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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한국학 대중 총서

책소개

목차

발간사

고전문학, 근대를 만나다 _ 고 훈

근대 매체에 실린 옛이야기, 고사(故事) _ 반재유

근대 신문의 문예면과 독자참여제도 _ 손동호

「난파(難破)」, 심연(深淵)의 현해탄에 몸을 던진 시인(詩人)과 극작가 김우진 _ 양세라

임선규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_ 양세라

몸을 보는 근대의 시선, 의약품 광고 _ 최규진

눈으로 보는 맛, 이미지로 읽는 음식 _ 최규진

경성부민의 여름 나기, 한강 변 수영장 _ 김윤정

신채호의 「독사신론(讀史新論)」_ 류시현

장지연의 『조선유교연원』_ 김우형

유영모의 주체적 생명철학의 의의 _ 심상우

최남선의 『조선역사강화(朝鮮歷史講話)』_ 윤영실

조선학과 조선사 연구의 방향 전환, 백남운의 『조선사회경제사』_ 조형열

박치우의 『사상과 현실』_ 박민철

위기의 시대의 철학자, 박치우의 사상과 그 현대적 의미 _ 홍준기

‘서한집’으로 읽는 식민지 조선의 침략자들 _ 이형식

3·1운동 당시 조선 주둔 일본군 사령관의 일기_ 서민교

이해(利害)의 세상에서 도덕(道德)의 길 찾기 _ 진보성

『GHQ 문서』에 담긴 해방 전후 한반도와 패전 일본 _ 송병권

〈자유만세〉와 한국영화 _ 한상언

월북 영화인과 북한 최초 극영화 〈내고향〉_ 한상언

저자 소개 1

연세대학교 근대한국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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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한국학연구소는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특성화 계획에 따라 설립한 인문ㆍ사회 분야의 학제 간 연구소이다. 본 연구소에서는 한국사회와 학문 분야 전반에 걸친 근대성을 탐구하고, 근대성이 드러나는 특정한 시기들에 대한 집중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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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502g | 153*224*15mm
ISBN13
9788984119642

책 속으로

신소설은 새로운 장르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이었으며, 당대를 비추는 거울로 자리했다. 신소설은 새로운 시대를 반영하는 새로운 문학이었고, 새로운 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근대를 상징하는 문학 장르였다.
--- 「고전문학, 근대를 만나다」 중에서

「대동고사」는 1906년 12월 10일 자를 끝으로 연재를 중단하지만, 몇 해 뒤 다시 「명소고적」이란 이름으로 연재를 이어 갔다. 신문사의 경영난 속에서도 이처럼 꾸준히 ‘옛이야기’의 연재를 이어 갔다는 것은 당대 독자층의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지금 우리가 그들이 들려준 옛이야기에 경청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 「근대 매체에 실린 옛이야기, 고사(故事)」 중에서

『동아일보』에 수록된 문예물은 전문작가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신문사의 기자는 물론 독자들도 직접 작품 창작에 나섰다. 독자들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동아일보』가 창간 초기부터 독자참여제도를 꾸준하게 시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 「근대 신문의 문예면과 독자참여제도」 중에서

이처럼 「난파」에서 결박된 사람처럼 부자연스럽고 미혹되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시인이라는 인물은 봉건적인 기성세대나 문화와 불화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1920년대 청년 세대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희곡 「난파」에서 시인은 혼란스러운 변화의 시대 한가운데서 스스로 부서지듯 몸을 던져 본 1920년대 당대 사회문화의 현존(現存) 그 자체로서 현실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기호이기도 하다.
--- 「 「난파(難破)」, 심연(深淵)의 현해탄에 몸을 던진 시인(詩人)과 극작가 김우진」 중에서

무엇보다 이 연극은 물질적 조건에 영향받는 새로운 신분 질서와 시대 인식의 변화와 갈등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새로운 신분 질서인 자본의 논리 앞에 사랑의 힘이 무력하게 드러나는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라는 제목은 1930년대 근대인의 실체를 잘 보여 준다.
--- 「임선규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중에서

이미지에 담긴 은유와 무의식을 읽어 내려면 당대의 사유체계와 역사 상황을 알아야 한다. 1910년대 ‘무단통치기’의 의약품 광고를 보면서 자본의 문화전략, 다시 말하면 광고를 통한 근대 기획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자. “광고는 소비자를 창출하는 또 다른 생산수단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 확산을 꾀하는 수단이 된다”라는 말을 새기면서.
--- 「몸을 보는 근대의 시선, 의약품 광고」 중에서

