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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란이 불에 타면 난초가 슬퍼하니
백년지계 천년대업 꿈을 사고 팔아 뒤바뀌는 연분 치열한 공방, 떠오르는 인물 환속 동쪽이 위급하니 서쪽을 치고 찬학 호각세 이간계 후대를 위하여 부록 연표로 보는 삼한지 역사책 엿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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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인 진평왕을 도와 평생 국사의 일익을 맡아온 백반은 늙은 왕이 망령이 나자 스스로 임금이 되려고 반란을 일으켜 형을 살해한다. 큰공주 덕만을 옹립한 용춘과 서현이 진압군을 조직해 반란군과 대치하면서 신라는 극심한 내란에 휩싸인다. 백제 장왕은 대성8족(大姓八族)들을 제압하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인물로 장남인 의자를 선택한다. 태자가 된 의자와 함께 사냥을 나갔던 장왕은 칠갑산에서 우연히 도인을 만나고 그를 통해 장차 백제를 크게 부흥시킬 세 사람의 걸출한 인재를 얻는다. 흔히 백제삼보(百濟三寶)로 불리는 성충, 흥수, 사택지적이 비로소 때를 얻어 세상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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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
부여의자 _ 무왕과 선화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장자. 어려서는 효심이 지극하고 동생들을 잘 보살펴서 해동증자(라고 불리지만 자라면서 차츰 대담하고 과감한 성품이 되어 신하들의 두려움을 산다. 무왕 말년에 아우인 부여풍과 태자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인다.
문희 _ 김유신의 둘째 누이로 훗날의 문명왕후다. 언니인 보희의 꿈을 사서 운명이 뒤바뀌고 춘추와 혼인하여 법민과 인문을 낳는다. 흠순 _ 김유신의 아우이자 문희의 오빠. 가정에서는 다정다감한 가장이지만 전장에서는 용맹한 장수다. 김유신과 함께 춘추와 법민을 끝까지 보필하여 통일의 3대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 된다. 천존 _ 신라의 명장. 태종무열왕의 9대 장수 가운데 수장이다. 아우인 천품과 더불어 가야 출신의 형제 장수로 이름을 크게 떨치다가 뒷날 각간에까지 벼슬이 오른다. 부여복신 _ 무왕의 조카이자 부여헌의 아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당나라 수도 장안에서 오랫동안 숙위사로 지낸다. 훗날 백제의 사직이 끊어진 뒤 도침과 함께 부흥군을 이끌며 맹활약을 펼친다. 칠숙 _ 백반의 심복. 병부의 책임자로 주군의 찬역을 돕는다. 백정왕을 살해하였으나 역모가 실패로 끝나자 참수된다. 비담 _ 백반의 아들이다. 성정이 거칠고 욕심이 많다. 성골이 희귀해진 세태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춘추의 이간계에 속아 아버지를 배신한다. 알천 _ 신라의 명장이자 문무를 겸비한 불멸의 충신이다.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의인으로 백성과 신하들의 신망을 한몸에 받는다. 훗날 우지암 화백회의에서 보위에 오르라는 권유를 받지만 춘추에게 양보하고 평생을 충신으로 남는다. 자장 _ 신라의 고승. 속명은 김선종, 법명은 자장이며, 소판 벼슬을 지낸 김무림의 아들이다. 선덕여왕이 임금이 되기 전 장사에 지내던 때부터 서로 각별한 인연을 맺고 도반의 정을 나눈다. 선덕여왕에게서 깊은 사랑을 받지만 순탄치 못한 왕업과 승려의 신분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성충 _ 백제의 석학이자 기인이다. 중국에서 유학하면서 이세민, 김춘추, 연개소문 등과 교분을 쌓는다. 무왕에게 발탁되지만 중용되지는 못한다. 사택지적 _ 성충, 흥수와 함께 백제 3대 기인의 한 사람이다. 주역과 도학에 달통하여 길흉을 점치는 등 비범한 자질로 세상사를 꿰뚫지만 역시 태자를 아끼는 무왕의 심모원려에 따라 태자궁에 배속된다. 흥수 _ 백제의 석학이다. 성충의 둘도 없는 벗으로, 백제 3대 기인의 한 사람이다. 처음 낭성의 성주로 발탁되었다가 무왕의 눈에 들어 유학당에서 왕자들에게 경서를 가르친다. 학문이 높고 태어나면서부터 수많은 기적들을 양산한 신비로운 인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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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우리 역사의 밤하늘에 한 무리 휘황한 별자리를 이룬 시대,
