는 건 꽤나 섬뜩한 일이다. 모든 마음이 다하고 난 뒤 마주하는 그 이름들은 아무리 불어도 날아가지 않는 재 같다. --- p.29~30 가장 시답지 않은 것들이 가장 절박한 순간의 나를 구해 준 것만은 확실하다.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을 때에도 내 목소리만은 들을 수밖에 없게, 하루가 뭐 이따위인지 울컥 화가 치밀 때에도 그것을 기록할 수밖에 없게 말이다. 삶 바깥으로 밀려나는 것도 나지만 그런 나를 붙잡아 삶 속으로 떠미는 것도 나였다. 취향이 그걸 가능케 했다. 노래했던 나, 일기 쓰는 내가. 세상은 비싸고, 좋아했던 것들은 모두 사라지지만* 노래와 일기는 언제까지나 걱정이 없다. --- p.82~83 “어떤 날은 네가 회사 일로 힘들다고 말하면 ‘아, 오늘 밤 지구가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했어. 우리 딸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아프기까지 하는 게 나는 너무 싫으니까. 그런데 네가 건강하게 잘 지내더라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죽고, 그리워하고, 괴로워할 텐데 이런 게 사는 거라면 모두 한번에 무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좋은 상상은 아니지. 그냥, 엄마도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때가 있어.” --- p.130~131 정말, 매일 자신을 들여다보며 일기를 쓰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 어디선가 일기를 쓰고 있을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얼마만큼의 사랑과 얼마만큼의 미움으로 매일 밤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느냐고. --- p.195 2016년, 스물일곱, 12월 31일 지난 10년 동안 내가 가장 잘한 일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 않고 너를 품에 안고 돌아온 2007년의 나를 떠올릴 거야. 그동안 내가 쏟아 낸 미운 마음들은 아주 묻어 두고, 이제 10년 동안 미뤄 둔 깊은 잠을 자러 가자. --- p.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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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쓴다 오늘의 나를 안아 준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오직 나를 위해 쓰는 일의 기쁨과 슬픔 열여덟부터 서른하나, 일기 쓰는 사람 윤혜은 “나에게 일기는 함부로 하루를 포기하지 않는 습관이 되어 주었다.” 지난 13년간 매일같이 일기를 썼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짧게는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 메시지…… 매일 업데이트해 줘야 할, 사회적 관계를 위한 글쓰기 장이 많은데 일기까지 썼다고 하면.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의 윤혜은 작가는 열여덟 살에 십년일기장을 만나 매일 밤 일기장을 펼쳤다. 그로부터 10년 뒤, 2016년 스물일곱 살의 12월 31일엔 십년일기장의 마지막 칸을 채웠다. 일기장의 책등은 박스테이프로 덕지덕지 덧대어져 있었고, 어떤 페이지들은 일기장을 펼치자마자 비어져 나왔다. 2017년 1월 1일부터 작가는 두 번째 십년일기장을 채워 나갔다. 이 일기장의 마지막 칸은 2026년 12월 31일이다. 모든 칸을 다 쓰고 나면 윤혜은 작가는 서른일곱이 돼 있을 터였다. 매일 밤 일기장 앞에 앉아 쓰는 행위, 독자는 오직 나 자신 쓰여진 모든 글은 일기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제목과 부제에 “일기”라고 돼 있는 책들도 많고, SNS에 우리가 쓰는 글들도 매일의 일기와 다름없다. 그렇지만 일기를 일기장에 적는 행위에는 또다른 특별함이 있다. -오직 나만이 독자라는 점에서, -주로 나에 관해 쓴다는 점에서, -세상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SNS에다가는 하고 싶은 말을 쓰기에 앞서 직접적으로든 은유적으로든 어울리는 사진을 찾거나 찍어야 하기 때문에 (게다가 보정까지 하다 보면!) 정작 처음의 생각과는 다른 글을 쓰게 된다. 왜곡하는 지점도 생긴다. 반면 일기장은 나를 드러내기에 얼마든지 즉흥적이어도 되는 유일한 플랫폼이다. (17쪽)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은 13년간의 혜은의 일기장 일부를 담고 있는, 그야말로 일기이자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모든 일기에는 쓰여진 날짜와 더불어 그때 혜은의 나이가 명시돼 있다. 열여덟부터 서른하나, 독자들이 어느 시절의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덧붙인 소소한 표식이다. 2019년, 서른, 8월 8일, 레코드 일기 모든 것이 내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 때로는 그게 제일 문제가 된다. 우습지만 나는 내가 내 인생을 책임질 자격이 되나 자주 의심한다. 나보다 믿을 만한 누구한테 맡겨 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물론 참견은 할 거다.) 다 쓸데없는 생각이다. 사랑을 해도, 하지 않아도, 직업이 있어도, 없어도 나한테는 오직 나밖에 없다. (절규…….) (173쪽) 우리가 서로의 일기를 읽을 수 있다면 혜은 작가에게 일기 쓰는 밤은 나에게 나를 고백하고, 오늘의 마음을 안아 주는 시간이었다. 일기를 쓰는 동안 괜찮지 않은 하루가 괜찮은 하루가 되고, 미움만 가득했던 마음은 미워할 만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혜은 작가에게 일기는 함부로 하루를 포기하지 않는 습관이 되어 주었다. 누군가의 일기가 다른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을까? 우리가 서로의 일기를 읽을 수 있다면 서로를 쉽게 오해하거나 오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 이제 혜은의 일기장을 엿볼 시간이다! 오랜만에 살아 있는, 생생한 글을 만난 기분이다. -유희경 시인 내가 유일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이 하루라는 걸 깨닫는다. 시시하고 사소할지라도 애써 살아 낸 나의 하루를 기억하고 싶다. -고수리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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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사로잡은 것은 뒷모습. 본 적 없는 사람의 것이다. 그는 “하루의 끄트머리에서 세계를 등지고 앉아” 쓴다. 매일을, 매일의 일들을. 그 쓰기는 독자와 무관하다. 완전한 혼자가 된 그의 손끝에서 지나가 버린 일들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오늘과 안전하게 작별하기 위해. 내일을 다시 살아가기 위해. 오랜만에 살아 있는, 생생한 글을 만난 기분이다. 혜은. 나는 그가, 그의 뒷모습이 진심으로 부럽다. 그래서 내일은 일기장을 사려 한다. 아마 당신도 그렇게 될 것이다. - 유희경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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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든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공평한 시간. 내가 유일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이 하루라는 걸 깨닫는다. 시시하고 사소할지라도 애써 살아 낸 나의 하루를 기억하고 싶다. 혜은은 그런 하루들을 13년 동안 무모하리만큼 성실하게 기록한 사람이다. 하루에 깃든 사랑 미움 기쁨 슬픔 같은 것들을 커다란 일기장에 모조리 적어 두었다가 다시 열어 보며 후회하거나 대견해한다. 그래서 혜은의 어제들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다른 모든 하루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하루’, 그걸 붙잡아 쓰는 사람. 그리하여 매일 조금씩 다른 하루를 사는 사람. 혜은, 그렇게 작가가 된다. - 고수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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