캐러멜은 ‘소풍 갈 때 먹는 것’, ‘건강의 비결’이라는 광고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 ‘목으로 넘기지 않는 특별한 과자’인 껌은 192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광고로 ‘사용법’을 설명해야 할 만큼 신기한 먹을거리였다. ‘가장 모던(modern)한 과자’ 초콜릿은 ‘사랑을 낚는 미끼’로 소개되기도 했다.
--- 「눈으로 보는 맛, 이미지로 읽는 음식」 중에서

한강은 휴양지로, 삶의 터전으로 오랜 세월 서울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여름에는 하루에도 2만~3만 명이 찾을 만큼 경성부 물놀이의 핵심이었고,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이나 낚시터로 변신했다. 더위에 시달려도 땀에 전 채 하루하루를 벌어먹는 사람들에게 바라만 보아도 시원한 한강의 검푸른 물과 서늘한 강바람은 없어서는 안 될 위안처였다.
--- 「경성부민의 여름 나기, 한강 변 수영장」 중에서

새롭다는 것은 젊음과 미래와 연동된다. 신채호는 “여러 사람의 지식과 여러 사람의 힘을 합하여 조국 역사의 매몰된 광명을 다시 빛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니, 이는 저자가 간절히 바라는 바이로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과거에서 현재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독사신론」은 여전히 새롭게 읽혀질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 「신채호의 「독사신론(讀史新論)」」 중에서

장지연의 『조선유교연원』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그것이 지난 1백 년 동안의 한국사상사와 철학사를 반성하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 비록 조선 패망의 책임에 있어 성리학이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지만, ‘한국철학’의 근원이 되는 조선성리학 전통을 외면하면서 그것을 철학적으로 전환하는 것 없이 한국철학의 정립이나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 「장지연의 『조선유교연원』 」 중에서

외세가 주는 압박으로 인해 우리는 자기 인식이나 자기 존중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러한 아픈 역사 속에서도 사상의 거장 유영모는 적극적으로 주체철학을 모색하였다. 21세기 묻혀 있던 한국적인 사상을 끌어올리는 일을 다시금 시작할 때가 되었다. 생각이 제한됨으로 인한 주체성의 상실을 벗어나 이제는 동태적 주체로서 생각의 길을 열어야 한다. --- 「유영모의 주체적 생명철학의 의의」 중에서

최남선의 대일협력 행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1920년대까지 최남선이 민족의 기원, 전통, 역사를 구축하기 위해 펼쳤던 다방면의 활동은 오늘날까지도 부정할 수 없는 유산으로 남아 있다. 특히 근대적 민족 관념이 채 무르익기 전에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던 조선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민족’의 역사를 기술하는 것이었는데, 최남선의 『조선역사강화』는 한국인이 지은 최초의 근대적 통사로서 그 과제를 담당했다.
--- 「최남선의 『조선역사강화(朝鮮歷史講話)』 」 중에서

백남운은 『조선사회경제사』를 통해 무엇보다 조선사에 보편의 지위를 부여하고자 했다. 그가 생각한 조선사는 민족주의자들이 강조한 것처럼 특출하게 우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 봉건제도 자체가 없었다고 말하듯이 열등하고 예외적이지도 않았다. 발전 속도에 있어서 조금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또 서양과 다른 동양의 특성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조선사는 세계사의 일부였다.
--- 「조선학과 조선사 연구의 방향 전환, 백남운의 『조선사회경제사』 」 중에서

사상·정신·문화·철학과 같은 ‘사상의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위기를 파생시키는 구체적인 ‘사회의 위기’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진정한 위기인 것이다. 이처럼 박치우에게 중요한 것은 사상과 철학의 위기를 발생시키는 구체적인 현실의 사회경제적 위기였다. 결국 지금, 이곳의 사회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특정 계급의 강력한 요구가 바로 철학이며, 또한 이러한 요구를 담고 있는 철학의 투쟁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결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된다.
--- 「박치우의 『사상과 현실』 」 중에서

박치우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정치적 상황 속에서 박치우가 이러한 한계에 대해 성찰할 수 있었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박치우의 한계를 비판하고 이를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박치우를 오늘날 현실에서 다시 고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
--- 「위기의 시대의 철학자, 박치우의 사상과 그 현대적 의미」 중에서

지금까지의 식민지 지배정책사 연구는 성안된 결과물과 그 추진에 주목한 나머지,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히 다룸으로써 일본의 의도를 면밀히 파악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은 통치 사료의 부족 때문에 생겨난 불가피한 측면이 강한데, 바로 이 점이 개인 문서 사료군으로 보완될 수 있는 것이다. --- 「‘서한집’으로 읽는 식민지 조선의 침략자들」 중에서

