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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DM 택배 위로금 신청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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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글이 좋았다. 뱉고 나면 후회밖에 남는 것이 없는 말보다, 고치고 고치다 절대 고칠 수 없는 것만 남는 글이 좋았다. 하면 할수록 더 많이 하게 되는 말보다, 쓰면 쓸수록 쓰기 어려워지는 글이 좋았다.
--- p.11 살면서 나는 그렇게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어, 라고 썼다가 살면서, 와 나는, 의 순서를 바꿨다. --- p.15 아니, 대체 이게 그렇게까지 알려야 할 일이냐고.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사진을 찍어가면서. 그 와중에 계정 분위기 절대 못 잃어. --- p.42 왜 나를 차단까지 해? 잘못 눌렀나? 아니, 왜 가끔 손이 미끄러져서 좋아요 눌러버릴 때도 있잖아. 그런 건가? 손이 미끄러져서 나를 차단해버렸나. --- p.55 선경과 도연은 그렇게 끝났다. 청첩장 수신 거부는 마치 페이스북 친구 끊기나 블로그 이웃 끊기처럼, 상상했던 것보다 꽤 깔끔하고 정확한 절교 방식이었다고, 선경은 회상했다. --- p.81 수험생활은 그랬다. 돈, 시간, 관계처럼 이미 가지고 있거나 갖고 싶었던 것들을 없애고도 더 많이 없애야 하는 곳으로 자신을 끌고 가는 훈련 같았다. --- p.89 대뜸 울음이 터져버린 때마다 그 울음을 완벽히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괜찮냐고 물었지만 사실은 내가 괜찮은지 아닌지, 왜 우는지 따위는 상관없이 자기들 나름대로 답을 정해둔 채 그럴 거라고, 그게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 같았다. --- p.107 이제 막 시작하는 상황에서 모든 걸 빼앗긴 사람들과 오래도록 지켜온 것을 이제 막 빼앗길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합친 힘은 공장 외벽을 이룬 컨테이너가 쩌렁쩌렁 울릴 만큼 위협적이었다. --- p.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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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냈지만 받지 못하거나 보낸 적 없지만 받아버린 메시지
『수신확인』은 ‘거울 너머’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메시지의 수신확인을 상상한 이야기로, 저자는 메일, DM, 택배, 위로금 신청서가 오가는 과정에서 있을 법한 일을 지어냈다. 이별 직전의 연인에게 보낸 메일, 오해를 풀기 위해 손님에게 보낸 DM, 옛 친구에게 보낸 택배, 외조모의 상으로 제출한 위로금 신청서 등 가상의 발신자들이 수신을 확인하는 행위를 통해 소통의 도구가 오해의 시작점이 되는 순간을 그려본다. 수신자에게 닿을 수 없어 발신자에게 남아버린 말들 「메일」의 화자는 ‘말보다 글이 좋았다’며 확신하다가 ‘말보다 글이 좋은가’ 의문에 빠진다. 「DM」의 두 화자는 과거에 일어난 문제의 원인을 현재에서 찾고, 현재 일어난 문제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는다. 「택배」의 ‘선경’은 일방적인 회상만 반복한다. 「위로금 신청서」의 화자는 자신의 모든 문제가 갑작스런 울음 때문이었다고 말하면서, 매 순간 운다. 어렵게 꺼냈지만 결국 수신자에게 닿지 않고 발신자에게만 남아 원래 의도조차 잊게 된 말들을 상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