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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패션 철학?
2. 패션의 원칙: 새로운 것 3. 패션의 기원과 확산 4. 패션과 언어 5. 패션과 육체 6. 패션과 예술 7. 패션과 소비 8. 삶의 이상으로서의 패션 나오며: 패션이란 무엇인가? |
Lars Svend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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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철학자들이란 패션을 의식하며 살아온 적 없는 사람들이었고, 만약 한 명의 예외가 있다면 그는 ‘예술의 우아한 거장’이라고 알려진 칸트뿐이었다. 그는 질 좋은 비단 셔츠에 은색 장식이 달린 신발을 신고 다니면서 “패션 안에서 바보가 되는 것이 패션 밖에서 바보가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하곤 했다.--- 「들어가며: 패션 철학?」
예를 들어 시즌이 바뀔 때마다 재킷의 단추를 몇 개로 할 것인지, 스커트 길이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수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번 시즌에 왜 스커트의 길이가 이토록 짧아진 것일까? 지난 시즌에는 길었으니까. 왜 이번 시즌에는 길이가 다시 길어진 거지? 그동안 짧았으니까”와 같은 식이다.--- 「패션의 원칙: 새로운 것」 “그녀가 일 년에 필요한 옷이 도대체 몇 벌인 거지?“ “이런, 신사양반. 숙녀의 옷은 닳아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그 순간, 이미 낡아 버리는 거랍니다.”--- 「패션의 기원과 확산」 코르셋의 단단한 형태는 더 이상 인간의 몸에 한 치의 여분의 지방도 허용하지 않으며 그 단단한 표면은 소유하기 힘든 육체의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만약 코르셋을 입음으로써 그 결과 얻게 되는 육체의 형태를 포기하고 대신에 열심히 체육관을 다니면서 멋진 육체를 만들겠다는 새로운 기준을 가진다고 했을 때, 과연 그것이 코르셋으로부터 해방을 의미하는 것일까?--- 「패션과 육체」 고딕 시대의 후반기에 볼 수 있는 부풀은 배는 현대인의 눈에는 다소 낯선 모습이지만 16세기 후반부가 되면 배가 얼마나 나왔는가 하는 것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으며 심지어 매력적인 요소로 여겨졌다. 그 당시의 기준에 따르면 배가 크면 클수록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된 듯하다.--- 「패션과 육체」 패션 잡지에는 전통적으로 비판적 패션 담론이라는 것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편집부의 기사를 광고라고 치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만약 패션이 다른 예술의 영역들, 이를테면 여타의 시각 예술, 음악, 문학과 영화와 같은 예술의 영역과 동등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진지한 비평의 전통이 없다는 점이다. 패션에는 이러한 비평의 문화가 전적으로 부재하다.--- 「패션과 예술」 패션은 항상 두 개의 상반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패션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보여준다는 것, 동시에 특정 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패션 아이템을 몸에 걸친다는 것은 개인주의와 순응주의를 동시에 포함하고 표현한다는 점에서 가히 ‘걸어 다니는 역설(walking paradox)’이라고 할 수 있다.--- 「패션과 소비」 오뜨 꾸뛰르는 브랜드의 명성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지만 정작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기성복인 프레타 포르테, 악세서리, 향수와 라이센싱을 통해서이다. 구찌의 경우 총매출의 약 65%는 가방과 기타 악세사리들의 판매가 담당한다.--- 「패션과 소비」 “세상에는 오직 두 가지 종류의 비극이 있지요. 하나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얻는 거예요. 두 비극 중에서는 후자가 더 안 좋은 경우예요. 그것이야말로 정말 비극이라구요!” 소비는 얻고자 하는 목표가 가까워지려고 할 때마다 끊임없이 자신의 기준을 바꾸어간다. 따라서 소비가 인생의 목표라고 할지라도 결코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못한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결코 소비의 종착점에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이다.--- 「패션과 소비」 푸코는 “각자가 가진 현재의 임무는 자신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창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인간성이라는 이름으로 부여받았다고 간주되는 본성들,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이상적인 개념들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고자 했다. 