그 눈부시게 찬란한 우리 영웅들의 이야기다. 1천 수백 년 전에 이 땅에서 태어나 살다가 하늘로 돌아가 별이 된 사람들. 나는 사서(史書)의 행간과 이면에서 그들이 뿜어내는 영롱한 빛을 그대로 백지에 옮겨놓으려고 노력했다. 그 세월이 돌아보면 10년이 훌쩍 넘는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소년은 『삼국지』에 흠뻑 빠져 있었다. 관우의 목이 잘리고 장비가 죽었을 때는 밥도 먹지 않고 슬퍼했다. 제갈공명의 무궁한 지략에 심취했고 그의 명석함을 닮고 싶어 했다. 『삼국지』에서 얻은 감동은 자연스fp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졌다. 중국인이 부럽고 중국이란 나라가 대단해 보였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역사는 별 재미가 없었다. 우리 역사란 늘 어려운 도표였고 골치 아픈 암기 대상이었지 감동이나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삼국지와 중국인에 대한 부러움은 안타까움으로 바뀌어 갔다. 고작 80년에 불과한 중국 삼국시대(위, 촉, 오)는 국경을 넘고 대대손손 전파되는데, 700년이나 우리 땅에 존재했던 우리의 삼국시대(고구려, 백제, 신라)는 왜 여전히 사료와 학문이란 울타리에 갇혀 있는 걸까? 우리나라에는 그만한 영웅, 그만한 역사가 없었을까?’ “우리는 이런 선조들을 그리워했다!” 김정산 대하역사소설 『삼한지』 199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정산 작가는 줄곧 이런 의문에 사로잡혔고, 경주여행을 하던 중 그곳에서 해답을 찾았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방의 온 벽을 백지로 도배했고, 거기에 그가 그토록 찾던 역사와 영웅들의 행적을 하나둘씩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지 10년, 마침내 우리 역사에서 가장 치열하고 웅대했던 격전의 현장을 고스란히 소설로 되살려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서로 대립과 경쟁 속에 세력을 키워가는 580년대에서부터 신라가 통일을 완성하는 676년까지 약 100년간의 역사를 생생하게 복원한 대하역사소설 『삼한지』가 바로 그것이다. 솥발처럼 버티고 서서 대립한 고구려, 백제, 신라. 그리고 그 역사를 휘몰아간 을지문덕, 연개소문, 장왕, 계백, 김유신, 선덕여왕, 김춘추를 비롯한 불세출의 영웅들. 우리는 을지문덕이 살수에서 수나라 백만 대군을 무찌르는 장면에 환호하고, 마동과 선화공주의 애틋한 사랑에 가슴 시리며, 신라 김유신의 기백과 김춘추의 외교술에 감탄하고, 망해가는 나라를 안타까워하며 가족을 죽인 채 전장에 나서야만 했던 계백 장군의 충정에 옷깃을 여민다. 그리고 마침내 한반도에서 당나라 군을 몰아내고 진정한 삼국통일을 이루는 장면에 가슴이 저절로 뜨거워진다. 치밀한 사료 조사와 역사인식 소설이라면 으레 작가가 마음대로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김정산 작가는 각종 매체에서 역사를 멋대로 비틀고 왜곡하여 정사(正史)는 빛을 잃고 흥미로운 야사(野史)만 널리 회자되는 풍토를 개탄한다. 앞사람이 살아간 흔적과 기록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긴 작가는 『삼한지』를 집필하기 위해 고시 공부를 하듯 고대사를 읽고 수많은 자료와 사료를 조사했다. 고증을 위해 전국을 샅샅이 돌아다녔고, 귀한 사료의 원본이나 필사본을 얻으려고 몇 달씩 눈물겨운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삼한지』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의 국내 자료를 근간으로 하고 《당서》, 《수서》, 《정관정요》, 《일본서기》 등 중국과 일본의 사료들까지 섭렵하며, 4년에 넘는 사료 취재와 현장 답사, 6년에 이르는 집필 기간 등 작가가 10년 세월을 오롯이 바쳐 완성한 필생의 역작이다. 