한편으로 『우쓰노미야 일기』는 3·1운동 당시 탄압의 주체였던 조선 주둔 일본군의 최고책임자였던 조선군사령관이 남긴 자료이다. 이 자료는 한국근대사 연구에 있어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이 자료를 통해서 볼 수 있는 3·1운동에 대한 탄압의 실상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 「3·1운동 당시 조선 주둔 일본군 사령관의 일기」 중에서

신채호는 ‘이로움과 해악[利害]’을 새로운 시대에 새롭게 적용시켜 암울한 시대에 앞으로의 도덕률에 적용하려 했다. … 신채호가 자신의 철학사상을 전개하면서 자기가 만족하는 새로운 도덕의 길을 결국 찾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해」와 「도덕」을 통해 신채호가 평생 가려던 길이 어떠한 길인지는 짐작하게 한다. 신채호의 글을 읽는 우리에게는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 「이해(利害)의 세상에서 도덕(道德)의 길 찾기」 중에서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 단위의 경제재건을 위한 중심으로 일본보다는 북중국, 만주, 한반도를 잇는 지역에 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었다. 하지만 … 미국은 일본을 동아시아 지역 단위 경제부흥의 중심에 놓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 과정은 『GHQ 문서』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GHQ 문서』를 우리의 시각에서 재검토함으로써 냉전의 종결로 다시 합쳐진 동아시아 지역을 우리의 시각에서 전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 「 『GHQ 문서』에 담긴 해방 전후 한반도와 패전 일본」 중에서

〈자유만세〉는 해방 후 처음으로 만들어진 극영화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을 다룬 첫 번째 영화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중요하게 언급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영화가 범영화인의 총의를 받들어 만들어진 영화였기에 그랬다.
--- 「 〈자유만세〉와 한국영화」 중에서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후 북한 정권이 수립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북한 최초의 예술영화 〈내고향〉은 1950년대 제작된 대부분의 영화처럼 창고에 들어가 더 이상 빛을 볼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여러 군데 수정과 개작을 통한 후에야 지속적으로 상영될 수 있었다.

--- 「월북 영화인과 북한 최초 극영화 〈내고향〉」 중에서

출판사 리뷰

근대의 텍스트, 한국을 말하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역사’라 하면 이 말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아주 많을 것이다. 수능 때문에 교과서를 펼친 수험생도, 공무원 시험 때문에 교재를 펼친 공시생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해 본 사람들도 모두 첫 장에서 역사를 언급할 때 이 말을 접한다. 이 말을 던진 영국의 역사학자는 역사가라면 ‘왜’라고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을 펴낸 이들 역시도 인간에게 있어 ‘왜’라는 질문이 가진 중요성을 언급하며, 책을 펴내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한 번 물어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왜’ 근대의 텍스트를 읽어야 할까?
현대에도 텍스트는 차고 넘치고, 그 텍스트들을 다 읽지 못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굳이 근대의 텍스트를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과연 그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이유는 근대의 텍스트가 근대의 한국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알려 주듯이, 근대의 한국이 현재의 한국을 말해 주고 있는 탓이다.
이 책의 저자 18명은 21가지의 근대가 담긴 텍스트들을 통해서 근대의 한국을 읽어 나가고 있다. 그 독해 방식은 우리에게 텍스트를 읽는 방법뿐 아니라, 근대를 읽는 방법마저 알려 주고 있다. 그리고 이 근대의 텍스트에 대한 현대의 텍스트를 읽다 보면, 어쩌면 우리는 현대를 읽는 법마저 알게 될지 모른다. 역사는 ‘거울’이라 하지 않는가. 여기, 우리를 위한 근대의 거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와 우리, 즉 인간에 대한 물음에 함께하기” 위해.