푸코는 개인이란 오히려 사회적 구성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의 임무는 자기가 누구인가를 발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예술 작품으로 창조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삶의 이상으로서의 패션」 댄디는 진정으로 옷을 입는 사람을 말한다. 그의 직업, 사무실, 실존 모두 그가 옷을 입음으로써 만들어진다. 그의 영혼, 정신, 열망과 그 자신의 모든 능력은 보다 현명하고 조화롭게 의상을 입기 위해서 존재하고 오직 이를 위해 바쳐져야만 하는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 옷을 입는다면 댄디는 옷을 입기 위해서 삶을 살아간다. --- 「삶의 이상으로서의 패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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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멋쟁이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패션에 대한 담론이 우리 시대만큼 넘쳐나는 시대가 있었던가.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현대인들이 채택한 즐거운 동시에 출구 없는 대답은 다름 아닌 소비활동이며 그 중에서도 패션 아이템의 구매는 자기 표현의 강력한 전략적 효과를 가진다. 자기 표현의 중요한 주제가 패션이라는 사실은 우리 시대의 패션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패션에 대한 이 열광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우리는 패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수준에서 패션이라는 공기에 싸여 있다 보니 오히려 그것에 대한 소박한 이해가 패션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일반인들뿐 아니라 소위 패션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 있어서도 사정은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시즌마다 달라지는 아름답고 화려한 의상들이 잡지마다 가득히 채워지고, 그 복제품들이 동시간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지만 정작 패션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은 여간해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천재 디자이너들을 영입한 패션 하우스들의 행보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국내에 런칭한 해외 유수의 브랜드 이름을 꿰차고 있다고 해서 패션을 아는 것이 아니듯, 유행에 따라 재빠르게 의상을 구비한다고 해서 진정한 멋쟁이가 될 수는 없다. 도대체 멋쟁이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진정한 멋쟁이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행에 민감하지만 결코 유행에 지배당하지 말 것, 그 민감함을 통해 변화의 양상을 자신만의 스타일 안에 용해시킬 것, 이 패션의 지상과제를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 변화하는 유행의 주기와 변덕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것, 이것이 패션이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정신세계를 가지는 것이 불가능한, 삶의 방식을 포함한 모든 것이 공동체의 규범에 의해 결정되는 근대 이전의 인간들에게 결코 패션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패션은 언어이고 기호이자 몸이며 정체성이다.” 패션은 ‘개인(Individual)’이라는 근대적 탄생물과 더불어 시작되는 활동이다. 따라서 패션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사회 속에서 통합적인 구성원으로서 코드를 반영하는 이중적 과제를 수행한다. 그런 의미에서 패션은 언어이고 기호이자 몸이며 정체성이다. 패션은 상품인 동시에 소비적 활동을 지칭한다. 자기를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서의 패션은 현대인들의 삶의 모든 맥락에 관계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까지 패션은 철학적 논의의 대상이 된 적이 없었고, 관심을 기울인 선구적인 몇몇 철학자들이 있었다 해도 패션에 대한 논의는 거대한 자신들의 거대한 업적에 가려진 그늘에 불과한 것이었다. 고상한 담론을 논하는 자들에게 여전히 패션은 실재가 아닌 현상, 본질이 아닌 이미지를 다루는 표피적인 것이었고 상식적 의미에서의 패션은 한낮 육체를 꾸미고 장식하려는 마담들의 허영적인 놀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들을 넘어서 패션은 실제 모든 소비의 영역을 침범하는 현상으로 작동하며 그것의 논리가 예술과 정치, 과학의 영역을 관통하는 주된 매체로서 대두된다는 점에서 패션은 철학적 담론의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패션: 철학』은 패션의 역사에 관한 연구도, 미적 가치를 연구하는 미학 서적도 아니다. 이것은 패션의 개념, 다양한 패션의 표상들과 연관된 현대인의 정체성의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이 책은패션에 대한 철학의 진지한 물음이자 대답이다. - 옮긴이 머리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