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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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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8년 가을의 내가 도쿄에서 보낸 시간을 초 단위로 빠짐없이 궁금해할 누군가가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에도 없겠지만 가만, 그게 그러니까… 어디였더라? 하고 실눈을 뜬 채 도쿄를 다녀왔던 건 물론이고 2018년 자체를 통으로 잊었을지도 모를 미래의 내가 있지 않겠냐는 가정 아래 구구절절 늘어놓은 이야기이다.
--- p.8 가만히 앉아만 있자니 아까 먹은 국수가 목까지 차오른 기분이었다. 편의점에서 소화제도 파는지 블로그에 찾아보려고 휴대전화를 꺼낼 때, 캐리어 일행 중 한 사람이 입은 반팔 티셔츠가 눈에 띄었다. 머리와 가슴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작은 캐릭터가 검지로 한쪽 볼을 누르고 있었다. --- p.16 아까 메구로역에서 기관사실로 들어간 그 아저씨는 어디 탄 건가 의문스러웠는데, 앞쪽에서 아저씨가 마이크를 쓰지 않고 뭐라 말하는 소리가 들리긴 했다. 앉아있는 걸까,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기관사실이 승객에게 보이도록 개방된 것과 보이지 않도록 폐쇄된 것 중 어떤 것이 편할까 생각할 때 시로카네타카나와역에 도착했다. --- p.25-26 보이는 걸 다 쓰려고 하면 결국엔 아무것도 못 쓰는 상태가 되어서 바로 앞, 아니면 양옆 정도로 시야가 좁아졌는데 저 끝의 노약자석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머리에 하얀 비닐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잘못 본 건가 싶어서 다시 보는데 머리는 물론 목까지 다 덮여서 숨쉬기가 불편한지 한쪽 손으로 비닐을 코와 입에 닿지 않게 살짝 뗐다가, 놨다가, 다시 뗐다가 놔두길 반복했다. --- p.44-45 지하 터널에 띄엄띄엄 설치된 형광등들이 가로등처럼 지나가고 조시가야역에 도착했다. 한자가 전혀 다른데 '대가야, 금관가야, 조시가야' 따위의 말장난을 떠올렸다. --- p.52 '가지 마! 하지 마! 사지 마! 울지 마!' 식으로 말장난을 이어가고 싶은 오지마역은 허리까지 오는 스크린도어가 있었다. 오지마역을 빠져나오면서 열차는 지상으로 올라왔다. 맑고 화창한 날이었다. --- p.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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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가 유일한 청자인 이야기’
도쿄의 지하철 13개 노선을 탑승한 이야기인 『도쿄, 13개의 선』은 ‘도시, 선'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저자는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는 문장으로 서문을 시작한다. 같은 장소에서 보낸 같은 시간이더라도 친구에게 하느냐, 직장 동료에게 하느냐, 부모에게 하느냐, 옛 연인에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이 책은 과거의 내가 보낸 시간을 부분적으로만 기억하거나, 기억하지 못할 미래의 나를 대상으로 구구절절 늘어놓은 이야기임을 밝힌다. ‘아무도 내리거나 타지 않았다’ 본문 상단에 지하와 지상, 물이 보이는 구간을 표시하는 도시, 선 시리즈 공통의 규칙은 그대로 적용하였으나, 역명은 현지의 플랫폼에 표기된 것 가운데 일문과 영문, 축약 번호로 제한하였다. ‘본문에 쓰고 싶진 않지만 책에서 누락시키고 싶지도 않은, 마치 조용히 살고 싶지만 잊혀지고 싶진 않은 심정 같은 말'들은 주를 달아 각 노선 끝에 따로 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