우리가 나아온 길, 그리고 나아갈 길

근대의 텍스트에는 우리가 나아온 길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근대의 텍스트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단지 그뿐만이 아니다. 근대의 텍스트에는 우리가 나아온 길뿐이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청사진도 새겨져 있다. 그러니까 근대의 텍스트는 그저 지난 과거나 유물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지도이자 등불인 셈이다. 기왕 주어졌다면 한번 읽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텍스트로 보는 근대 한국』과 함께라면, 텍스트를 통해 근대를 유람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니, 사실 아주 쉬운 일이다.
이 책에 실린 근대의 텍스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여태껏 우리가 나아온 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근대인들의 노력이 담긴 텍스트가 하나고, 그때 그들이 살아간 삶과 주변에 관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텍스트가 하나이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빚은 텍스트가 하나다. 그리고 그 텍스트의 시선에는 비단 우리의 시선만이 아니라 타자의 시선 또한 담기어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품었을 뿐 아니라 내부와 외부의 시선을 모두 간직한 21가지의 텍스트는 우리의 근대를 명확히 보여 주고 있다.
근대라는 새로운 물결 앞에서 우리의 선조들은 과연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리고 현재라는 파도 앞에서 우리는 어떤 대처를 배울 수 있을까? 근대의 지식인들은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 앞에서 길을 밝히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분투했다. 그리고 프롬의 말처럼 우리는 그런 인간 노력의 기록을 역사라고 부른다. 근대 한국의 역사는 그야말로 “아와 비아의 투쟁”의 역사였으며, 21개의 텍스트 속에는 어느덧 삶이 돼 버린 그 분투 노력이 스미어 있다. 더욱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근대의 텍스트는 다만 그 안에 근대의 분투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시대를 흘러오면서 그 스스로 역시 분투해 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한국을 써내릴 것인가

새로 시작된 2020년은 그리 밝지 못했다. 아니 무던히 어두운 나날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부터 미·중 간 무역분쟁에, 사건 사고가 끊일 줄 모르는 나날이었다. 국내에도 광풍이 휘몰아쳤고, 해외에도 폭풍이 휘몰아쳤다. 겪어 보지 못한 일들이 터져 가면서 혼란이 닥쳐왔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이렇게 버티고 있다. 사실은 겪어 보지 못한 게 아니라 다르게 겪었던 일들이었단 사실이 그 버팀에 적잖이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 모든 풍랑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이 풍랑을 기록해 나가야 한다.
근 얼마간 우리가 겪어 온 일들은 어떻게 적어야 할까? 아마 신채호의 「독사신론」이라든가 장지연의 『조선유교연원』 혹은 최남선의 『조선역사강화』, 백남운의 『조선사회경제사』 등을 참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하간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적는 텍스트가 곧 우리를 말해 줄 것이라는 분명한 사실뿐이다. 제대로 적기 위해선 우리가 텍스트를 어떻게 읽어 왔는지, 이 텍스트는 또 어떻게 읽힐 것인지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요즈음 우리가 지내는 세상은 어떻게 남겨야 할까? 바야흐로 대-유튜브 시대, 유튜브의 구독자참여제도는 물론이거니와, 세상에 부딪혀 「난파」하는 이들과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나 문학들, 혹은 “나 때는”으로 시작하는 옛이야기도 좋다. 이제는 얼마든지 외칠 수 있는 〈자유만세〉와 멀어진 〈내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마땅할 것이다. 또 넘쳐나는 광고와 이미지라든가 휴가철 풍속도뿐만 아니라 ‘서한집’이 되었건 ‘일기’가 되었건 타자의 시선도 함께 남겨야 할 것이다.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면, 아마 『WHO 문서』도 중요한 텍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는 또 어떻게 그려야 할까? 민주 사회이니 주체적 철학도 조금 칠해 보고, 자본주의적 「이해」의 가운데서 「도덕」을 찾아내어 『사상과 현실』을 조화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에는 우리의 것이 있어야 한다. “한국적이 곧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색이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세계의 색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물드는 것에서 벗어나 칠하는 것으로 나아갈 때다.
이렇게 앞으로 우리가 써내려야 할 한국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근대의 텍스트를 돌아봐야만 한다. 과거에 흘렸던 피가 없이는 주어질 푸른 하늘도 없으며, 어두운 그림자를 인정하지 않고서 좋았던 시절만 되새길 수는 없는 법이다. 펄럭이는 태극기가 말하지 않는가. 텍스트는 언제나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쓰여야 한다. “여태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저자
고 훈 연세대학교 인문예술대학 국어국문학과
반재유 연세대학교 근대한국학연구소
손동호 연세대학교 근대한국학연구소
양세라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최규진 청암대학교 재일코리안연구소
김윤정 동국대학교 대외교류연구원
류시현 광주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김우형 연세대학교 근대한국학연구소
심상우 나란히희망철학연구소
윤영실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조형열 동아대학교 사학과
박민철 건국대학교 인문학연구원
홍준기 경상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이형식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서민교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
진보성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송병권 상지대학교 아시아국제관계학과
한상언 한상언영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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