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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까지 수영의 눈에 그녀는 수사기관의 괴롭힘을 받는 용의자였다. 구치소에서 자살 시도를 두 번이나 했고, 고집스레 침묵을 지키는 여자. 게다가 박태황이 저 입을 열게 해달라고 청탁까지 했다. 다른 방식으로 여자를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같은 구치소의 다른 수감자를 이용해 감시하거나, 형사들에게 돈을 찔러넣어 가혹 행위를 해 자백을 받아내려 하는 따위의. 처음 석희의 문제를 받았을 때 혹시 자신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건조하고 담담하게 시작된 목소리에 점차 즐거움이 배어들면서 묘한 리듬이 담겼을 때, 수영은 직감했다. 이 여자는 무고한 용의자가 아니다. 이미 죽은 피해자들의 진실을 인질로 쥐고 협박을 하는 사람이 무고한 용의자일 리 없다. 답을 맞히지 못하면 누군가가 어떻게, 왜 죽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된다는 그 말은, 석희 자신이 그게 얼마나 큰 비극인지 잘 알고 있다는 거였다. 이 여자는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그런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사람의 감정을 아주 잘 알고, 아마도 잘 이용해왔을 것이다. --- p.79 수영장에 뜬 시신의 사진, 건져 올린 시신을 다른 각도로 찍은 사진이 두어 장 더 있었다. 서류를 더 넘기자 부검 결과가 적힌 페이지가 나왔다. 유가족이 부검을 신청한 모양이었다. 어린 자식의 몸을 뜯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음주 상태의 실족사라는 사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 하지만 부검 결과서도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만취 상태에서의 익사. 얇은 사건 파일은 거기에서 끝이 났다. 유가족 동의서에 적힌 사인을 한참 들여다보던 수영은 홀린 듯 거실로 나갔다. 수영의 발이 멈춘 곳은 아까 전, 석희의 목소리 때문에 자세히 보지 못했던 사진 앞이었다. 피해자인 17세 이모 군. 이경현. 이경현이라는 이름은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외국인이 발음하기엔 불편한 이름이다. 그래서 경현은 스티븐이라는 이름을 썼다. 스티븐 리. 스티븐 리는 4년 전, 수영이 자살 위기 상담을 했던 학생이었다. --- p.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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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서스펜스와
정교한 장치의 스펙터클 스릴러 정교하다. 고도원의 미스터리 스릴러 『줌 인』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고급스러운 오토매틱 시계의 부품들처럼 하나의 결말을 향해 조금의 어긋남도 없이 치밀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줌 인』의 결벽과도 같은 섬세한 구성은 그 자체만으로 독자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해준다. 『줌 인』의 오차 없는 구성은 단순히 설정과 전개의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독자를 사로잡는 『줌 인』의 디테일은 감정과 심리에 기반한다. 사형 판결을 받은 희대의 연쇄살인범 염석희와 그녀의 심리상담을 진행한 범죄심리전문가 심수영. 지적이면서도 사람의 감정과 심리에 능한 연쇄살인마와 정서적으로 불안한 범죄심리전문가의 대립은 여타 스릴러 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이성과 지성의 단순한 대립을 넘어섰다. 두 인물의 감성적 교감과 반감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대립으로 나아간 것이다. 덕분에 『줌 인』은 범죄자와 범죄를 쫓는 자의 싸움이 아닌 한 여성과 또 다른 여성이 서로의 역사와 자신의 자아를 쫓는 절박한 투쟁으로 발전한다. 두 여성의 차원 높은 대립을 통해 읽는 내내 새로운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줌 인』. 한국에서 범죄 스릴러의 수준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확인하게 될 작품이다. 한국 장르문학의 새로운 비전 케이스릴러 벌써 시즌3 개막!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와 드라마 계약!’ ‘일본, 프랑스, 대만 등 세계 8개국 수출!’ ‘영화, 드라마, 웹툰 다수 계약!’ 2015년 시작된 고즈넉이엔티의 스릴러 소설 브랜드 ‘케이스릴러’는 24번째 작품까지 출간되며 그동안 믿을 수 없는 성과를 거두었다. 비등단 작가들이 성취해낸 케이스릴러 소설들의 놀라운 성취는 한국 장르문학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리메이크 미국 드라마 [굿닥터]의 총괄프로듀서 린지 고프만은 ‘케이스릴러 브랜드의 작품들은 뛰어난 감각과 획기적인 스토리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청계산장의 재판』과 같은 숨겨진 보석들로 가득 차 있다’라고 케이스릴러의 가치를 인정했다. 대만의 오픈북도 기사에서는 대만 출판시장에 대한 문제점을 고찰하며 해당 문제를 극복하고 성과를 창출한 사례로 고즈넉이엔티의 케이스릴러 브랜드를 꼽았다. 2020년 11월에 케이스릴러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찾고 싶다』와 함께 『향수에 젖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증발된 여자』, 『줌 인』을 비롯해 케이스릴러 시즌 3에 해당하는 열 작품이 순차적으로 출간된다. 매년 10~15 작품이 한 시즌에 묶여 출간될 예정이며, 2025년까지 100번째 작품을 출간하고, 소설 한류를 이끌어 유럽과 영미권 서점의 서가에 장식되도록 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