김정산은 10년 청춘을 바친 머리품과 발품으로 문헌사료와 역사현장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켰다. 사료와 사료의 공백, 사료와 현장 사이의 공백, 실존인물과 가공인물 사이의 간극이 자연스레 연결되는 것은 문헌사료와 역사현장을 체화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사료와 현장을 아는 사람들은 안다. _이덕일(역사학자·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맛깔스럽고 신명나는 글맛 “1천 궁녀란 소리는 터무니없는 숫자였으나 입에서 입을 거치며 1천 궁녀는 금방 2천 궁녀가 되고, 2천 궁녀는 또다시 3천 궁녀가 되었다. 임금 한 사람이 무려 3천 명이나 되는 후궁을 거느리고 산다는 거였다. 곰곰 생각해보면 삼척동자도 믿지 못할 말이었지만 본래 소문이란 거북이의 털도, 처녀 불알도 근거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어내는 법이다.” --- 본문 중에서 『삼한지』는 한국소설에서 이문구나 김주영 이래 거의 명맥이 끊어진 사설조의 긴 문장을 재연하고 있다. 길게 늘어지는 사설 가락에 풍자와 해학이 흘러넘치고 장단과 운율이 저절로 따라가는 맛깔스러운 문장이 읽는 이를 들뜨게 한다. 김정산 작가는 근래 쓰이는 대부분의 문장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유입된 일본식 단어와 말법이고, 최근에는 영어와 영어 문장이 우리말과 글을 오염시키는 것을 우려한다. 작가는 홍명희가 『임꺽정』을 쓸 때까지 오롯이 살아 있던 우리글이 최남선, 이광수 이후 급격히 단문으로 변한 점이 애석하기만 하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술술 풀리는 입담이 살아 있는 『삼한지』를 읽다 보면 독자들은 별다른 의식의 충돌 없이 과거 역사현장과 마주치게 된다. 윤기가 흐르는 찰밥처럼 찰지고 유려한 문장들을 소설 곳곳에서 만나는 것은 읽는 이에게 크나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우리식’ 문장에 가락이 녹아 있고, 높낮이와 빠르고 늦음이 문향(文香)의 격을 드높이고 있다.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기개가 넘치면서도 섬세하거나, 세밀하면서도 통 크게 휘몰아친다. --- 주강현(민속학자·제주대 석좌교수) 대하역사소설 『삼한지』, 역사의 현장과 만나다 삼국시대 웅혼한 대장정의 서사시인 『삼한지』를 읽도록 해야 한다. 우리 문학사는 『임꺽정』과 『토지』와 『장길산』을 잇는 대하소설 계보에 『삼한지』를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 장석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우리 역사와 영웅들을 깊이 있는 안목과 충실한 자료를 토대로 새롭게 해석한 『삼한지』는 ‘역사’와 ‘소설’을 동시에 포획한다.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이 사설조의 유장한 문체 속에 한데 어우러지며 ‘대하’를 이룬 『삼한지』는 문단은 물론 역사학자들도 인정한 보기 드문 역사소설이다. 이 작품은 출간 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며 조선시대에만 머물러 있던 사극드라마의 지형을 삼국시대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기억의 편린으로만 흩어져 내려오던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대립과 경쟁, 그리고 마침내 통일에 이르는 100년간의 역사를 소설로 재구성한 『삼한지』. 그간 잊고 있었던 우리 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유감없이 펼쳐 보여주는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어느새 영웅들과 함께 역사의 현장을 휘몰아가는 자신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어느 나라든 영웅은 모두 후대가 만든다. 그런 점에서 우리 선조들은 불행하고 우리도 불행하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우리에겐 너무 영웅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유례가 드문 우리만의 수천 년 역사가 있다 한들 후대에 널리 회자되지 않는 역사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